연구 인력 AI 부서에 배치, 애플의 AI 혁신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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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공들여온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연구해 온 조직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한다. 이 그룹에서 일하던 인원 일부는 인공지능(AI) 부서에 배치돼 애플의 AI 혁신을 이끌 예정이다.
블룸버그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 고위 임원들은 최근 몇 주간 고심 끝에 전기차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블룸버그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 고위 임원들은 최근 몇 주간 고심 끝에 전기차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프로젝트를 이끈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부사장도 해당 내용을 공유한 상태다. 이 소식은 내부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약 2000명의 직원에게도 전해졌다. 이중 일부는 AI 부서에 배치되고, 일부는 다른 부서에 나머지는 해고 절차에 들어간다,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렉서스 차량을 이용해 자율주행 시스템 주행 시험을 하기도 했다. 애플카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다양한 전자기기와 연결돼 새로운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2021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애초 5~7년으로 계획했던 전기차 개발 일정을 4년 뒤로 앞당겨 2025년 출시를 목표로 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자율주행 칩 개발을 상당수 완료하고, 도로 테스트를 통해 칩 성능을 평가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애플이 자율주행 용도로 개발한 칩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AI를 처리할 수 있는 신경프로세서로 주로 구성됐다고도 했다. 설계는 아이폰과 맥 등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를 개발한 ‘애플 실리콘’ 팀이 담당했다고도 전해졌다.
하지만 어려운 소식도 들려왔다. 구조조정 등으로 애플카 출시가 2026년으로 한 차례 연기되고 최근에는 2028년으로 연기되고 있단 소식이었다. 핵심 인물도 대거 이탈했다. 프로젝트를 이끌던 더그 필드 책임자가 2021년 9월 퇴사해 포드자동차로 옮겼고, 지난달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DJ 노보트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퇴사했다. 레이더 시스템 개발 수석 엔지니어, 배터리 시스템 그룹의 엔지니어링 매니저 등 핵심 인물들도 대거 이탈했다.
애플의 전기차 사업 포기에 일각에선 전기차 시장 성장세 저하와 기술 구현의 어려움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애플은 한 때 핸들과 페달이 없는 혁신적인 자동차를 꿈꿨지만, 이를 구현하기 쉽지 않아 사업을 접었단 주장이다. 실제로 애플은 완전 자율주행을 뜻하는 ‘레벨 5’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고속도로에서만 완전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레벨 4와 국도에선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레벨 2~3로 목표를 하향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일각에선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지만, 이는 아니란 주장이 많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업체 관계자는 “사실 애플이 돈이 없는 기업은 아니”라며 “현재 전기차 기술 기업 2~3곳은 인수해서 기술력을 구현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플이 전기차를 접는 이유는 당장 혁신적인 결과물을 보여줄 수 없다고 판단해 결정한 내용으로 보인다”면서 “완전히 접는 것은 아니고 모빌리티 기술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다시금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통역되는 AI를 탑재하는 기술을 선보이자 기술력 강화를 위해 모빌리티보다 AI에 무게를 둔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애플은 2018년부터 자사 최초로 AI 부서를 설립해 사진 인식, 충돌감지, 음성 등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해왔다. 이 사업부는 구글 머신러닝 개발에 기여해 온 존 지아난드레아가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시리와 iOS 등에 대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팀 쿡 최고경영자는 지난 2월 1일 컨퍼런스콜에서 “AI 분야의 흥미로운 성과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단, 모빌리티와 AI는 기술이 다른 점도 많아 모빌리티 인력들이 어느 정도 AI 사업부로 옮길지는 미지수란 의견도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 대표는 “모빌리티와 AI는 일부 겹치는 기술도 있지만, 실상 많이 다르다”며 “모빌리티는 충돌 감지, 비전 등의 기술이 많은 반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I 기능은 그 외 기술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빌리티를 포기하고 AI에 집중한다는 것이 효과를 가져올지는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