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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가운데, 단순한 돌봄을 넘어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노년 주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열린 정책 토론회를 계기로 ‘한국형 은퇴자마을(K-CCRC)’ 개념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시니어 토탈 케어 기업 케어닥(대표 박재병)은 10일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국토교통위) 주최로 열린 ‘은퇴자도시가 온다! 초고령사회 대비 시니어 주거 혁신전략 토론회’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는 여야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학계 및 민간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주택, 복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형 은퇴자마을’의 개념 정립과 실현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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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닥에 따르면,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한국형 은퇴자마을(K-CCRC)’은 미국의 ‘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모델을 한국 상황에 맞춰 적용해 보려는 정책 실험의 출발점으로 주목받았다. 단순한 외국 모델 도입이 아닌,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 의료 접근성, 커뮤니티 문화 등을 반영한 독자적 모델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국회 은퇴자도시 연구포럼’ 공동대표인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은 “주거, 의료, 오락, 운동, 커뮤니티 등을 갖춘 1만 가구 이상 대규모 은퇴자 도시는 편안한 노후 생활 제공을 넘어 지방 소멸,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어닥 박재병 대표는 “시니어의 다양한 생애주기에 맞춰 돌봄뿐 아니라 일자리와 여가가 모두 포함된 모델을 만들고, 나아가 이를 해외에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시니어 주거 문제의 시급성을 지적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노인복지주택 공급률은 전체 고령 인구의 0.1%에 그치는 수준이다.
박동현 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회장은 현재 시니어 하우징 시장이 공공임대 위주의 정책과 민간 고급 시설 중심 시장으로 양극화되어 있다며, 정책 지원 확대와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산병원 정희원 교수와 서울시립대 전현우 연구원은 환경과 노화의 관계를 설명하며 이동성과 관계망 중심의 도시 커뮤니티 설계를 제안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면 축사를 통해 “은퇴자마을법 제정 추진, 민간임대법 개정안 등 고령자 주거 안정을 위한 기존 노력에 더해 의료와 복지의 유기적 연계 모델 마련 등 보다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밝혔다.
한편, K-CCRC 모델을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거·의료·여가·커뮤니티를 통합한 복합 모델 설계, 입주자 특성 맞춤형 서비스 제공, 운영 주체의 전문성 인증 등 다각적인 실행 전략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스마트홈 기술, 케어 로봇, 원격 모니터링 등 에이지테크(AgeTech) 기반 솔루션과의 연계 가능성도 향후 주요 과제로 제기될 수 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후속 토론회나 실증 프로젝트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