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911 메모리얼→야간 크루즈, 뉴욕의 대표적인 뮤지엄과 야경을 즐기다

기사입력 2025.05.28 19:12
뉴욕 뮤지엄 투어 2탄 - 911 메모리얼 & 뮤지엄과 휘트니 미술관 그리고 허드슨강 야경까지
  • 희망을 상징하는 하얀 날개 '오큘러스(Oculus)' 외관
    ▲ 희망을 상징하는 하얀 날개 '오큘러스(Oculus)' 외관

    뉴욕 여행 3일 차에는 뮤지엄 2곳과 뉴욕 맨해튼의 로맨틱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야간 크루즈 투어로 일정을 짰다. 이 날 뉴욕에서 경험한 하루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였다. 무거운 역사의 현장에서 시작해 현대 미술의 생동감을 느끼고, 마침내 화려한 야경으로 마무리하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911 메모리얼 & 뮤지엄에서 휘트니 미술관, 그리고 야간 크루즈(Circle Line)까지. 뉴욕이 품고 있는 다채로운 매력을 하루에 모두 담아낸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다.

    911 메모리얼 & 뮤지엄에서 '상실과 기억의 건축'을 보다

    오전에 로어 맨해튼에 위치한 911 메모리얼 파크로 향했다. 로어 맨해튼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하얀 구조물이었다. 마치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친 새처럼 보이는 이 건물이 바로 오큘러스(Oculus)다. 스페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이 40억 달러 규모의 건축물은 2016년 3월 3일에 개장한 세계무역센터 교통허브로, 911 테러로 파괴된 PATH 기차역을 대체하는 새로운 교통의 중심지다.

  • 희망을 상징하는 하얀 날개 '오큘러스(Oculus)' 내부에서 본 모습
    ▲ 희망을 상징하는 하얀 날개 '오큘러스(Oculus)' 내부에서 본 모습

    오큘러스의 하얀 금속으로 덮인 강철 늑골들이 위로, 그리고 밖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손에서 비둘기를 놓아주는 상징적인 움직임을 표현한다. 실제로 이 건물을 보면 평화와 희망의 상징인 비둘기가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연상된다.

  • 911 메모리얼 파크의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
    ▲ 911 메모리얼 파크의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0년 후, 세계무역센터가 사라진 그 자리에는 두 개의 거대한 사각형 풀(pool)이 자리하고 있었다.

    각각의 풀은 원래 남타워와 북타워가 있던 정확한 위치에 만들어졌다. 네모난 홀 가운데로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인공폭포 앞에 서자, 건축가 마이클 아라드가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라고 명명한 이 공간의 깊은 의미가 가슴에 와 닿았다.

    뚫린 네모 공간으로 계속 흐르는 물은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가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한다. 실제로 그 앞에 서면 어딘가로 흘러가는 물소리만이 크게 울려 퍼지며 방문객을 압도한다. 이 물소리는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 911 메모리얼 파크의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
    ▲ 911 메모리얼 파크의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

    풀 둘레의 청동 난간에는 911 희생자 2,977명과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특히 희생자의 생일이 되는 날에는 해당 이름 옆에 흰 장미가 놓여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 공간이 얼마나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 911 메모리얼 & 뮤지엄의 보안 검색대
    ▲ 911 메모리얼 & 뮤지엄의 보안 검색대

    911 메모리얼 & 뮤지엄의 지하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입장할 때부터 보안 검색이 공항 수준으로 엄격해서,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추모의 성지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박물관 티켓은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은데, 현장에서 구매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입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 911 메모리얼 & 뮤지엄 내 세계무역센터의 일부였던 거대한 기둥
    ▲ 911 메모리얼 & 뮤지엄 내 세계무역센터의 일부였던 거대한 기둥

    뮤지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세계무역센터의 일부였던 거대한 기둥이 그대로 보존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높이 11미터에 달하는 이 기둥은 북타워의 지하층을 지탱했던 것으로, 건물 붕괴 후에도 기적적으로 남아있었다. 기둥 표면에는 당시 구조 작업을 했던 사람들의 낙서와 메모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날의 급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 사람들의 반응을 각국 언어로 기록한 전시물
    ▲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 사람들의 반응을 각국 언어로 기록한 전시물

    테러 발생 당일인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 사람들의 반응을 각국 언어로 기록한 전시물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글로 된 뉴스 보도와 시민들의 반응도 포함되어 있어서, 당시의 충격이 얼마나 전 지구적이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미국이 공격받았다”는 한국 뉴스 앵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날 아침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 911 메모리얼 & 뮤지엄 내 ‘Last Column’이라고 불리는 기둥
    ▲ 911 메모리얼 & 뮤지엄 내 ‘Last Column’이라고 불리는 기둥

    ‘Foundation Hall’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빈 공간에는 빌딩의 잔해들이 모아져 있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Last Column’이라고 불리는 기둥이다. 높이 11미터의 이 기둥은 남타워에서 제거된 마지막 구조물로, 구조 작업자들과 가족들이 남긴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실종자를 찾는 전단지들이 붙어있는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 당시 가족들의 절망적인 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 현장에서 파괴된 FDNY 소방차 Ladder 3
    ▲ 현장에서 파괴된 FDNY 소방차 Ladder 3

    현장에서 파괴된 FDNY 소방차 Ladder 3도 전시되어 있다. 이 소방차는 남타워 붕괴 시 완전히 부서졌지만, 소방관들의 용기와 희생을 상징하는 중요한 유물로 보존되고 있다. 소방차 옆에는 당시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소방관들의 사진과 증언이 전시되어 있어, 그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기릴 수 있다.

  • 911 메모리얼 & 뮤지엄의 베세이 계단(Vesey Street Stairway)
    ▲ 911 메모리얼 & 뮤지엄의 베세이 계단(Vesey Street Stairway)

    생존자들이 걸어 내려왔던 계단도 관람할 수 있다. 이 계단은 베세이 계단(Vesey Street Stairway)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계단을 통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계단의 콘크리트 표면에는 당시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날의 아비규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 911 메모리얼 & 뮤지엄 내 거대한 파란 벽면
    ▲ 911 메모리얼 & 뮤지엄 내 거대한 파란 벽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거대한 파란 벽면이었다.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시간의 기억으로부터 단 하루도 당신을 지울 수 없다)'라는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시구가 새겨진 이 벽면은 '잊지 않는 것'이라는 추모의 본질을 담고 있다.

    파란 벽면은 채도가 다른 2,983개의 네모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1993년과 2001년 테러 희생자 수를 합한 숫자다. 각 블록은 테러 당일 아침 하늘의 색깔을 재현한 것으로, 그날의 맑고 파란 하늘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9월 11일 아침은 완벽하게 맑은 날씨였고, 이런 평범한 화요일 아침에 일어난 비극이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런 세심한 의미를 알고 나니 작품이 더욱 가슴 깊이 와 닿았다.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에는 상세한 설명이 있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각각의 의미를 음미하며 관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감정적으로 무거운 공간이지만, 그만큼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휘트니 미술관’에서 한국계 작가의 혁신적 예술 세계를 만나다


    911 뮤지엄에서의 무거운 감정을 뒤로하고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로 향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14th Street-Union Square역에서 내린 후, 14번가를 따라 서쪽으로 걸어가면 휘트니 미술관에 도착한다. 약 20분 정도의 도보 거리지만, 맨해튼의 거리 풍경을 감상하며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휘트니 미술관 외관
    ▲ 휘트니 미술관 외관

    휘트니 미술관이 위치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는 과거 정육점들이 모여 있던 곳에서 현재는 뉴욕의 가장 트렌디한 지역 중 하나로 변모했다. 2015년 이전한 휘트니 미술관의 새 건물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현대적인 건축물로, 허드슨 강과 하이라인 파크가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휘트니 미술관은 건물 외관부터 눈길을 끌었다. 회색 콘크리트와 유리로 이루어진 모던한 디자인이 주변의 산업적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특히 건물에 마련된 야외 테라스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뉴욕의 다른 미술관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휘트니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 휘트니 미술관에서 오는 7월 6일까지 한국계 미국인 작가 '크리스틴 선 김(Christine Sun Kim)'의 첫 대규모 개인전 'All Day All Night'이 열린다.
    ▲ 휘트니 미술관에서 오는 7월 6일까지 한국계 미국인 작가 '크리스틴 선 김(Christine Sun Kim)'의 첫 대규모 개인전 'All Day All Night'이 열린다.

    지난 3월에 휘트니 미술관에 방문했을 때에 한국계 미국인 작가 '크리스틴 선 김(Christine Sun Kim)'의 첫 대규모 개인전 'All Day All Night'이 열리고 있었다. 오는 7월 6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1980년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서 태어난 그녀가 농인이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소리와 의사소통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예리한 위트와 날카로운 비평 의식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그녀는 소리와 다양한 형태의 의사소통의 복잡성을 표현했다.

  • 뮤지엄 1층에서 만난 No Way, Finish(2018)는 청인들이 사용하는 "No way", "I did", "Stop" 등의 표현과 농인들이 사용하는 "Finish"라는 표현을 대비시킨 작품이었다. 같은 의미를 전달하지만 완전히 다른 언어적 체계를 사용하는 두 문화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My Voice Acts Like ROYGBIV(2015)는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무지개 색깔로 표현한 작품이다. 농인인 그녀에게 목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진동과 색채로 인식되는데, 이를 기하학적 패턴으로 형상화했다. 작품을 보면서 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새로운 관점을 경험할 수 있었다.

  • 한국계 미국인 작가 '크리스틴 선 김(Christine Sun Kim)'의 작품
    ▲ 한국계 미국인 작가 '크리스틴 선 김(Christine Sun Kim)'의 작품

    3층에서는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룬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One Week of Lullabies for Roux(2018)는 그녀가 자신의 딸 루(Roux)를 위해 일주일 동안 그린 자장가들이다. 농인인 엄마가 청인인 딸에게 어떻게 자장가를 불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듣는 것이 아닌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자장가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다.

    각 자장가마다 다른 색채와 패턴을 사용해서, 마치 음표처럼 흘러가는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냈다. 작품 옆에는 실제로 헤드폰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자장가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Three Tables III(AGB, HPA, DTS)(2020)는 농인 커뮤니티에서 경험하는 세 가지 어려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AGB는 Alexander Graham Bell(전화를 발명했지만 농인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인물), HPA는 Hearing People Anxiety(청인들에 대한 불안감), DTS는 Dinner Table Syndrome(가족 식탁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농인들의 경험)을 의미한다. 이런 복잡한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나니 김의 작품이 단순한 개인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Degrees of My Deaf Rage in the Art World(2018)
    ▲ Degrees of My Deaf Rage in the Art World(2018)

    8층 전시장에서 만난 대형 벽화 Ghost(ed) Notes(2024, 2025년 재현)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였다. 여러 벽면에 걸쳐 재현된 이 사이트 특정적 작업은 음악적 요소와 시각적 언어가 결합된 그녀의 최신작으로, 전시의 백미였다. 검은 색과 흰 색의 대비가 강렬한 이 작품은 마치 거대한 악보처럼 보이기도 하고, 추상적인 회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Degrees of My Deaf Rage in the Art World(2018)는 미술계에서 농인으로서 경험하는 다양한 분노의 정도를 각도로 표현한 차트 형식의 작품으로,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유머와 정치적 비판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Curator assumes I'm an inspiration porn star", "Artist assumes my work is therapy" 같은 문구들을 보며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계 작가가 미국 주류 미술관에서 이토록 강력하고 직설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 휘트니 뮤지엄의 야외 테라스
    ▲ 휘트니 뮤지엄의 야외 테라스

    미술관 관람 후에는 8층에 있는 스튜디오(Studio Bar)로 향했다. 새롭게 리뉴얼된 이 공간은 방문객들에게 조용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야외 테라스에서 바라본 허드슨 강의 전망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도시 스카이라인과 허드슨 강, 하이라인 파크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뉴욕 여행의 필수 포토 스팟이다. 특히 해질녘 시간대에는 노을이 강물에 반사되어 더욱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테라스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허드슨 강을 배경으로 한 인생샷을 남기려는 여행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은 뉴욕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만한 퀄리티였다.

    ‘Circle Line 야간 크루즈’에서 맨해튼의 로맨틱한 야경 감상


    맨해튼의 야경을 감상해보기 위해 Circle Line 야간 크루즈를 선택했다. Pier 83에 위치한 Circle Line 터미널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저녁 7시 출발하는 야간 크루즈를 예약했는데,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현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 Circle Line 야간 크루즈
    ▲ Circle Line 야간 크루즈

    크루즈 선박에 올라타자마자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이 하루 종일 걸어 다녔던 피로를 씻어주었다. 하루 종일 실내에서 보낸 후라 야외 데크에서 맞는 허드슨 강의 바람이 특히 상쾌하게 느껴졌다. 크루즈는 총 2시간 동안 진행되며, 맨해튼 남단을 돌아 자유의 여신상까지 가는 코스로 운행된다.

  • 출발과 동시에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서서히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낮에는 웅장한 건물들로 보였던 것들이 밤이 되니 마치 거대한 보석함처럼 반짝였다. 특히 석양이 지는 시간대와 맞물려 자연광과 인공조명이 어우러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 크루즈는 허드슨 강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서 맨해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미드타운 지역을 지나면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조명이 밤하늘을 수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로어 맨해튼 지역에 도달하자 낮에 방문했던 911 메모리얼이 있는 그 지역이 강 위에서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자유의 탑)가 밤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에서 뉴욕의 불굴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높이 541미터의 이 건물은 밤에 보니 더욱 웅장하고 상징적으로 느껴졌다.

  • 브루클린 브리지
    ▲ 브루클린 브리지

    브루클린 브리지의 불빛이 강물에 반사되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1883년에 완공된 이 다리는 밤에 조명을 받으면 그 고딕 양식의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인다. 크루즈에서 바라본 브루클린 브리지는 뉴욕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크루즈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리버티 아일랜드(Liberty Island)에 위치한 여신상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 웅장함이 더욱 실감났다. 높이 93미터의 여신상은 밤에 조명을 받아 더욱 신비롭게 보였다. 크루즈는 여신상 주변을 천천히 돌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여신상 앞에서 많은 승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특히 여신상을 배경으로 한 셀카는 뉴욕 여행의 필수 인증샷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낮에 방문했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를 강 위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휘트니 미술관이 있는 그 지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대적인 건물들의 조명이 강물에 비치는 모습이 마치 수채화 같았다. 특히 하이라인 파크 주변의 조명들이 만들어내는 야경은 낮에 보았던 산업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크루즈가 끝날 무렵, 맨해튼의 야경은 절정에 달했다. 모든 건물들이 불을 밝히고, 강물 위에 반사된 불빛들이 마치 또 다른 도시를 만들어내는 듯했다. 2시간의 크루즈 동안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들을 모두 둘러본 후, 다시 Pier 83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하루 종일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911 메모리얼에서 느꼈던 숙연함, 휘트니 미술관에서 만난 현대 예술의 생동감, 그리고 야간 크루즈에서 경험한 뉴욕의 낭만. 하루 동안 경험한 감정의 스펙트럼이 이토록 넓을 줄은 몰랐다.

    아침에 911 메모리얼에서 느꼈던 무거운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성찰과 감사의 마음으로 변화했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휘트니 미술관에서 만난 크리스틴 선 김의 작품들은 예술이 얼마나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한국계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미국 주류 사회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은 인상적이었다. 언어와 소통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그녀의 작품들을 보며, 다양성과 포용성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뉴욕의 야경
    ▲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뉴욕의 야경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뉴욕의 야경은 이 도시가 왜 '꿈의 도시'라고 불리는지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해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만들어낸 불빛들이 강물 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며,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뉴욕에서 보낸 하루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무엇보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하루 만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런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뉴욕다운' 경험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