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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라이브러리부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까지… 하루에 즐기는 뉴욕 뮤지엄 여행

기사입력 2025.05.28 15:48
뉴욕 뮤지엄 투어 1탄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The Morgan Library & Museum)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The Morgan Library & Museum)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The Morgan Library & Museum)

    뉴욕은 흔히 ‘잠들지 않는 도시’, ‘쇼핑과 뮤지컬의 도시’로 많이 불리지만, 이 도시는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지식과 예술이 집적된 공간이기도 하다.

    나는 이번 뉴욕 여행에서 하루 일정으로 뉴욕의 또 다른 얼굴을 따라가 봤다. 오전에는 JP 모건의 개인 서재에서 출발한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을 찾았다. 구텐베르크 성경, 찰스 디킨스의 자필 원고, 다빈치의 드로잉 등 인류의 지적 유산이 고요히 보존된 이곳은 마치 한 권의 거대한 인문서 같았다.

    그리고 오후, 센트럴파크를 끼고 이동한 곳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다. 고대 이집트 유물부터 고흐, 모네, 로댕까지 책 속에서 출발한 상상력은 캔버스와 조각으로 이어지도록 일정을 만들었다. 하루 만에 ‘지성과 감성’, ‘사유와 표현’을 모두 만난 날. 그날의 여정은 박물관 관람이라기보다 인간이 쌓아온 상상력과 표현의 기록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에 가까웠다.

    뉴욕 여행의 숨겨진 보물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The Morgan Library & Museum)’


    맨해튼의 화려한 고층 빌딩 숲 사이에 숨어있는 작은 궁전 같은 공간,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The Morgan Library & Museum)은 뉴욕 여행에서 놓치기 쉽지만, 반드시 방문해야 할 명소다. 매디슨 애비뉴 225번지에 자리한 이곳은 20세기 초 미국 금융계의 거물 J.P. 모건(1837-1913)의 개인 서재였던 공간이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내부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내부

    모건 라이브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에 사로잡혔다. 2006년 완공된 렌조 피아노의 현대적인 아트리움을 지나 모건의 원래 서재로 들어서면, 그 웅장함과 우아함에 숨이 멎을 정도다. 르네상스 양식의 3층 높이 서가에 빽빽하게 꽂힌 고서들, 화려한 천장 벽화, 정교한 대리석 기둥, 그리고 따뜻한 자연광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스며드는 모습은 마치 유럽의 고성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내부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내부

    이곳은 일반적인 도서관의 개념을 뛰어넘는 공간이다. 모건의 취향과 안목이 반영된 예술 작품들의 집합체이자, 그가 세상에 남긴 문화적 유산이다. 특히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이 한 개인의 컬렉션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옛 건물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피아노의 현대적 디자인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보는 듯하다.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의 구텐베르크 성경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의 구텐베르크 성경

    구텐베르크 성경은 모건 라이브러리의 하이라이트다. 서양에서 활자로 인쇄된 최초의 대형 서적인 이 성경은 양피지에 인쇄된 1부와 종이에 인쇄된 2부를 볼 수 있어, 인쇄술의 혁명적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13세 모차르트의 초기 편지부터 '하프너 교향곡', '피아노 협주곡 21번' 원고까지, 천재 작곡가의 손길이 직접 닿은 악보들은 음악 애호가라면 심장이 뛸 만한 보물이다. 악보 위에 남겨진 모차르트의 필체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창작 과정에 함께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내부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내부

    1,100여 점에 달하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필사본 컬렉션은 모건 라이브러리의 자랑이다. 특히 정교한 일러스트레이션과 금박 장식은 중세 유럽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크리스마스의 고전 '크리스마스 캐럴'의 원본 원고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문학 팬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다. 디킨스가 직접 수정하고 메모한 흔적이 남아있는 이 원고는 작가의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500점에 달하는 렘브란트의 작품들은 미술사 애호가들에게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섬세한 선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들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내부
    ▲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내부

    대형 미술관의 북적거림에 지친 여행자에게 모건 라이브러리는 천국과도 같은 휴식처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모마처럼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책과 예술에 둘러싸인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방문객들의 경건한 태도였다. 마치 성당에 들어선 듯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은 이곳이 관광지를 넘어서 예술과 지식의 성지임을 느끼게 해준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가는 방문객들의 집중된 눈빛은 모건 라이브러리의 또 다른 매력이다.

  • "엄청난 부를 가진 좋은 취향의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모아놓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라는 한 방문객의 표현이 이곳의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해 준다. 특히 금요일 저녁 무료 개방 시간에는 음악회가 열리기도 하니, 책과 예술,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말자.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은 225 Madison Avenue(36번가와 교차)에 위치해 있으며, 화요일부터 목요일,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금요일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성인 $25, 학생(ID 지참) $13, 12세 이하는 무료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지만 예약이 필수이며, 화요일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역사적인 서재 공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일 12시 30분에는 가이드 투어가 제공되며 이는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다. 그랜드 센트럴이나 펜 스테이션에서 도보로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무료 입장 시간은 인기가 많아 미리 계획하는 것이 필수다. 방문 시간은 1~2시간이면 충분하지만, 특별 전시회가 있을 경우 더 많은 시간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세계 예술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뉴욕 여행 중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줄임말 'The Met')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방문 코스다. 그러나 축구장 13개 크기에 달하는 이 거대한 미술관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람할 수 있을까?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전시품은 방대하기만 하다. 나는 이번 뉴욕 여행에서 짧은 시간에 메트로폴리탄의 핵심을 경험하기 위해 앳홈트립 서비스를 통해 미리 전문 도슨트 투어를 예약했다. 미술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며 200만 점이 넘는 소장품 중 꼭 봐야 할 명작들을 효율적으로 둘러봤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첫인상은 압도적이다. 센트럴 파크 동쪽, 5번가에 위치한 웅장한 네오클래식 건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구에 있는 이불(Lee Bul) 작가의 'Long Tail Halo(긴 꼬리 후광)' 시리즈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구에 있는 이불(Lee Bul) 작가의 'Long Tail Halo(긴 꼬리 후광)' 시리즈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기 전, 대리석 기둥 사이 네 개의 니치(벽감)에 설치된 미래적이면서도 고전적인 느낌이 혼합된 조각상이 눈에 띄었다. 조각상은 바로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적 거장 이불(Lee Bul) 작가의 'Long Tail Halo(긴 꼬리 후광)' 시리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The Genesis Facade Commission)' 시리즈의 일환으로 2024년 9월부터 전시된 이 작품은 이불 작가가 20년 이상 만에 미국에서 선보이는 주요 프로젝트다. 입구 양쪽에는 'Long Tail Halo: CTCS #1'과 'Long Tail Halo: CTCS #2'가, 그 옆으로는 'Long Tail Halo: Secret Sharer II'와 'Long Tail Halo: Secret Sharer III'가 설치되어 있다.

    인간과 기계, 고전과 미래가 융합된 이 작품들은 미래주의 작품을 연상시키면서도 고대 그리스 조각상의 위엄을 담고 있어 미술관의 역사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듯했다. 한국 관광객으로서 세계적인 미술관 입구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며 미술관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에서 도슨트 투어 중인 한국인 여행객들의 모습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에서 도슨트 투어 중인 한국인 여행객들의 모습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헤매기 쉽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현명했던 선택은 앳홈트립을 통해 미리 예약한 전문 도슨트 투어였다. 우리 그룹을 안내한 도슨트는 작품 설명뿐만 아니라 역사적 맥락과 작가의 의도, 그리고 작품이 갖는 문화적 의미까지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투어에서는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작품과 쉽게 지나치기 쉬운 숨은 명작들을 균형 있게 소개받을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단순히 '유명하다'는 이유로 몇몇 작품 앞에서만 시간을 보냈을 텐데, 도슨트의 안내 덕분에 효율적인 동선으로 미술관의 핵심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

    도슨트 투어의 첫 번째 목적지는 많은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덴두르 신전(Temple of Dendur)이었다. 기원전 10년경 로마 시대에 건설된 이 이집트 신전은 1960년대 아스완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했다가 미국의 지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집트 정부가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완전한 형태로 이전된 이 신전은 넓은 홀에 물가와 함께 설치되어 있어 자연광이 들어오는 분위기가 압권이다. 신전 벽면에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새긴 상형문자와 로마 시대 방문객들이 남긴 낙서까지 볼 수 있어 역사의 층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유럽 회화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밀밭의 사이프러스(Wheat Field with Cypresses)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유럽 회화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밀밭의 사이프러스(Wheat Field with Cypresses)

    이집트 컬렉션에 이어 유럽 회화 갤러리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미술 교과서에서만 보던 명작들을 실제로 마주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의 '밀밭의 사이프러스(Wheat Field with Cypresses)'였다. 1889년 6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기에 그린 이 작품은 생동감 넘치는 붓터치와 선명한 색채 대비가 실물로 보니 훨씬 강렬했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

    클로드 모네의 '수련(Water Lilies)' 시리즈와 렘브란트의 자화상,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섬세한 실내 장면도 놓치지 않고 감상했다. 특히 자크-루이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The Death of Socrates)'은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보니 철학자의 위엄과 제자들의 슬픔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 유럽 미술을 감상한 후에는 미국 윙(American Wing)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에마누엘 로이체의 거대한 역사화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워싱턴(Washington Crossing the Delaware)'이었다. 약 3.6m × 6.4m 크기의 이 대형 캔버스는 미국 독립전쟁의 중요한 순간을 극적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 미국 윙을 나와 중세 미술 섹션으로 이동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유니콘 태피스트리(The Unicorn Tapestries)'였다. 1495년과 1505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7점의 태피스트리 시리즈는 유니콘 사냥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상징과 의미는 훨씬 복잡하다고 한다.

  • 이어서 방문한 무기와 갑옷(Arms and Armor) 갤러리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인기 있는 공간이었다. 중세 시대 기사들이 실제로 착용했던 갑옷과 말 갑옷, 다양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마치 판타지 영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 투어의 마지막 부분은 현대 미술 섹션이었다. 파블로 피카소의 큐비즘 작품부터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앤디 워홀의 팝아트까지 20세기 미술의 혁명적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특히 잭슨 폴록의 '가을 리듬(Autumn Rhythm)'은 거의 8미터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로, 가까이서 보면 물감이 캔버스 위에 튀겨진 혼돈처럼 보이지만, 거리를 두고 보면 놀라운 리듬감과 균형을 느낄 수 있었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생각보다 훨씬 넓기 때문에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편안한 신발은 필수이며,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미술관 내에는 여러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휴식과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그레이트 홀 발코니 카페(Great Hall Balcony Cafe)는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어 추천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공식 앱이 있어, 이를 미리 다운로드해 두면 유용하다. 앱에는 전시 정보뿐만 아니라 관람 경로 추천, 작품 검색, 오디오 가이드 등 다양한 기능이 있어 자유 관람 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류의 예술적 여정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책 같았다. 5천 년 전 이집트 미술부터 오늘날 현대 미술까지, 시대와 문화를 넘나드는 예술의 세계를 하루 만에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다음에 뉴욕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하루가 아닌 이틀, 삼일에 걸쳐 더 여유롭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탐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의 방문으로는 이 거대한 예술의 보고를 완전히 경험하기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매력이 아닐까? 몇 번을 방문해도 새로운 발견과 감동이 기다리고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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