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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6%를 넘어섰다. 고령화는 더 이상 뉴스 속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많은 20~30대는 이 변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23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65%가 고령화를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나, 이를 ‘내 문제’로 여기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령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예정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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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경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30대는 은퇴 후 충분한 연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사회적 안전망만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 노후 빈곤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방식 역시 달라질 전망이다. 노동력 부족은 산업구조를 흔들고, 의료비 증가와 복지 재정 부담은 젊은 세대에 전가될 것이다. 주거, 소비, 일자리 패턴 또한 지금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 논의에서는 ‘저출산’이 자주 등장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인구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출산율이 당장 반등하더라도,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린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초고령사회는 이미 예정된 현실이다. 출산율 회복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현재 고령화 대응 정책은 과거보다 개선되고 있다. 제4차 고령사회 기본계획(2024~2028)에는 건강 수명 연장, 고령자 자립 생활 지원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여전히 사후적 관리 중심 정책이 많고, 본질적 구조 대응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건강 수명을 연장하고, 노후에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세대 간 갈등이 아니라, 세대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고령화 사회를 ‘누군가의 짐’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미래로 설계해야 한다.
준비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하루 10분 근력 운동, 소액 저축, 주변 사람들과 꾸준한 관계 유지 같은 작은 실천으로도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또한 개인적 준비를 넘어 사회를 바꿀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고령화 문제를 ‘내 일’로 인식하고, 건강 수명 연장과 자립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고령화 대응은 복지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디지털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주거 시스템 등 에이지테크(AgeTech) 기술이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활용하려면 세대 간 디지털 격차 해소 또한 필수적이다.
고령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10년, 20년 뒤 우리는 더 좁고 불편한 세상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작은 변화를 시작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고 서로를 지지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