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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리포트] 이상과 현실 사이, 에이지테크가 메울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25.06.03 07:00
  • 현재 방영 중인 EBS 프로그램 ‘귀하신 몸’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건강 프로그램과는 다른 방식으로 건강 문제에 접근했다. 그간의 건강 프로그램이 특정 질환이나 약, 식품, 시술 등에 집중해 왔다면, 이 프로그램은 ‘왜 몸이 아픈가’를 근본적으로 질문한다. 수년간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던 건강 문제를 다양한 정밀 검사는 물론, 수면, 스트레스, 운동, 식사 등 생활 전반의 습관을 함께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 맞춤 처방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끌어낸다.

  •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놓치기 쉬운 건강의 조각을 보완하고 연결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놓치기 쉬운 건강의 조각을 보완하고 연결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이상적인 의료의 모습이 한편으론 또 다른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처럼 통합적이고 개인화된 진단을 받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심되는 증상이 있어 여러 병원을 전전해도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병원에서는 위장 문제라 하고, 다른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라 하며, 결국 치료는 증상 억제에 머무는 일이 다반사다.

    현실의 진료 시스템은 시간과 자원이 제한된 구조 속에서 운영된다. 의료진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환자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진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환자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보다는, 과별로 분절된 방식의 접근이 일반적이다.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에이지테크(AgeTech)다. 에이지테크는 고령층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의료 시스템의 틈새를 메워줄 수 있는 ‘예방 중심’ 기술 인프라로서, 전 세대가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 패턴, 심박수, 활동량 등을 장기간 수집하면 단편적인 병원 진료만으로는 알 수 없는 패턴과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은 표면 아래 숨은 건강 문제의 조기 신호를 포착하고, 병원 진료 이전에 위험군을 가려낼 가능성을 제공한다.

    물론,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디지털 헬스 기술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의료 현장과의 연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해석, 그리고 사용자 중심의 접근 방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던 ‘개인 맞춤형 예방’의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EBS ‘귀하신 몸’은 이상적인 의료의 방향을 보여준다. 그리고 에이지테크는 그 방향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지 않지만, 사람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메워줄 수 있다. ‘나만을 위한’ 의료가 특정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사회 전체의 기본값이 되는 날을 위해,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울 기술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