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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리를 위해 디지털 헬스 기기를 사용하는 이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 밴드 등의 보급형 건강 관리 기기를 넘어 연속 혈당측정기(CGM)와 같은 전문 기기를 사용하는 일반인도 많아졌다.
CGM은 과거에는 주로 당뇨병 환자를 위한 기기로 여겨졌지만, 2023년부터 ‘혈당 스파이크(식후 급격한 혈당 상승)’ 개념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며 일반인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혈당 변동이 질병 예방, 체중 관리, 피로감 해소 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보다 정밀한 건강 관리 수단으로서 CG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23년 3월, FDA가 일반인을 위한 OTC(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CGM인 ‘Dexcom Stelo’를 승인하며 이 같은 흐름에 힘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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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건강기기 트렌드를 넘어, 우리의 생체 활동이 디지털화되는 흐름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건강 문제는 단지 특정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전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 데이터를 보는 눈, 즉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성장세도 이를 방증한다. 글로벌 CGM 시장은 2023년에 약 46억~109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31년에는 330억 달러, 2034년에는 최대 47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환자 치료용에서 벗어나, 일반인의 건강관리 수단으로 CGM의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속 혈당측정기를 비롯한 다양한 센서 기반 건강 기기의 사용은 우리가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방식의 전환을 뜻한다. 그러나 데이터를 모으는 것만으로 건강관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측정된 혈당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 수치가 내 생활의 어떤 요소와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수치는 오히려 혼란만 줄 수도 있다. 이는 ‘기술을 쓰는 사람이 그 기술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디지털 헬스 시대의 핵심 과제를 드러낸다.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건강한 성인에 대한 CGM 사용이 오히려 불필요한 식습관 강박이나 건강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CGM의 활용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목적에 따라 신중히 결정되어야 하며,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균형 있게 수용하는 사용자 역량이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둘러싼 환경이다. 디지털 헬스 기술이 모두에게 공평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 설계는 물론이고,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는 곧 ‘에이지테크’가 단지 기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기술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인프라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에이지테크는 고령자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는 전 생애주기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며, 그 전제가 되는 것은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다. 연속 혈당측정기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은, 이제 우리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시대를 넘어, 병이 생기기 전에 스스로를 이해하고 관리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건강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데이터에 익숙해져야 하고, 그 데이터를 삶의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에이지테크는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자, 사회가 함께 만들어야 할 새로운 건강관리의 언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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