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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산업이기도 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유행은 빠르게 바뀌고, 그에 따라 옷은 쉽게 버려진다. 이러한 패스트 패션 구조는 환경과 사람 모두에 부담을 주는 방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단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 과정에서의 노동 윤리부터 제품의 내구성, 폐기 이후의 순환 구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한 소비 방식이다. ‘덜 사고, 잘 고르고, 오래 입자’는 영국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제시한 철학처럼, 우리가 옷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지속가능한 패션이 일상에 뿌리내릴 수 있다.
MZ세대는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를 소비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이 브랜드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윤리적인지가 제품 구매의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또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이러한 정보는 빠르게 공유되며, 브랜드의 윤리적 정체성은 곧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반면, 40~50대는 실용성과 내구성을 중심으로 소비한다. 가격 대비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잘 만든 옷을 오래 입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절약이자 지속 가능한 삶의 실천이라 여긴다. 자녀와 함께 리사이클링 브랜드를 찾거나, 유행이 지난 옷을 수선해 다시 입는 사례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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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패션은 더 이상 소수 브랜드의 실험이 아니다. 파타고니아는 수선해서 입기를 장려하며 오래 입는 가치를 강조하고, 스텔라 맥카트니는 비건 가죽과 지속가능한 생산 공정을 도입해 고급 패션의 기준을 다시 쓰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오롱FnC의 ‘래코드(RE;CODE)’는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모어댄의 ‘컨티뉴(Continew)’는 폐자동차의 가죽 시트, 에어백 등을 활용해 가방과 액세서리를 제작한다. 젝시믹스는 리사이클 원단을 활용한 친환경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소비자들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옷을 오래 입기 위한 수선 문화가 퍼지고 있으며,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도 활기를 띠고 있다. 또 필요할 때만 빌려 입는 의류 렌탈 서비스도 실용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단지 환경을 위한 선택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와 지구를 함께 살리는 삶의 방식이다. 누군가는 윤리적인 이유로, 또 누군가는 건강과 실용의 측면에서 이 길을 택한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작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옷장을 들여다보고, 한 벌의 옷을 더 오래 입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지속가능한 삶은 매일의 반복되는 선택들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오늘도 ‘무엇을 입을 것인가’를 고민하며, 동시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든다.
- 권연수 기자 likego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