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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바람과 함께 봄꽃 소식이 들려오며 야외 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겨우내 우중충했던 거리도 따스한 햇살 덕분에 한층 밝아졌고, 도심 곳곳은 나들이 인파로 북적인다. 하지만 이맘때쯤 가장 주의해야 할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자외선이다.
자외선이라고 하면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봄철에는 일조량이 늘고 자외선 강도도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3월부터 여름까지는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자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 태양에서 오는 복사 에너지의 하나로, 파장에 따라 자외선 A(UVA), B(UVB), C(UVC)로 나뉜다. 이 중 자외선 C는 대부분 오존층에서 걸러지며,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A와 B다.
자외선 A는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약 95%를 차지하며, 파장이 길어 피부 깊숙한 진피층까지 도달한다. 이로 인해 피부 노화는 물론이고 기미, 주근깨 같은 색소 침착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피부암의 위험까지 높인다. 또 눈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자외선 B는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해 주로 피부 표면에 작용한다. 일광 화상을 유발하고 피부 DNA를 손상시켜 피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외선 A가 하루 종일 비교적 일정한 강도를 유지하고 흐린 날씨에도 영향을 미치는 데 비해, 자외선 B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강도가 높아지고, 특히 여름철에 그 영향이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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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매일 두 차례 자외선 지수를 발표해 자외선 피해 예방을 돕고 있다. 5단계로 구분되는 지수는 0~2까지 낮음, 3~5까지 보통, 6~7까지 높음, 8~10까지 매우 높음, 11 이상은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분류한다. 지수가 낮으면 별도의 보호 조치는 필요 없지만,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저강도에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것을 기상청은 권장한다.
이는 자외선 차단이 여름 한 철만의 과제가 아니라 사계절 내내 실천해야 할 기본적인 생활 습관임을 뜻한다.
자외선 차단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외선 차단제의 활용이다. 제품에 표시된 SPF는 자외선 B를, PA는 자외선 A를 막아주는 지표다. 일상적인 외출에는 SPF 20~30, PA++ 정도의 제품이 적절하며, 야외 운동이나 여행, 물놀이처럼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될 때는 SPF 50+, PA+++ 이상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외선 차단제는 외출 15~30분 전에 충분한 양을 바르고,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이마, 코, 귀, 목, 손등처럼 자주 노출되는 부위는 꼼꼼히 챙겨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차단제 외에도 챙이 넓은 모자,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 양산 등 물리적 차단 도구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자외선은 단지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자외선은 단순한 햇살이 아닌 생활 속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갈수록 강해지는 햇볕과 길어지는 폭염의 계절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상의 작은 습관을 통해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자외선 차단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건강 수칙이 되어야 한다.
- 권연수 기자 likego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