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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민아, "'악연' 통해 새로운 내 모습 봐…악역 갈증은 여전해" [인터뷰]

기사입력 2025.04.15.16:38
  • 사진: 넷플릭스 제공
    ▲ 사진: 넷플릭스 제공
    "저는 악역을 너무 해보고 싶었다. '악연' 대본을 받았을 때도 '내 역할이 나쁜 사람인가'하는 것부터 확인했다. (웃음) 그동안 악역은 한 번도 안 들어왔다. 감독님들이 저에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으니 아직은 안 주시는 거겠거니 생각한다. 그렇지만 기회가 되면 꼭 악역을 해보고 싶다."

    신민아는 '로코퀸'을 꼽으면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배우다. 특유의 사랑스러움에 해사한 미소가 보는 이마저 로맨스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신민아는 로코만큼이나 스릴러 장인이기도 하다. 청순한 미모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때로는 처연한 눈빛, 신민아는 자신의 강점으로 장르적 폭도 넓혀왔다.

    그런 신민아에게도 유독 허락되지 않은 게 있다. 악역이다. 넷플릭스 '악연'을 제안받았을 때 악역인지부터 확인했다는 신민아는 아쉬움도 잠시, 서사의 몰입도와 캐릭터에 빠져 출연을 결정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이 전편 공개된 후,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신민아와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로, 극 중 신민아는 과거의 상처로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외과의사 '주연' 역을 맡았다. 주연은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존재와 우연히 재회한 후 복수를 다짐하는 인물이다.
  • Q. '악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첫인상은 어땠나. 작품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대본을 받았을 때 주연이 이야기가 좀 뒤에 나오지 않나. 그런 구성이 신선했다. 또 '목격남', '사채남'처럼 제대로 된 이름도 모르겠고, '누가 주인공이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라 뒤가 계속 궁금했다. (대본에) 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안 나왔는데도 '이건 웬만하면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주연이의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 '연기가 많이 어렵겠다' 싶었다. 하지만 참여하면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라 선택했다."

    "워낙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 스릴러를 보다 보면 그 안의 내 모습도 상상하게 된다. 또 '악연'은 캐릭터가 막 끌린 작품이기도 했다. 이야기에 끌려서 결정할 때도 있지만 캐릭터에 끌릴 때가 있는데, '악연'은 그런 작품이었다. 게다가 함께 하는 분들이 한 번도 작업해 보지 못한 분들이라 같이 해보고 싶었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Q. 주연이는 고교 시절 믿었던 이로부터 큰 상처를 받았다. 번듯한 의사가 된 지금까지,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큰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을 표현하는 지점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주연이가 등장하는 모든 신이 걱정됐다. 저는 처음부터 주연이의 감정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나. 큰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표출하는 감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대본을 보면 표현했을 때의 에너지를 상상하게 된다. 내가 너무 생각하면 오히려 표현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내가 주연이라면 '이 고통은 어느 정도로 표현할까' 고민했다. 너무 가벼워 보여도 안 되고, 너무 (감정이) 드러나면 설정으로만 보일까 싶어서 그런 지점에서 많이 생각했다."
  • Q. 주연이는 '목격남'(박해수)를 만난 후 다시 트라우마를 상기한다. 이후 목격남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는 상상 신에서는 잔혹한 주연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는데, 신민아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배우는 어떻게 생각하면서 신을 준비했나.

    "꿈에서 목격남을 찌르는 신은 제가 봐도 새로운 내 모습 같았다. 대본을 볼 때는 잠시나마 주연이의 분노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신을 준비할 때 '목격남을 아예 세게 찌를까'하는 고민도 했지만, 저는 주연이의 모습이 좀 슬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정과 아픔이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얼굴에 피도 묻혀보고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고 싶기도 했다."

    Q. 극 중 '목격남' 역의 박해수, 그리고 주연의 연인이자 동료 의사 '정민' 역의 김남길과 호흡했다. 두 배우와의 현장은 어땠나.

    "저는 이번 작품 하면서 거의 박해수 씨, 김남길 씨 두 분과 붙었다. 워낙 이름만으로도 알려진 배우들 아닌가. 현장에서 배려해 주시는 걸 많이 느꼈다. 현장에서 박해수 배우가 가진 원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화상 분장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정말 천사 같으시더라. 본체가 선한 분이구나 싶었다."

    "김남길 배우님은 저랑 거의 비슷한 분량으로 나오시는데 특별 출연이셨다. (웃음) 워낙 중요한 인물이지 않나. (김남길 배우는) 생각했던 것보다 되게 밝으셨다. 로맨스 매력도 가지고 계셔서 편안함을 느끼며 연기했고, 장난기가 많으셔서 편하게 호흡할 수 있었다. 웃음 때문에 NG가 많이 났는데 김남길 배우의 탓이 없지 않다."
  • Q. 워낙 선한 이미지와 러블리한 캐릭터로 사랑 받아왔다. 배우 본인은 쭉 악역 갈증을 드러내고 있기도 한데, 앞으로는 신민아의 어떤 모습을 기대해 보면 좋을까.

    "로코 작품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는 그런 제 모습도 너무나 사랑한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건 모든 배우가 꿈꾸는 환상이자 숙제이지 않나 싶다. 데뷔 때부터 배우로서의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왔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배우로서 어떤 위치이고 어느 포지션인가'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더라. 그저 제안 주신 작품 속에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악역에 대한 갈증은 아직도 있다. 언젠가는 '악연'에 나왔던 인물들처럼 악한 캐릭터를 하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 진짜 나쁜 사람, 정말 못된 사람을 한 번도 안 해봐서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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