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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와 상업 위성, 국가 안보의 핵심

기사입력 2025.04.17 09:47
  • 전태균 에스아이에이(SIA) 대표.
    ▲ 전태균 에스아이에이(SIA) 대표.

    2022년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공위성의 역할은 전쟁 현황을 확인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3월 트럼프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이 결렬되며 즉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위성사진, 정보 지원을 통한 제공을 일시 중단할 정도로 국방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다루고 있다. 이 위성영상은 미국 국가정찰국(NRO)의 EOCL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된 상업위성 데이터였다. 상업위성과 국방의 협력은 이제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NRO의 EOCL 프로그램은 상업위성 회사들과 협력해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확보하는 대규모 계약 체계다. 플래닛랩스(Planet Labs)의 경우 200여 기의 소형위성으로 구성된 군집을 운영해 전 지구 표면을 매일 1회 이상 촬영한다. 미국 우주기술기업 맥사 테크놀로지(Maxar Technologies)의 고해상도 지구 관측(WorldView Legion) 위성군은 30cm 해상도로 15분 간격 재방문이 가능하다. 블랙스카이(BlackSky)는 1m 해상도로 시간당 최대 15회 관측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군집위성 체계는 재방문 주기를 기존 12시간에서 6시간 이내로 단축시켰다.

    EOCL 프로그램은 상업위성 군집 운영의 전형을 보여준다. 2023년 NR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위성 군집을 활용한 표적 추적 정확도가 92%에서 98%로 향상되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이상 탐지 알고리즘은 기존 대비 40% 빠른 표적 식별이 가능해졌다.

    NRO의 EOCL 계약은 상업위성 도입의 경제성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총계약 규모는 맥사 테크놀로지가 32.4억 달러(약 4조원), 블랙스카이가 10억 달러( 약 1조원), 플래닛랩스(미공개)로 집계된다. 이는 정부 독자 개발 예산 대비 6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록했다. 계약 구조는 5년 기본기간에 더해 5년 옵션 형태로 유연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EOCL 프로그램은 ‘데이터 서비스형’ 모델을 채택해 기존 위성 운영 비용의 35%를 절감했다. 이 모델은 위성 운영을 민간에 위임하고 정부는 필요한 시점에 데이터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기준 NRO의 상업위성 데이터 활용량이 전체 영상 자료의 47%를 차지할 정도로 확대됐다.

    늘어나는 위성 영상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 국방지리정보국(NGA)은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대폭 향상시키고 있다. 현재 NGA는 위성, 레이더 시스템 등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군사 및 정보 커뮤니티의 의사결정에 활용 가능한 정보로 변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프랭크 휘트워스 NGA 국장은 AI 모델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컴퓨팅 자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추가적인 자금 확보와 데이터 레이블링(데이터 주석 작업)에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하기 위한 핵심적인 움직임으로 추정된다. 프랭크 휘트워스 국장은 NGA가 미국 내 가장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관임을 언급하며 향후 데이터 수집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AI 기반 구조화된 관찰 및 탐지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NGA는 산업 및 학계와 협력을 강화해 위성 데이터 수집, 처리, 분석을 자동화하고 AI를 활용해 실시간 환경에 적응하면서 통찰을 토출하는 자율·적응·AI(AAA) 기술 개발에 필요한 혁신적 방법론과 모범 사례를 공유받고 있다. 특히 새로운 공간 기반 센싱 기술과 응용 프로그램을 통합해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을 향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NRO의 EOCL 프로그램과 NGA의 위성데이터 라벨링은 상업위성과 국방의 협력이 단순한 공급계약을 넘어 전략적 기술 생태계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NRO는 올해 EOCL 2.0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양자 간 협력에서 다국적 컨소시엄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AI와 상업위성의 결합은 이제 국가 안보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미국 국방부의 추산에 따르면 2030년까지 군사작전에 필요한 영상 정보의 70% 이상이 상업위성에서 확보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국가 안보 체계의 근본적인 재편을 예고하는 혁신이다.


    전태균 대표는 AI 기반 위성 영상 분석 전문기업 SI Analytics의 창업자 겸 CEO로 AI와 우주 산업의 융합을 선도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를 취득한 그는 구글 개발자 전문가(Google Developer Expert)로 선정된 바 있으며 쎄트렉아이에서 AI 팀장을 역임하며 기술 개발과 신사업 발굴에 기여했다. 2018년 SI Analytics를 설립한 이후 국방, 기상, 재난재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위성 영상 분석 솔루션을 제공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 대표는 AI 기술을 통해 위성 영상 분석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속적인 혁신으로 기후 변화 대응 및 데이터 격차 해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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