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

[KIMES 2025] 보행부터 수면까지…초고령 사회를 이끄는 ‘에이지테크’ 혁신

기사입력 2025.03.21 17:50
AI·웨어러블 기술로 재활·통증 관리…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미래 엿보다
전통 한방과 디지털 기술의 창의적 융합, 건강한 노후 설계의 열쇠로
  •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과 세계는 이제 단순한 ‘장수’를 넘어 ‘건강한 노후’에 주목하고 있다. 의료 패러다임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단순한 수명 연장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헬스케어 산업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고령층의 일상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3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KIMES 2025(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에서는 약 3만 7천여 점의 의료기기가 선보였다. 특히 AI 기반 근골격계 분석 시스템, 웨어러블 수면 개선 기기, 저주파 통증 치료기, 디지털화된 한방 진단 장비 등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는 다양한 ‘에이지테크(Agetech)’ 의료기기가 전시돼 주목을 받았다.

    정밀한 분석과 맞춤형 훈련 - 보행 분석과 재활 기술

  • 사진=김정아 기자
    ▲ 사진=김정아 기자

    지하이웰은 개인의 보행 특성과 균형 감각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보행기기 분석 장비를 선보였다. 해당 장비는 발의 압력 분포, 보행 리듬, 체중 이동 등을 시각화해 낙상 위험 요인을 조기에 진단하고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위니즈는 노약자와 재활 환자의 안전한 보행을 지원하기 위한 보행 재활 훈련 기기 ‘워크메이트(Walkmate)’를 소개했다. 이 기기는 사용자의 보행 속도와 보폭, 균형 유지 능력 등을 측정하고 훈련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디지털 솔루션은 아니지만, 고령층의 보행 기능 회복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이지테크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 에스앤에스는 프랑스의 KINVENT 시리즈(K-Push, K-Pull, K-Grip 등)와 미국의 ‘AlterG 저중력 러닝머신’을 포함해 정밀 분석과 재활 훈련이 모두 가능한 다양한 해외 장비를 선보였다. KINVENT 제품은 다양한 센서로 신체 부위별 근력과 협응 능력을 정밀 측정하며, AlterG는 NASA 기술 기반의 감압 시스템으로 관절에 부담 없이 걷기 및 러닝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 이들 장비는 고령자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의 재활 및 운동 처방에 활용될 수 있다.

  • 에버엑스는 AI 기반 근골격계 동작 분석 소프트웨어인 ‘모라 뷰(MORA Vu)’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센서나 특수 장비 없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카메라만으로 사용자의 24개 관절 포인트를 분석해 근골격계 기능, 균형, 협응 능력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자세 추정 모델 ‘그리핀(Griffin)’과 50만 건 이상의 임상 데이터를 학습한 AI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의료 현장에서의 실용성과 정확도가 높다. 공간 제약 없이 정밀 분석이 가능한 제품은 고령자에게 많은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에이지테크로 분류될 수 있다.

  • 엔젤로보틱스는 인공지능(AI) 기반 착용형 보행 보조 로봇 ‘엔젤슈트 H10’의 출시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이 제품은 기존의 중증 재활 전용 로봇과 달리 경증 보행 저하를 겪는 사용자를 위해 설계한 경량형 보조기기로, 착용과 활용이 훨씬 간편하다. AI가 보행 패턴을 인식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술이 적용되어, 착용자의 걸음걸이에 맞춰 최적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재활 목적은 물론, 고령층의 일상 보행 안전성 확보에도 실질적인 기여가 가능하다. 4월 중순 출고를 앞둔 이 제품은 의료기관 중심으로 치료 목적에 활용될 예정이지만, 향후에는 일상 속 보행 보조 기기로 사용자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비약물 통증 관리 기술 - 저주파와 전자약의 융합

    고령층에게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건강 문제 중 하나는 지속적인 통증과 불편감이다. 근육 긴장, 관절염, 신경통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만성 통증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 활동의 제약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KIMES 2025에서는 비약물 기반의 통증 완화 기술, 특히 저주파 자극, 전자약 기반 기기, 웨어러블 형태의 통증 관리 장치들이 다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 메디버는 피부에 부착해 경피적으로 통증을 완화하는 전자약 기반 치료기 ‘페인블록(PAIN BLOCK)’을 선보였다. 전자약이라는 접근 방식은 기존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는 동시에, 신경을 직접 자극해 통증 신호를 완화하는 비침습적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당 기기는 만성통증이나 난치성 통증을 겪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병원용 의료기기로, 현재 국내 300여 개의 대학병원 및 중소병원에 납품 중이며, 대만·태국·홍콩 등 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 케어밴드는 스마트워치 형태의 손목형 전자 침술 기기로, 저주파 전기 자극을 통해 경혈(經穴)을 자극해 통증 완화와 혈류 개선을 유도하는 의료기기다. 이는 전통 침술의 기전을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것으로, 피부를 통한 저주파 자극이 말초 신경을 자극해 통증 신호 전달을 억제하거나 국소 혈류를 증가시키는 원리다. 이러한 방식은 물리치료 영역에서 활용되는 TENS(경피 신경 자극치료)와 유사하다.

    케어밴드를 직접 착용해 보니 강도를 올렸을 때 저주파 특유의 찌릿한 자극감이 느껴졌고, 사용 후에도 자극의 잔여감이 오래 남았다. 케어밴드 관계자는 해당 기기가 신체의 여러 부위에 사용할 수 있지만, 손목이 가장 간편해 시계형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전통 한방 침 치료 원리를 전자 기술과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례로, 특히 고령층이 일상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돋보였다.

  • 이투누리는 현직 물리치료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저주파 자극기기 ‘홈이투(HOME E2)’를 전시했다. 근육 긴장 완화, 혈류 개선, 피로 해소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흔히 사용하는 가정용 제품보다 자극 강도와 마사지 효과가 확연히 강하게 느껴졌다.

    수면 & 건강 모니터링 - 스마트 링부터 음파 진동 침대까지

    고령층의 수면 질 저하는 인지 기능 저하, 면역력 약화, 낙상 위험 증가 등 건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수면 보조 기술 또한 KIMES 2025에서 주목을 받았다.

  • 비브헬스는 AI 기반의 생체 신호 분석 기술과 사운드 생성 알고리즘을 접목한 웨어러블 기기 ‘비브링(VIV™ Ring)’을 소개했다. 착용자의 심박수, 수면 패턴, 호흡 등을 분석해 일상에서의 건강 관리를 돕는 제품이다.

    특히 이 제품은 개인 맞춤형 수면 유도 사운드를 생성하는 기술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5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단순한 화이트 노이즈가 아닌, 실제 파도 소리, 빗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기반으로 한 비브링만의 바이노럴 사운드는 수면 유도 효과를 높인다.

  • 소닉월드는 음파 진동 기술을 적용한 개인 수면 맞춤형 침대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사용자의 체형과 수면 상태에 따라 음파 진동의 강도와 주파수를 조절함으로써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기능이 특징이다. 기존의 기계적 진동 방식과 달리, 자연스러운 음파 자극을 활용해 신체 긴장 완화 및 숙면 유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방 의료의 디지털화 -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KIMES 2025에서는 전통 한의학의 진단 기술을 디지털로 구현한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고령층에게 친숙한 한방 접근법을 현대 기술로 풀어낸 시도가 흥미로웠다.

  • 대요메디는 한의학의 맥진법을 기반으로 한 ‘3차원 맥영상 검사기’를 전시했다. 이 기기는 맥의 깊이, 빠르기, 형태, 세기(위수형세)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통해 심혈관계 및 혈액순환 상태를 분석하는 한의 진단 장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 기술 평가를 거쳐 보험 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최초의 맥진기이기도 하다. 맥진의 객관화라는 측면에서 한의 진단의 과학화 가능성을 제시한 제품으로, 향후 한의 디지털 치료 기기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 이외에 저주파 또는 온열 자극 기술을 활용해 쑥뜸의 온열 효과와 경혈 자극을 동시에 구현한 전자쑥뜸기도 눈길을 끌었다. 한방 원리를 현대 기술과 접목한 이 제품은 기존 쑥뜸의 연기와 냄새 등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 가정에서도 편리하게 쑥뜸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했다.

    기술, 세대를 넘다 - 예방 중심 의료기기의 확장성

    이번 KIMES 2025를 통해 확인한 ‘에이지테크’ 기기는 단순히 고령층을 위한 보조 수단을 넘어, 모든 세대의 건강 관리를 위한 예방 중심의 의료기기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재활, 통증, 수면, 모빌리티 등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으며, 그 접점에는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지털화된 전통 의학이 있다.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의 과제로 다가온다. KIMES 2025에서 선보인 다양한 기술들은 누구나 나이 들 수밖에 없는 시대에, 보다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지속하기 위한 해법으로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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