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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채소를 고를까, 간편한 가공식품으로 바꿀까. 할인 중인 수입 소고기와 제철 지역 농산물 사이에서 망설인다. 바쁜 일상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 기후 위기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장바구니에 담는 행동이 지구의 건강, 지역의 농업, 그리고 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식생활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내가 매일 먹는 것부터 바꿔보는 시도에서 시작된다.
지속가능한 식생활의 핵심은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단이다. 채식이나 플렉시테리언(육식과 채식을 병행) 방식은 육류 중심의 식생활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고, 물 소비량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콩, 렌틸콩, 병아리콩, 두부, 귀리 등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식재료가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외 식품 기업들도 비건 간편식이나 식물성 밀키트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건강을 고려한 동시에 환경적 부담도 줄여주는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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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농산물인 로컬푸드는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동시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이다. 슬로우푸드 역시 전통적인 조리 방식과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활용해 음식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흐름이다. 최근 오프라인 마트와 온라인 몰 등에서 지역 농산물 직거래 코너를 확대하고 있으며, 민관 주도의 도심 속 파머스 마켓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 가까워지는 새로운 유통 생태계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위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덜 가공된 식품이다. 즉석조리식품이나 고도로 가공된 식품은 제조, 포장, 유통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반면, 원재료 그대로 또는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재료를 선택하면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탄소라벨링'을 도입한 미국 식품 기업들과 더불어, ‘저탄소 인증’ 농축산물 생산과 유통에 적극적인 국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환경을 고려한 선택은 이제 식재료 구매의 또 다른 기준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식생활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매일의 식사에서 채소를 더하고, 고기 섭취를 줄이며, 제철 재료로 천천히 요리하는 것만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 권연수 기자 likego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