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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리포트] 노후 자산은 ‘연금’보다 ‘근육’: 고령 사회의 생존 전략

기사입력 2025.04.15 06:00
  • 흔히 ‘노후 준비’라 하면 연금이나 부동산처럼 재정적 요소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더 시급한 준비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기초 체력, 곧 ‘건강’이다. 이는 단순히 병에 걸리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정신·인지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내재 역량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의 문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세를 넘어섰지만, 건강수명은 여전히 73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10년의 차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다. 많은 이가 노년기의 마지막 10년을 병원과 약, 돌봄에 의존한 채 살아간다.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리스크가 되는 지점이다.

    이에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 ‘근테크’다. 이는 근육을 단순한 신체 자산이 아닌, ‘금융 자산’처럼 관리하자는 관점이다. 체력을 유지하는 일은 단지 병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고령자가 자립성을 유지하고 건강한 사회 참여를 지속할 수 있는 ‘노후의 생존 전략’이라는 개념이다.

  •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바로 지금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바로 지금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저속노화’로 유명한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는 “건강한 노후는 근육에서 시작된다”며,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체력을 유지하고 돌봄의 시점을 늦추는 것이 고령 사회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하며, 근력 운동을 통한 자립 유지, 관절 가동 범위 확장, 신체 균형 회복 등의 전략을 ‘근테크’라는 개념으로 설명해 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행한 건강보험 웹진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근테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웹진에 따르면, 근육량 감소는 노년기에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보내는 기간을 늘리는 요인이 되어, 간병비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키우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근육 1kg이 줄어들면 약 400만~600만 원의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하며, 여기에 간병비와 돌봄에 따른 지출까지 포함하면 최대 1,400만~1,600만 원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최근 에이지테크와 예방 의료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진단, 인공지능 기반 운동 처방 시스템 등은 모두 돌봄이 시작되는 시점을 늦추고,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한 기술이다. 이제 건강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의 영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의 생존 전략은 분명하다. 건강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이고, 개인의 책임을 넘어 사회가 함께 투자해야 할 ‘미래 자산’이다. 오래 사는 시대에 정말 필요한 건, 하루 더 사는 능력이 아니라 하루 더 ‘걸어갈 수 있는 힘’이다. 근육은 노후의 자유이고, 건강은 우리가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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