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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삶은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매일 무엇을 먹고, 입고, 바르는가에 대한 사소해 보이는 선택들이 결국 지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식생활, 패션, 뷰티는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개인의 가치관과 철학이 반영된 삶의 방식이며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일상적인 경로다.
그중 ‘바르는 행위’로 대표되는 뷰티 루틴은 생존에 필수 요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나를 돌보고 가꾸는 시간은 단순히 외모를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 있는 행위다. 그렇기에 뷰티는 지속가능한 삶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과 퍼스널케어 제품을 통해 나와 지구를 함께 돌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주목받는 ‘컨셔스 뷰티(Conscious Beauty)’는 아름다움을 위한 선택이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고려하는 태도다.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나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성분부터 생산 과정, 포장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준을 적용하는 뷰티 실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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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셔스 뷰티는 유해 성분을 배제하고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을 지향한다. 이는 피부 자극을 줄이는 동시에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등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일부 자외선 차단 성분은 여러 국가에서 사용이 제한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리프 세이프(reef safe)’ 라벨이 부착된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또한,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고 식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는 비건 화장품,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 인증은 뷰티 산업 전반의 책임 있는 소비를 이끄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품의 생산 과정 역시 컨셔스 뷰티의 핵심 요소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 배출을 줄이고, 공정 무역과 지속가능한 농법을 기반으로 한 원료를 사용하는 것 모두 지속가능한 뷰티 실천에 포함된다. ISO16128, USDA Organic, ECOCERT, FSC와 같은 공신력 있는 인증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준이 된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용기와 화려한 포장재도 친환경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재활용이 용이한 단일 소재 용기, 재활용 플라스틱, 리필 시스템 등 친환경 포장법을 확대하고 있다. 또 공병 수거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뷰티 습관은 대단한 결심이 아닌,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출발한다. 오늘 사용하는 화장품이 지속가능한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윤리적인 생산 과정을 거쳤는지, 사용 후 남은 용기는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한 번쯤 점검해 보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뷰티는 가장 사적인 돌봄이지만, 그 행위가 세상을 향한 책임 있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언젠가 우리가 마주할 미래의 풍경을 조금은 더 아름답게 바꿔줄 수 있지 않을까.
- 권연수 기자 likego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