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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작품이 나에겐 '승부'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승부'에서 열연한 배우 이병헌이 강렬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7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승부'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마주하게 된 말이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이병헌,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 그리고 김형주 감독이 참석했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승부'는 바둑이 최고의 두뇌 스포츠로 추앙받던 90년대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조훈현 국수를 중심축으로 삼은 작품이다. 영화 '보안관'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을 선보이게 된 김형주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승과 제자이며 동시에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대결, 그리고 대결을 통한 성장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승부'에 대해 설명했다. -
김형주 감독은 영화 '승부'의 시나리오의 첫 줄 쓰기 전부터 조훈현 국수의 역할에 '이병헌'을 염두에 두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은 사랑', '아스팔트 사나이' 때부터 이병헌의 팬이었다. 오랜 팬심도 있었고, 조훈현이라는 캐릭터가 감정의 진폭이 큰데 대부분 연기를 바둑판 앞에 앉아서 해야 하는 제약도 많았다. 연기적으로 보법이 다른 이병헌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강한 신뢰를 전했다. 그래서인지, 이병헌은 "바둑에 대해 전혀 모르기도 했고,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승부'라는 시나리오를 받고, 읽어보고,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그러면서 정말 단번에 결정을 내렸을 만큼, 바둑이라는 것의 룰을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엄청난 드라마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저도 거기에 빠졌다"라고 작품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화답했다.
이병헌은 세계 프로바둑 선수권대회 최강자로 우뚝 선 조훈현 역을 맡았다. 그는 조훈현의 외모부터 그대로 복사했다. 2:8 가르마를 하고 의자에 한쪽 다리를 올린 이병헌의 모습은 '조훈현' 그 자체로 놀라움을 더했다. 이와 관련 이병헌은 "실존 인물이기에 2:8 가르마가 아닌, 10:0 가르마라도 했을 거다.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최대치를 찾아내는 것이 큰 목표였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가르마 외에도 이병헌은 조훈현, 이창호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촬영 전 실제로 조훈현 국수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촬영 전 그 분의 말투, 생각, 경기할 때의 마음 등을 듣고자 했다. 술이 한 두잔 들어가며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올 때쯤 사모님께서 '여보'하면서 말리셨다. 배우는 늘 관찰해야 하고, 정말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훈현) 국수님에 대해 어느 정도 알 것 같다고 생각하며 조금씩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라고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
조훈현 국수와 '승부'를 펼치는 이창호 국수 역은 유아인이 맡았다. 캐스팅 당시에만 해도, 이병헌과 유아인의 만남은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2심에서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바, '승부'에도 큰 파장을 미치게 됐다. 특히 '승부'의 예고편이나 보도자료에 유아인의 이름이 배제되며 완성된 작품 속 그의 비중은 궁금증을 더했다. 이와 관련 김형주 감독은 "홍보 관련 콘텐츠는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기에 그런 부분들을 고려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본편은 이야기 구조와 처음의 기획 의도에 비춰볼 때, 완성된 영화를 다시 편집하는 것이 저에게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야기의 무게 추가 조훈현이라는 캐릭터에게 있지만, (이창호 캐릭터를) 언급 없이 이야기를 진행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공개된 후에는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납득하실 거라 믿고 싶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 외에도 고창석은 프로 바둑 기사이자 기자인 천승필 역을, 현봉식은 이창호(유아인)의 재능을 알아본 프로기사 이용각 역을, 문정희는 조훈현의 아내 정미화 역을, 조우진은 이창호가 나타나기 전까지 조훈현과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이어온 남기철 역을 각각 맡아 '승부'에 무게감을 더한다. 특히 이병헌과 '내부자들'에 이어 '승부'로 재회하게 된 조우진은 "(이병헌의) 눈만 바라보면 없던 몰입감도 생길 정도"라며 현장에서 그의 모습에 감탄했고, 이병헌은 "역할 상 조우진을 쉽게 생각하고 대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조우진만 앞에 있으면 괜히 손목을 만지게 되고, 발목은 괜찮나 만져보고, 제가 작아지는 느낌이다. 처음 '내부자들' 때 만남이 강렬해서인지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해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
여기에 고창석은 "이병헌이 진짜, 진짜 잘한다"라는 감탄이 더해진 진심을 내뱉으며 '승부'의 관전 포인트를 전하기도 했다.
바둑을 아는 사람들에게도 바둑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바둑판 위의 세상은 일상의 판으로 펼쳐진다. 김형주 감독은 '승부'에 대해 "우리 모두가 일상이라는 바둑판 앞에 매일 앉는다. '승부'의 결과가 어떻든지 후회 없이 자신만의 바둑을 두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담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영화 '승부'는 오는 3월 26일,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