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겨룬 딥브레인AI·솔트룩스의 기술 경쟁 “딥브레인AI 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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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작은 디테일 하나가 평범한 것과 비범한 것의 차이를 가른다는 뜻이다. 패션업계에서는 흔히 이러한 디테일 차이가 ‘명품’을 가르는 요소라고 평가한다.
디테일의 중요성은 인공지능(AI) 기반 가상인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술력에 따라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제품이 있고, 말이나 행동하는 게 어설픈 제품도 있다. 그 차이는 특히 입 모양에서 두드러진다. 가상인간은 사람이 입력한 텍스트를 목소리로 구현하고 이에 맞춰 입 모양이 바뀌는데, 디테일이 부족한 가상인간의 경우 입 모양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뭉개지는 현상이 생긴다.
지난 대선에 선보여졌던 ‘AI 윤석열’과 ‘AI 이재명’이 대표 사례다. 두 가상인간은 국내 대표 AI 가상인간 기업인 ‘딥브레인AI’와 ‘솔트룩스’가 제작했다. AI 윤석열은 딥브레인AI가, AI 이재명은 솔트룩스가 만들었다. 국내 대표 기업이 각각 대통령 후보의 가상인간을 만든 만큼, AI 업계에서는 대선 결과만큼이나 두 기업의 기술 경쟁에 관심이 쏠렸다. 가상인간 기술 경쟁력을 두고 ‘대선 장외전’이 펼쳐진 셈이다.
그 결과는 대선과 같았다. AI 윤석열은 대화에 따라 입 모양이 원활하게 바뀌었지만, AI 이재명은 입 부분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고 ‘흐림 현상’이 발생했다. 눈과 코까진 높은 화질로 명확하게 구현됐지만, 입 부분은 저화질로 흐리게 표현되는 현상이 지속 생겼다. AI 영상 기업 관계자는 “가상인간의 입은 눈과 코와 달리, 말하는 내용에 따라 계속 변화해야 해 구현이 어렵다”며 “AI 윤석열과 이재명을 봤을 땐 딥브레인AI와 솔트룩스의 기술 경쟁은 딥브레인AI의 압승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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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디테일의 중요성은 향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가상인간은 유명인을 가상으로 구현하거나 가상인간 자체를 인플루언서로 만드는 데 주로 활용됐다. AI 앵커, AI 아나운서 등을 만들어 은행, 매장, 공항 등에 접목해 가상인간 기반 안내서비스를 제공하거나, AI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광고 등을 제작하는 데 쓰였다. 이러한 서비스에는 비교적 디테일의 중요성이 크지 않았다. 일반 사람이 가상인간에 이입해 디테일 하나까지 챙겨보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최근 가상인간은 고인이 된 사람을 가상으로 부활시키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응삼이’를 연기한 배우 故 박윤배씨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상인간으로 출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술은 최근 일반인도 이용하고 있다. 이미 생을 마감했지만, 보고 싶은 가족과 친구를 가상으로라도 대화하고 만나고픈 마음에서다. 이 사업에서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가상인간 이용자가 고인이 된 사람에 이입해 디테일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보고 싶어 해서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입 모양이 어색한 가상인간을 보여줄 순 없는 이유와 같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가상인간 붐이 불면서 한 장의 사진과 짧은 음성으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업체들이 많아졌는데, 이는 전체 가상인간 산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원샷러닝’, ‘퓨샷러닝’ 등의 기술 발전으로 이 같은 서비스는 누구나 쉽게 구현할 수 있지만 디테일이 현격히 떨어져 일반 대중이 가상인간에 실망하는 부정 여론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종호 딥브레인AI 부사장은 “가상인간의 품질은 지금도 중요시 평가됐고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라면서 “앞으로 가상인간 산업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선 서비스 공급사가 디테일에 특히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국내 1위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기술 속도보단 디테일 등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해상도뿐 아니라 가상인간의 입 모양, 치아와 치아 라인, 혀의 움직임까지 모두 디테일하게 구현해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