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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발전은 곧 AI 모델의 파라미터 수 증가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파라미터란 AI가 학습을 통해 조정하는 수치로, 인간 뇌의 시냅스 연결 강도에 비유된다. 수가 많을수록 더 복잡하고 다양한 패턴을 학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의 알파고는 약 4500만 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었고, 2018년의 구글이 개발한 버트(BERT)는 1억 1천만 개, 지난해 발표된 오픈AI 챗GPT-4는 정확한 수치는 비공개지만 약 500억~1조 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챗GPT-4는 버트보다 최소 500배에서 1만 배 이상 파라미터가 많다.
그렇다면 해서 파라미터 수가 많을수록 AI의 성능이 무조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단순히 파라미터가 많다고 해서 좋은 성능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구조나 방법이 따로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바로 CoT(Chain-of-Thought), 즉 ‘사고의 흐름’이다. 이는 AI가 생각을 단계적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단순히 덩치 큰 모델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구조는 인간의 발달 사례에서도 발견된다. 예컨대 네안데르탈인은 현대인보다 뇌 용량이 10~15% 더 컸지만, 결국은 생존하지 못했다. 반면 현대인은 뇌 용량을 무한정 늘리기보다는 언어라는 Chain, 즉 사고를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해 생존과 문화를 이어왔다. 즉, 인간은 일정 수준 이상의 뇌 용량 이후부터는 역량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창조한 것이다.
AI와 인간의 발달 사례는 우리에게 하나의 교훈을 준다. 바로 ‘Chain’의 중요성이다. 기존의 교육은 지식 중심, 성적 중심, 개인 능력 중심의 평가 체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AI가 인간의 지식을 능가하는 시대가 오면서,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인간 고유의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연결 능력’, 즉 Chain을 강조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관계 형성 역량의 중요성은 아인슈타인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학 시절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어려워했고, 과제도 친구의 도움 없이 혼자 해결하지 못했다. 그의 수학 교수였던 헤르만 민코프스키는 아인슈타인을 “타고난 게으름뱅이(Faulpelz)”, 영어로는 “lazy dog”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 이론을 민코프스키는 수학적으로 정교화하며 발전시켰고, 또 다른 친구인 마르셀 그로스만은 그의 수학 과제를 도와주고, 상대성 이론의 증명을 함께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친구들과의 연결을 통해 채웠고, 그 덕분에 위대한 이론이 정립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AI 시대의 교육 방향이 ‘연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학생이 기본 역량을 갖추는 것을 넘어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수험생 100만 명 중 상위 20만 명을 뽑는 경쟁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이제는 수험생 20만 명이 서로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역량, 즉 ‘관계 형성(building relationships)’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 김봉제 서울교대 교수 겸 AI가치판단디자인센터장 kimbongje@snue.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