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교통 정보부터 모니터 없는 노트북까지, 영화가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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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김동원의 Eye-T’는 IT 소식을 직접 눈(Eye)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유용한 IT 기술과 솔루션을 쉽고 자세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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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능력. 요즘과 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이죠. 세상엔 단순히 넘길 수 있는 위기부터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위기가 산재해있는데요. 이중 자주 겪는 위기는 갑자기 찾아온 용변 신호가 아닐까 싶습니다. 길을 걷다가, 시외버스를 탔다가, 시험을 보다가, 인터뷰를 하다가, 혹은 소개팅을 하다가 배가 사르르 아픈 경험을 해보시지 않으셨을까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아주 심각한 위기죠.
위기 경고가 발령됐다면, 우리는 화장실을 찾아야 합니다. 근처에 카페라도 있으면 커피를 주문하고 다녀올 수 있겠지만, 위기란 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빌딩이 많아도 공용 화장실을 찾기 어렵고요, 겨우 찾았어도 안에 사람이 있는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많이 경험해서였을까요? 일본에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증강현실(AR)글래스로 말이죠.
일본은 지난해 AR글래스를 착용하면 건물에 있는 화장실 정보를 알려주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엑스리얼에서 제작한 안경 형태의 AR글래스를 쓰고 건물을 보면 해당 건물에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는지, 공실인지 등을 알려주는 기술입니다. 3차원 공간 지도를 생성하는 비주얼 포지셔닝 시스템(VPS) 기술과 GPS 등을 연동해 만들었죠. 안경을 쓰고 건물을 보면 화장실이 몇 개이고 공실이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겁니다. 배가 아픈데 힘들게 층마다 화장실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죠. 여정민 엑스리얼 코리아 지사장은 “해당 기술은 AR글래스의 실용성을 보여주기 위해 파일럿 형태로 선보인 기술”이라면서 “건물에 현실에 없는 가상 간판이 나오는 등의 기술은 이미 다 구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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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글래스, 운전과 업무에 새로운 경험을 가져오다
AR글래스는 디지털 기술의 시야를 넓혀주는 기술입니다. 현재 인공지능(AI)이 생성형, 대화형 기술로 디지털과 대화의 장벽을 허물었다면, AR글래스는 디지털 이용에서 시야의 한계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타게 되면 탑승객은 비행시간 동안 좌석에 탑재된 모니터나 스마트폰, 태블릿을 통해 영화를 봤습니다. AR글래스를 착용하면 어떨까요? 조그마한 화면이 사람이 실제 눈에 보이는 것처럼 커지게 됩니다. 시선을 모니터에 꼭 고정할 필요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여도 상관없습니다. 눈앞에 계속 영화가 상영되기 때문이죠. 여 지사장은 “AR글래스를 착용하면 기존 6인치 화면이 220인치 정도로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조석에 탄 사람은 장시간 운행에 지루할 수 있는데요. 이때 AR글래스를 착용하면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비포장도로도 있고, 방지턱도 있어서 영화 시청에 방해될 수 있는데요. 중국 자동차 기업인 니오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엑스리얼과 함께 차량 운행에 맞게 AR글래스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단순 영화뿐 아니라 운전자 보조시스템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데요. 공상 영화처럼 내비게이션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주변 차와 상황을 AR글래스로 알려주는 기술도 니오 자동차와 엑스리얼이 협력해 만들었습니다.
해당 기술은 BMW와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AR글래스를 착용하면 내비게이션 안내, 위험 경고 충전소 정보, 주차 상황 등에 관한 시각적 정보를 알려주는 기술을 엑스리얼과 BMW가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CES에서도 해당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죠.
AR글래스는 업무 환경에도 변화를 줍니다. 노트북에 스크린이 필요가 없게 됩니다. 사용자가 안경만 쓰면 화면이 바로 뜨다 보니 키보드만 가지고 다녀도 업무가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여 지시장은 “AR글래스를 착용하면 세 개의 화면이 각각 나올 수 있도록 기술도 개발했다”며 “지난해 말 스크린 없는 노트북을 공동으로 만들어 미국에만 한정적으로 판매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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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착용해보니 안경과 비슷… “실시간 통역도 되네”
AR글래스와 같은 스마트글래스는 스마트폰 다음으로 혁신을 가져올 기기로 꼽힙니다. 이미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스마트글래스로 바뀔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기술 수준이 멀었다는 얘기가 들리고, 거품이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엑스리얼 AR글래스를 착용해보니 혁신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AR글래스를 착용하고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건 통역이었습니다. AI 분야를 취재하면서 해외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해외 기업 C레벨을 인터뷰하거나 해외 취재를 종종 가기도 하죠. 여기서 느끼는 건 언어 장벽입니다.
지난해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 연례행사 ‘드림포스’에 취재를 갔는데요. 프레스룸엔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서 온 기자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하고 각 국가의 언어를 안경에서 자동 번역해 글을 올려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AR글래스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통역 어플을 켰습니다. 그랬더니 눈앞에서 통역이 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스마트폰에서 통역이 되는 화면이 AR글래스를 통해 눈앞에 펼쳐졌죠.
엑스리얼 AR글래스의 경우 눈에 보이는 현실 화면의 선명도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아예 현실 세계가 보이지 않게 설정할 수도 있고요, 현실 화면이 그대로 보이면서 스마트폰 화면이 뜰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자기가 보기 편한 대로 설정할 수가 있는데요. 현실 화면과 스마트폰 화면이 적적하게 섞여 보일 수 있게 설정했더니, 앞에 사람이 영어를 할 때 통역되는 화면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다소 늦게 답할 순 있지만, 통역 프로그램이 AI 기반으로 더 정밀해진다면 해외 사람과 언어가 달리 소통이 어려운 일은 더 이상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AI 통역 프로그램이 많이 발전하고 있기도 하고요.
물론 업무도 가능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보이는 화면이 AR글래스로 보이다 보니까 이동 중에 메일을 확인하거나 메신저 내용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현실 세계와 글이 겹쳐 보이다 보니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스마트폰에 집중해 다른 사람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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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좋은 점은 편의성이었습니다. 실제 착용해 본 ‘엑스리얼 에어2 프로’의 무게는 75g입니다. 살짝 무거운 안경을 쓰고 있단 느낌이었습니다. 무게 때문에 콧대가 아프지 않았죠. 현실과 유사한 환경이 보이다 보니 가상현실(VR)에서 주로 발생하는 어지럼증이나 멀미 현상도 없었습니다. 안경을 쓰고 있는데 이것저것 작동되는 첨단 안경을 쓰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직 AR글래스와 연동되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없어 아쉬웠지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다 보니 일반 업무 등을 편하게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감상도 누워서 편하게 할 수 있어 장소의 제약을 덜 받았죠. 단, 지하철 등에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 스마트글래스 시대 본격, 일상엔 AR이 유리
여 지사장은 앞으로 스마트글래스가 많이 등장하겠지만, 그중에서도 AR글래스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는 게임 시장의 약진에 따라 VR이 인기지만, 현실에서는 AR이 유리하기 때문이죠. AR과 VR은 현실과 가상이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AR은 현실 세계에 가상의 정보나 객체를 겹쳐 보여주고, VR은 현실과 분리된 다른 가상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AR은 일상에서 주로 사용되고 VR은 게임 등에 이용되죠. AR과 VR의 중간 형태로 볼 수 있는 혼합현실(MR)이란 개념도 있습니다. 사용자의 실제 환경과 가상 환경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가상 객체가 실제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죠. AR과 유사하지만 실제와 가상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험을 제공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AR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엑스리얼이, VR 시장은 메타가, MR 시장은 애플이 선도하고 있습니다.
여 지사장은 “AR과 MR은 유사한 기술”이라면서 “MR은 대량의 정보를 받을 수 있어 데스크톱에 비유되고, AR은 스마트폰으로 비유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R글래스는 스마트폰에 메신저가 오면 이를 안경을 통해 확인하고 음성으로 얘기하면 자동으로 답변이 되는 등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면서 “엑스리얼 제품의 경우 가격과 기술적으로 경쟁력이 있고, 현재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의 기기에서 많이 이용하는 기능을 스마트글래스에 실현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엑스리얼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제품 보편화를 위해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체적으로 초소형 마이크로 OLED를 개발해 내구성과 해상도를 높이고 있고, 사용자의 시력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도 인증받은 상태입니다. 여 지사장은 “우리 회사엔 세계적으로 상당한 기술자들이 모여 있고 기술 개발에 진심인 편”이라면서 “앞으로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을 지속 개발해 스마트글래스 보편화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