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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대학원] 영향력 있는 AI 리더, 서울대

기사입력 2024.03.30 20:37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공동 기획]
⑩ 서울대 인공지능대학원, 70명 교수가 폭넓은 융합 인재 키운다
강유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 “질적인 우수성 확보, 세계 1위로 향한다”

  • [편집자 주] 인공지능 강국의 필수요건은 인재 양성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2019년부터 AI 인재 양성과 연구 성과를 독려하기 위해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을 설립, 지원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대학원의 현 상황은 어떨까요? 본지는 국내 AI 대학원의 현주소와 미래를 ‘인공지능대학원’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국내 대학원의 현황과 비전을 취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강유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는 임팩트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본 전공을 소개했다. /구아현 기자
    ▲ 강유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는 임팩트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본 전공을 소개했다. /구아현 기자

    인공지능(AI) 연구에도 ‘임팩트’가 있다?

    서울대는 임팩트 있는 AI 연구를 강조한다.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로 영향력 있는 AI 인재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학교는 ‘창의성’과 ‘폭넓은 관점’을 중시한다. 새로운 문제에 대해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기술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대학원의 형태도 폭넓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임 교수가 아닌 70명의 겸임 교수가 인공지능전공을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 핵심 과목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과 교수와 AI 융합 연구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폭넓은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융합 연구가 가능하다.

    강유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는 “국내에서 연구와 학생 수준이 뛰어난 대학에 속하기 때문에 연구의 우수성도 뛰어나다”며 “양적인 연구 성과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대학원 사업 선정 5년째인 2026년에 인공지능 분야 세계 10위를 달성해 세계 1위로 나아가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강유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가 질적 수준이 높은 연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THE AI
    ▲ 강유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가 질적 수준이 높은 연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THE AI

    ◇ AI 융합 연구의 장, 서울대

    “서울대 모든 학과에 대한 AI 융합 과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연대, 사회대, 공대, 법대, 의대 등 70명의 다양한 학과 교수가 모였습니다. AI 분야는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기 때문에 폭넓은 사고가 필요합니다.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들이 모여 영향력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대에서 만난 강유 교수는 서울대 일반대학원 인공지능 연합전공의 장점으로 다양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학과에서 AI 융합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모든 학과 교수와 AI 융합 연구가 가능하다. 다양한 연구를 위해 학생 수도 늘렸다. 2021년 4월 국책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에 선정되고 그해 9월부터 학생 53명을 선발했다. 현재는 매년 85명을 선발하고 있다.

    서울대는 질적 수준이 높은 연구와 인재를 배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융합 연구 성과도 좋다. 최근 정유성 화학공학부 교수가 인공지능전공 학생과 발표한 논문(Precise atom-to-atom mapping for organic reactions via human-in-the loop machine learning)이 대표적이다. 세계 권위 과학저널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강 교수는 “전체 학습 데이터의 2%에 대한 휴먼피드백만으로 원자간 매핑 모델 정확도가 매우 향상되었음을 증명하는 AI 기반 화학반응 예측 모델에 대한 연구”라며 “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거나 역으로 분자 구조를 도출하는 쪽에 AI가 많이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고차원의 비정형 데이터 패턴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연구(Fast and Accurate Dual-Way Streaming PARAFAC2 for Irregular Tensors – Algorithm and Application 포함)도 질적인 우수성을 보여줬다. 데이터 마이닝 분야 국제 최우수 학회(KDD, ICDM, ICDE) 세 곳에서 모두 최우수 논문상(Best Paper Award)을 수상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이 연구는 국가 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꼽혔다. 연구를 주도한 강유 교수는“학회 세 곳에서 모두 연구의 우수성을 받은 사례”라며 “논문 수보다 질적인 논문 수준을 강조하고 인용이 많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기존 대형언어모델(LLM)을 5배로 압축하면서 정확도 차이는 1%로 유지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Accurate Retraining-free Pruning for Pretrained Encoder-based Language Models)도 세계 탑 머신러닝(ML) 학회인 ICLR(International Conference on Learning Representations)에 게재했다. 강 교수는 “LLM은 비용과 전력 소모가 많이 들고 이에 따른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며 “정확도 차이가 1% 정도면 사실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어 성능 차이가 없으면서 LLM을 크게 경량화하는 것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우수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창의 자율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반 이상의 수강생들을 국제 학술대회에 보내 전 세계 연구 트렌드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국제 학술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논문 발표와 상관 없이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보내고 있다”고 했다.

  • 이원찬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교수와 강유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가 올해 산학협력 강화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구아현 기
    ▲ 이원찬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교수와 강유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가 올해 산학협력 강화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구아현 기

    ◇ ‘임팩트’있는 AI 인재 양성소

    서울대는 영향력 있는 AI 인재양성을 위해 올해부터 산학협력도 강화한다. 2022년부터 LG AI 연구원과 LG AI 연구센터를 운영해 오면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와도 연구센터를 만들어 산학협력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할 계획이다. 강 교수는 “4월부터 삼성과 연구센터를 설립해 산학 연구과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네이버, CJ, 메가존클라우드, 현대모비스 등 기업과 매해 2회‘AI retreat’ 행사를 열어 산학 교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학생들의 산학협력 경험을 높이기 위해 졸업 전 의무 인턴십 제도도 만들었다. 졸업 전 학교, 기업, 연구소 등 인턴십 경험을 의무적으로 한 번 하도록 만든 것이다. 해외 인턴십의 경우 대학 차원에서 500만 원을 지원하기도 한다.

    창업 사례도 많다. 10명의 교수가 창업했으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 경진대회를 열어 창업 지원을 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수상한 6팀 가운데 이미 5팀은 창업에 성공했다. 멘토링을 지원하고 벤처투자사(VC)를 대회에 초청해 연결해 주기도 했다. 강유 교수는 이 대회를 매년 열어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강유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는 “AI 분야 정부의 정책에 연속성 필요하다”며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AI 산업생태계 조성에 악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아현 기자
    ▲ 강유 서울대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주임교수는 “AI 분야 정부의 정책에 연속성 필요하다”며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AI 산업생태계 조성에 악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아현 기자

    ◇ “AI 분야 정책 연속성 필요”

    강 교수는 인용이 많이 되는 논문, 질적으로 우수한 AI 연구를 강조했다. 그렇다고 서울대 인공지능융합전공에서 논문 수에 신경을 안 쓰는 것은 아니다. 2023년 12월 말 기준 사업 기간동안 무려 964편의 논문을 썼다. 머신러닝 탑 학회(NeurIPS, ICML, ICLR)에만 108편의 논문이 게재됐다. 많은 논문 수를 강조하기보단 인용 수가 많은 논문이 우수하고 인공지능 발전 전반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정책의‘지속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분야가 매해 관심을 받는 분야가 다르고 여기에 맞는 연구개발(R&D) 지원이 된다면 연구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어떤 연구가 10년 뒤 영향력을 발휘할지 아직 모른다”며 “단기간의 실적과 유행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관성 있는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AI 발전을 위해 전체적인 산업 생태계를 잘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구개발(R&D) 예산이 줄면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강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해서 취업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데 최근 R&D 예산이 줄면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탑 대학이나 기업 말곤 다 어려워지고 있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줄어들고 있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AI대학원 사업은 인공지능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R&D 예산 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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