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한양대 인공지능대학원, 세상을 놀라게 할 실용적인 연구 주력
노영균 한양대 인공지능대학원장 “이론부터 응용까지 스펙트럼 넓은 인재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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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인공지능 강국의 필수요건은 인재 양성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2019년부터 AI 인재 양성과 연구 성과를 독려하기 위해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을 설립, 지원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대학원의 현 상황은 어떨까요? 본지는 국내 AI 대학원의 현주소와 미래를 ‘인공지능대학원’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국내 대학원의 현황과 비전을 취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실용적인 인공지능(AI) 인재가 크는 곳. 한양대다.
한양대 인공지능대학원은 개원 초기부터 공학대학 건립이념인 실용학풍(實用學風)을 중시해 왔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학문 자체가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학문을 육성하고 교육한다는 의미다. 진정한 AI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실용 인재가 필요하다는 철학이 담겼다.
한양대는 대학원 개원 이후 실용 인재 교육에 관해 논의 후 가장 중요한 교육으로 이론을 꼽았다. 기업에서는 AI 개발에 관한 도구(Tool)에 능숙한 인력이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지만, 대학은 이러한 인재는 궁극적인 AI 분야를 발전시킬 수 없는 인재라고 봤다. AI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AI도 많은 만큼, AI 인재들이 자신이 만드는 알고리즘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고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노영균 한양대 인공지능대학원장은 순수 이론 연구를 지원하는 한국고등과학원(KIAS) 겸직을 하면서 이론에 대한 중요성을 가르쳐왔다. 노 원장은 “이론부터 응용까지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는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애플리케이션의 원리를 파악하는 눈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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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아인슈타인 키운다”
“한양대는 전임교수 30명과 겸임교수 9명의 교수 123명의 재학생이 다니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초 이론부터 탄탄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영균 원장은 고등과학원과 AI 관한 이론 교육과 협력 관계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했다. 고등과학원은 정말 특별한 곳이다. 프린스턴고등연구소(IAS)를 모델로 설립된 곳으로 연구자들이 연구비 걱정 없이 학문에 대한 연구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프린스턴고등연구소는 아인슈타인, 쿠르트 괴델 등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으로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기초학문 연구소로 인정받는 곳이다. 고등과학원에 AI기초과학센터가 설립되면서 AI 학문에 대한 연구 환경이 조성되면서 협력이 활발해졌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대학원의 연구 성과로도 이어졌다.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 Critical Assessment of Structure Prediction)에서 딥마인드의 트랜스포머 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풀어 4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한 연구(DeepFold: enhancing protein structure prediction through optimized loss functions, improved template features, and re-optimized energy function)도 주목을 받았다.
노 원장은 “알파폴드 2가 이 학술대회에서 49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단백질 예측 기술이 발전했다”며 “어떤 기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양대가 잘 풀어냈다”고 자신했다. 이어 “고등과학원 협력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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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우수한 병원·기업과 협력해 인재 육성
한양대는 AI 기초 이론을 바탕으로 비전·음성인식·언어 처리·로봇·바이오 분야 연구를 주력하고 있다. 교수진도 관련 분야를 중점으로 구성됐다. 삼성, LG, 구글 등 산학협력도 활발하다. 최근 세계적인 병원인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 비영리 미국 학술 의료 센터와도 협력하고 있다. 조직검사 이미지를 AI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노 원장은 “메이요 클리닉과 어떤 성과 보단 실현 가능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 보수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의료 현장에서는 95%라는 성능도 실제 환자한테 적용하기 충분한 성능이 아닐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연구를 통해 실현 가능한 기술을 만드는 훈련을 학생들과 하고 있다”면서 “지속해서 의료 AI 분야 연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폰과 갤럭시 디스플레이 유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고릴라 글래스로 유명한 ‘코닝’과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코닝에서 제시한 문제를 한양대 인공지능대학원생이 AI를 가지고 해결하는 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코닝과 협력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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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연구 환경 개선해 나갈 것”
한양대 인공지능대학원이 내년이면 5년째를 맞이한다. 2020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245명의 학생을 선발해 64명의 석사과정생이 졸업했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기준 122건의 논문을 냈고, AI 톱 학회(NeurIPS, ICML, ICLR, AAAI, IJCAI, ACL, EMNLP, NAACL, CVPR, ICCV, ECCV)에서도69건의 논문이 실렸다. 대학원 특화분야인 음성인식(ICAASP, INTERSPEECH), 자연어처리(EACL), 데이터사이언스(WWW,CIKM,WSDM,ICDE,SIGIR,KDD,ICDM) 분야 탑 콘퍼런스에도 69편의 논문을 게재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노 원장은 앞으로 연구 환경을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특정 분야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교수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있다”며 “기본적인 이론부터 실현 가능한 기술을 구현해 내는 능력까지 포괄적인 교육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대학원 사업으로 국내 AI 교육 환경이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노 원장은 “대학원 사업으로 국내 AI 발전과 교육 환경이 잘 마련된 것 같다”며 “교육에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세계적으로 놀랄 만한 인재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알 때 반짝이는 눈에서 교육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며 웃음을 지었다.
- 구아현 기자 ai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