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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현장, 국산 궤도형 배연로봇이 개척한다

기사입력 2024.09.19 11:17
한진GTC ‘궤도형 배연로봇’개발, 화재 연기 배출
소방 호수 연결해 물 분사, 해외 장비보다 약 5배 저렴
  • 신동진 한진GTC 대표가 동양미래대 지하주차장에서 궤도형 배연로봇인 OAR-700을 시연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 신동진 한진GTC 대표가 동양미래대 지하주차장에서 궤도형 배연로봇인 OAR-700을 시연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화재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화재 진압 방법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하주차장 특성상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 등으로 소방대원 진입이 어려워 빠른 진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대신 연기를 개척하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배연로봇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일 인천 청라 지역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선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벤츠 전기차 EQE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102세대 30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변에 주차된 140대도 피해를 입었다. 지난 9월 제주시 연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자연 소화됐다. 10일 부산 벡스코 지하 1층 지하주차장에서는 전기자전거 대여업체가 교체형 배터리를 충전하던 중 불이 발생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덕분에 화재는 큰 피해 없이 10여 분만에 진화됐지만, 배터리로 인한 화재는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단 우려를 남겼다.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초기 진압이 어려워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가 주차장을 메우면서 화재 발생지 수색과 접근이 어렵다. 열기가 높아 소방대원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사람을 대신해 연기와 초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방 장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표 장비가 궤도형 배연로봇이다. 지하주차장과 같은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선두에 서서 연기를 배출시키고 물을 발사해 화재를 진압하는 장비다. 인천시는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 이후 예산 50억 원을 들여 소방 장비를 대폭 확충하기로 했는데, 여기엔 현재 한 대뿐인 배연로봇을 2대 더 보강하겠단 계획도 담겼다.

    그렇다면, 실제로 배연로봇은 화재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난 5일 동양미래대학교 지하주차장에선 미래 소방관을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하주차장 화재 진압 교육이 이뤄졌다. 이 자리엔 국내 기업이 개발한 배연로봇이 시연됐다. 한진GTC가 개발한 궤도형 배연로봇인 OAR-700이다. 

    이 장비는 70cm 직경의 팬을 통해 연기를 배출함과 동시에 물을 방사해 초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장비다. 무선 리모컨으로 조종이 가능하고 약 150분간 운용된다. 실제 현장에서 이 장비는 강력한 모터 소리와 함께 강력한 송풍으로 연기를 배출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비에 소방 호수를 연결할 수 있어 실시간 물을 급수받아 분사할 수 있었고, 장비 뒤에는 여러 개척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 ▲ 동양미래대에서 시연된 국산 궤도형 배연로봇 시연 영상. /김동원 기자

    현장에서 만난 신동진 한진GTC 대표는 이 장비는 연기 배출과 함께 밀폐구역 온도를 낮춰 소방대원이 보다 원활하게 화재 현장에 진입할 수 있게 돕는 개척 장비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장비는 송수관을 통해 습식 송풍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밀폐구역 온도하강을 기대할 수 있다”며 “궤도타입으로 안정된 접지력을 유지하며 밀폐구역 개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장비는 한국에서 만든 만큼, 유지보수가 쉽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점이 장점이다. 국내에 도입된 배연로봇의 가격은 약 14억 원의 해외 장비다. 인천시의 경우 이 장비를 2대 보강하려면 약 28억 원을 지출해야 한다. 반면, 국내에서 개발한 이 장비의 가격은 3억 원이다. 같은 돈으로 인천시에 소재한 11곳의 소방서에 배연로봇을 다 공급할 수 있다. 물론 해외 장비에 비해 무선 리모컨 조정 거리와 물을 분사하는 거리가 짧은 단점은 있다. 이에 한 대표는 “한국의 실내 공간은 해외와 달리 크지 않아 현재 리모컨 조정 거리로도 충분히 화재 현장에서 장비를 가동할 수 있다”며 “이미 물을 멀리 분사할 수 있는 고성능 화학차 등은 소방서에 배치가 됐기 때문에 우리는 가격을 낮추면서 배연과 개척에 집중할 수 있게끔 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 개발한 만큼, 국내 화재 현장 운용하기 쉽게 만든 장비”라면서 “해외 장비보다 유지보수가 쉽고, 수리 역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궤도형 배연로봇인 OAR-700은 소방호수와 연결해 물을 분사한다. /김동원 기자
    ▲ 궤도형 배연로봇인 OAR-700은 소방호수와 연결해 물을 분사한다. /김동원 기자
    한편, 정부는 잇따른 지하주차장 전기차 사고에 화재진압 방법을 강화하고 있다. 지하주차장이 있는 모든 신축 건물엔 화재 조기 감지와 연소 확산 방지가 가능한 ‘습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된다. 다만 동파 우려가 있는 건물엔 성능이 개선된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 설치를 허용할 방침이다. 또 내년까지 240개에 달하는 전국 모든 소방관서에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를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군용 기술을 활용해 지하 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무인 소형 소방차를 연내 개발하고 내년부터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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