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 더 매운 단계 넘어 매운맛 다각화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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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라면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운맛 자부심이란 뜻의 ‘맵부심’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매운맛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업계는 앞다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매운맛 열풍은 국내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SNS·유튜브 등에서 매운 음식 먹기에 도전하는 소위 ‘매운맛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져 나가면서 전세계로 매운맛 인기도 커졌다.
매운맛도 단순 ‘맵다’가 아닌 세계 각국의 다양한 매운 고추를 사용하거나 마늘, 후추, 향신료 등 매운맛을 내는 재료도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맵기의 단계도 차별화하고 있다. 과거 매운 라면의 대명사로 통했던 신라면은 2017년 이전 2900SHU(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에서 점차 3400SHU로 더 매워졌지만, 현재는 1만SHU가 넘는 다양한 매운 맛의 라면이 대거 출시됐다. 국내에서 가장 매운 라면으로 꼽히는 ‘염라대왕라면’은 2만1000SHU로 현재는 판매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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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 국내외 매운 라면 열풍을 일으키며 삼양에 전성기를 안겨준 효자 상품이다. 강력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를 의견을 반영해 2018년 11월 재출시하며 매운맛을 강화한 핵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스코빌지수가 1만SHU으로 기존 불닭볶음면보다는 1.2배 가량 맵다.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하고, 5년 연속 해외 매출 최대 실적을 세우며 이른바 ‘불닭 신화’를 만들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에 이어 작년 3월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새롭게 선보이며, 매운 라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승부수를 띄우며 매운맛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신라면으로 매운 국물 라면 시장을 이끈 농심은 지난해 기존보다 2배 이상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한정판으로 내놨다. 맵기는 7500SHU로 기존 신라면(3400SHU)의 2배가 넘는다.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이다. ‘신라면 더 레드’는 출시 18일 만에 500만 봉이 모두 판매되고, 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심은 당초 기대했던 것 이상의 소비자 반응에 정식 출시하고 용기면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외에도 2020년 ‘앵그리 RtA’를 ‘앵그리 너구리’는 고추의 함량을 늘려 화끈하고 얼얼한 매운맛을 구현하며, 기존 얼큰한 너구리보다 약 3배 매운 국물 맛이 특징이다.
신라면의 인기는 국내 뿐아니라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지난해 국내외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 성장한 1조21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16억6000만개다. 전세계에서 1초에 53개씩 판매된 셈이다. 특히 최근엔 해외 매출이 더 늘어나는 추세로, 해외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오뚜기 ‘열라면’은 칼칼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을 앞세워 ‘열나게 화끈한 라면’이라는 제품 설명에 걸맞게 스코빌 지수 5013SHU를 기록해 매운맛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후 ‘열라면’의 후속으로 ‘마열라면’을 내놨다. 마늘과 후추 맛을 더해 색다른 매운맛을 구현했다.
팔도는 2022년 1월 틈새라면 빨개면보다 1.5배 더 매운 ‘틈새라면 극한체험’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출시 약 한 달 만에 30만 개 전량 완판됐고, 이후 추가 생산한 30만 개도 조기에 소진됐다. 같은 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킹뚜껑’의 정식 출시했다. ‘킹뚜껑’의 스코빌 지수는 1만2000SHU로 현재까지 출시된 국내 컵라면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기존 왕뚜껑보다 약 3배 더 매워졌다. 한정판으로 선보인 이후 초도물량 150만 개가 한 달 만에 완판됐고, 누적 판매 수량 300만 개를 돌파했다.
하림이 이번에 매운맛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스코빌 지수 8000SHU의 더미식(The미식) 장인라면 ‘맵싸한 맛’을 새롭게 출시하며 매운맛 라면 경쟁에 합류했다. 이번에는 매운 고추의 대명사라 불리는 세계 4대 고추를 활용해 차원이 다른 하림만의 매운맛을 구현한 ‘맵싸한 맛’이다. 하림 관계자는 “이번엔 고추로 신제품을 개발했다”며 인위적으로 맵기에만 취중한 것이 아닌 세계 각 국의 매운 고추와 향신료 등을 직접 맛보며 분석하고 연구를 통해 고추의 맛으로 꽉 채운 매운맛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운맛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지면서 식품업계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매운 맛 제품을 속속들이 출시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