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인 미국에서 대학생 대상 구독 서비스 출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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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이 발전하려면 미국과 같은 AI 강국을 빠르게 쫓는 것도 좋지만, 한국이 잘하는 것과 AI를 접목해 해외에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패권 전쟁이 발발하면서 많이 나오는 조언이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국이 잘하는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것도 필요하단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잘하는 분야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교육이 있다. 한국 교육은 OECD 대학 진학률 1위이자, 대학 졸업자 비율 69.8%를 자랑하는 교육 강국이다. 이 분야에서 최근 AI 기술과 결합해 AI 강국인 미국에 수출을 앞둔 사례가 나왔다. 바로 한국이 잘하는 족집게 강의다.
족집게 강의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매스프레소다. AI 기반 학습플랫폼 ‘콴다’를 운영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미국 대학생을 위한 족집게 강의 방식의 학습플랫폼을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국 대학생들이 배우는 수학, 통계, 경영 등 과목의 예상 기출문제를 알려주고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 플랫폼이다. 올해 상반기 웹 기반으로 우선 출시할 예정이다.
플랫폼은 한국이 잘하는 족집게 강의와 유사하다. AI가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알려주고 예상 문제를 내 학생들이 중요한 부분을 공부할 수 있게 돕는다. 벼락치기처럼 단기간에 성적을 내는 방법을 제공하면서 학생들에게 ‘AI 튜터’를 제공, 공부를 돕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스프레소 관계자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을 한 번에 제공하는 밀키트처럼 시험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을 AI 기반으로 한 번에 제공하는 밀키트 형식의 학습 방식을 개발했다”며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구독형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학습 방식은 사실 족집게 강의와 유사하다. 족집게 강의는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콕 집어 알려주는 강의인데, 단순해 보여도 뒷단에선 꽤 많은 작업이 들어간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책과 논문 등을 모두 알아야 하고 그동안의 시험 출제 문제도 분석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데이터다. AI는 이러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필요한 결과물을 내는 데 최적화된 기술이다. 그만큼 필요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요약, 출제 등을 할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AI 튜터가 꽤 높은 정확도로 시험 출제 예상 문제를 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콴다 운영사로 알려진 매스프레소는 AI 교육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스타트업이다. 콴다는 이용자가 모르는 문제 사진을 찍어 올리면 AI가 문자·수식을 인식해 단시간에 맞춤형 풀이를 제공하는 학습 서비스다. 누적 가입자가 8000만 명,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가 10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90%가 해외에서 유입될 정도로 해외 이용자가 많다.
매스프레소는 KT, 업스테이지와 함께 수학 연산에 특화한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매스GPT’를 만든 회사다. 이 모델은 올해 초 ‘수학 언어모델의 수능’으로 불리는 매스 벤치마크에서 0.488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모델을 이겼기 때문이다.
이 모델 개발에서 매스프레소는 콴다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방대한 수학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KT가 컴퓨팅 자원을, 매스프레소가 데이터를 제공하고 업스테이지가 메타 라마를 파인튜닝 해 만든 AI가 매스GPT다. 여기서 매스프레소가 데이터만 제공했다고 AI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스프레소는 오랫동안 AI 기술에 투자해 왔고 광학문자인식(OCR) 기술과 문제를 풀어 텍스트로 추출하기 위한 자연어처리(NLP) 기술 등을 개발했다. NLP의 경우 콴다가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는 만큼 7개 이상 언어를 정확히 읽고 설명하는 기술 등을 모두 자체 개발했다. 최근에는 단순히 풀이 과정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넘어 AI가 학생을 일대일로 지도하는 ‘초맞춤형’ 교육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매스프레소 관계자는 “AI가 사람을 대체해 교육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면서 “그 대신 사람을 보조하면서 학생들을 맞춤형으로 지도할 수 있는 AI 튜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미국에서 선보이는 밀키트 형식의 AI 서비스는 매스GPT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만든 서비스”라면서 “한국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AI 강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한국이 잘하는 서비스로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