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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

기사입력 2017.08.30 10:29
  • 김영하 작가의 단편 소설 ‘오빠가 돌아왔다’는 “신세대의 도회적 감수성을 냉정한 시선과 메마른 감성으로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 14세 소녀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소설은 황당무계할 정도로 파격적인 가족사를 꺼내놓는다. 어린시절 술주정뱅이 아빠의 구타에 시달리다 집을 나갔던 오빠는 아직 미성년자인 동거녀를 데리고 돌아온 것도 모자라, 거침없이 아빠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통쾌한 복수를 만끽한다. 아버지는 집안의 1인자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호시탐탐 아들을 노리고, 오빠가 데리고 온 새언니와 화자인 딸 사이에도 치열한 막말 매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아빠를 이기는 오빠, 오빠를 이기는 엄마, 엄마를 이기는 아빠. 흡사 정글의 먹이사슬 같은 관계의 이들 가족은 막장을 넘어선 콩가루 집안이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통렬한 비판과 날카로운 풍자는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간결한 문체, 빠른 전개 등을 날개 삼아 통쾌한 유머로 승화시킨다.

    파격적인 설정과 코믹한 전개로 많은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은 소설은 이후 연극으로 재구성되어 무대에 올랐고, 2014년 동명의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가 제작됐다.

  •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 스틸컷
    ▲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 스틸컷
    중학생 딸의 나래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큰 줄거리는 소설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짧은 소설을 장편 영화로 만들기 위해 원작에 없는 에피소드가 대거 추가되어야 했고, 이로 인해 영화는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거듭났다.

    영화는 캐릭터와 설정이 좀 파격적일 뿐, 막장 가족을 통해 진정한 가족애를 찾아가는 일반적인 가족 영화와 다르지 않다. 높은 원작의 인기로 잘해야 본전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문제를 생각하면, 영화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하지만 90여 분의 상영 시간에 맞춰 구구절절 살을 붙인 영화에서는 원작에서 맛본 짧고 강한 한방을 찾을 수 없고, 재미 역시 많이 퇴보되었다. 이는 영화보다 훨씬 원작에 충실한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도 마찬가지로, 캐릭터 중심으로 빠르게 질주하는 소설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콩가루 막장 가족의 이야기 속에 가볍지 않은 메시지와 진한 여운을 담고 있는 ‘오빠가 돌아왔다’. 이 작품은 소설,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제작되었지만, 그 본연의 재미는 소설이 단연 으뜸이다. 아직 이 작품을 못 봤다면, 결코 웃을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를 배꼽 잡고 즐기게 만든 작가 김영하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은 꼭 한번 찾아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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