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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오베라는 남자

기사입력 2017.09.06 13:58
  • 철학자 칸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같은 시간에 공원 산책을 해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시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 역시 그렇다. 매일 아침 6시 15분 전 잠을 깨는 이 남자는 같은 시간, 같은 양의 커피를 내려 마시고, 같은 코스로 동네를 시찰한다. 오베는 칸트와 같이 성실함의 표본 같은 사람이지만, 이웃들은 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사사건건 참견에 트집을 잡고, 자기 고집만 내세우는 오베는 웬만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까칠한 고집불통 늙은이기 때문이다.

  • 어느 날 오베는 평생을 일해 온 직장에서 정리 해고를 당한다. 단 한 번의 지각이나 결근 없이, 심지어 금요일에 죽은 아내의 장례식을 마친 월요일에도 출근했던 직장인데 말이다. 오베는 더 이상 할 일도, 돌봐줘야 할 이도 없어진 세상을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살을 결심한다.

    평소 모든 일에 철두철미한 그는 유언장을 쓰고, 장의사에게 미리 돈을 내고, 아내 곁의 공원묘지를 마련하는 등 죽을 준비를 시작한다. 청구서는 모두 납부했으며, 전화와 신문 구독도 끊어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오베에게 남은 것은 이제 부엌 천장 한가운데에 밧줄을 매달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고리를 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오베가 천장에 고리를 박으려는 순간, 그의 신경을 긁는 엄청난 소음이 들려온다. 이웃집에 막 이사 온 얼간이들이 오베네 집 우편함을 박살 낸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다방면으로 오베를 성가시게 만드는 이웃과 오베 사이에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 사진=영화 '오베라는 남자' 스틸컷
    ▲ 사진=영화 '오베라는 남자' 스틸컷
    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데뷔작으로 2012년 출간과 동시에 스웨덴은 물론 유럽과 영미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밀리언셀러다. 소설은 무명이었던 작가를 단숨에 세계적인 인기 작가로 만들어주었고, 전 세계에 오베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오랫동안 푹 끓여야 잘 우러나는 사골처럼, 이야기가 진행되며 서서히 매력을 드러낸다.

    세상에 둘도 없이 까칠하고 고지식한 남자 오베를 볼수록 매력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준 것은 오베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방식으로 보여준 작가의 영리한 전개방식에 있다. 오베의 현재와 맞물려진 과거 에피소드들은 그의 행동을 이해하게 함은 물론, 그의 진심까지 헤아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아마 이 소설을 읽었다면 오베가 겉모습만 거칠 뿐 세상 어디에도 없는 로맨티스트에 길 고양이 기분까지 신경 쓰는 상냥하고 순수한 남자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이는 없지 않을까 싶다.

  • 사진=영화 '오베라는 남자' 스틸컷
    ▲ 사진=영화 '오베라는 남자' 스틸컷
    소설은 2015년 동명의 영화 ‘오베라는 남자’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시작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그리 인상적인 편이 아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오베의 매력지수를 높여 푹 빠져들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화는 오베의 속 사정과 진심을 파악할 수 있는 오베의 과거 에피소드를 대폭 축소하는 바람에 많이 소설보다 많이 심심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오베라는 남자'는 소설과 영화 모두 재미있다. 소설은 풋! 하고 실소를 터트리게 만드는 코믹함 속에 전해지는 진한 감동이 일품이고, 영화는 그보다 가볍게 오베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아무래도 영화보단 원작 소설을 낫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진가를 맛보기 위해서라도 재미와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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