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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리, 화장을 지우고 체중을 늘리고…"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인터뷰]

기사입력 2025.03.15.00:01
  • 영화 '침범'에서 민 역을 맡은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권유리 /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침범'에서 민 역을 맡은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권유리 /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해당 인터뷰에는 영화 '침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권유리의 완전히 다른 얼굴이 스크린에 담겼다. 늘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라는 밝은 노래를 전할 것 같은 소녀시대 유리가 아닌, 배우 권유리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체중을 늘리고, 화장을 지웠다. 생애 가득 외롭고 사람을 믿지 못했던 '민' 그 자체가 되었다.

    영화 '침범'은 20년이라는 세월을 경계로 두 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죽은 동물을 바라보며 '다른 동물을 키우면 된다'라고 말하는 남다른 폭력성을 보이는 딸 소현(기소유)과 그를 바라보는 엄마 영은(곽선영)의 이야기가 전반부를, 고독사한 공간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직원 민(권유리)과 그를 딸처럼 생각하는 현경(신동미),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새로운 직원으로 합류한 해영(이설)의 이야기가 후반부에 20년을 경계로 나란히 놓인다. 권유리가 맡은 민은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가지고 사람을 믿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다 원치 않았던 임신까지 하게 됐다. 권유리는 그런 '민'을 기다려왔다.

  • 영화 '침범' 스틸컷 / 사진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 영화 '침범' 스틸컷 / 사진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Q. '침범'을 어떻게 제안받았나. 배우로 활동했지만, '보쌈-운명을 훔치다', '굿잡'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라 놀라기도 했다.

    "약 2년 전에 '침범' 대본을 받았다. 처음 읽어볼 때부터 흥미로워서 술술 읽혔다. 웹툰도 봤는데, 마치 콘티처럼 느껴져서 재미있게 봤다. 김여정, 이정찬 감독님 미팅을 했는데, 제 나이 또래 감독님들이시고, 이야기도 잘 통했다. 제가 좋아하는 소재였고, 제가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였기에 제안해 주신 것에 대해서 신기했고 감사했다. 새롭게 만들어갈 '김민'이라는 캐릭터에 기대감이 생겼다."

    Q. 가지 않은 길에는 궁금증과 설렘도 있지만, 두려움도 있기 마련이다. 캐스팅과 관련 감독님께서는 언론시사회에서 "오랜 시간 글로벌 톱스타로 살아온 것에 대한 외로움을 보았다"라고 하시기도 했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였기에 쾌감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물이었고, '김민'으로 포지셔닝을 잘 수행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내내 몰두하는 게 즐거웠다. 민이는 거칠고, 기구한 삶을 살았던 캐릭터이지 않나. 그동안 제가 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로 보여준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과는 반대 선상에 있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카타르시스가 있기도 했다. 저에게 '외로움'이라는 모습을 캐치하고 사용해 주셔서 감사했다. 오랜 시간 그런 때를 기다려왔다. 저는 오랜 시간 활동해 왔기에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엿보는 것이 흥미로운 도전이다. 그것을 시도해 주시는 연출자와 제작자가 계셔서 감사하고 반가웠다."

  • 영화 '침범'에서 민 역을 맡은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권유리 /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침범'에서 민 역을 맡은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권유리 /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Q. '김민'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해 갔을까.

    "민이는 내면의 상처가 많은 인물이다. 그런데 그 상처를 해영(이설)과는 정반대로 표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냉소적이지만 착하다. 동시에 화자로서의 역할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중심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리가 아닌 김민으로 보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몸무게도 증량했다. 뒤로 갈수록 해영(이설)과 팽팽하게 맞붙어야 하는데, 그렇게 부딪힐 때, 외적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길 바랐다. 얼굴에도 거친 질감을 주고 싶었다. 민이가 살아온 기구한 삶이 보이기를 바랐다. 긴 앞머리로 이마를 덮고, 눈썹을 안 보이게 했다. 그게 인상을 좌우하더라. 제 인상을 가리고 싶었다. 그래서 민이는 모자를 자주 착용해서 눈을 가린다. 자기 파괴적이고, 세상과 벽을 짓고 사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다."

    Q. 평소 캐릭터에 다가갈 때, '권유리'만의 루틴이 있을까.

    "저는 캐릭터가 무슨 옷을 입는지 그림을 그려본다. 이번에 입은 의상도 제 의상이 60% 이상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에 맞는 음악과 향도 매칭해둔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그게 저에게는 잘 와닿더라. 민이는 가죽 향이 많이 들어가 있는 우드 계열의 향이었다. 대중적이지 않은 향이었다. 향을 정하면 실제로 촬영 현장에 뿌리고 가기도 한다."

  • 영화 '침범' 스틸컷 / 사진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 영화 '침범' 스틸컷 / 사진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Q. 후반부를 볼 때, 가장 긴박함을 느꼈던 것은 '도대체 민과 해영 중 누가 소현이일까'라는 점이었다.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장치도 있었을까.

    "엄마와 소현이의 이야기보다, 저희가 먼저 촬영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이설과 저에게 '이 장면을 찍을 때는 소현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직접적으로 디렉션을 주시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약속하고 한 연기가 있다. 저도 해영이도 끝까지 극적인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저는 민과 해영이 참 닮은 구석이 많다고, 어떤 면에서 거울처럼 닮았다고 생각했다. 굴절되는 빛에 따라서 나오는 모습이 다르게 형상화된 모습이 한쪽은 민이고 다른 쪽은 해영같이 느껴졌다."

    Q. 민이 임산부이기도 하고, '침범'이라는 작품 자체가 던지는 화두 중 하나가 '모성애'라는 감정에 대한 부분이지 않나.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되게 재미있게 봤다고 하셨다. '고생했겠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오히려 아빠가 '모성애'라는 감정에 대해 더 많이 공감하신 것 같다. 사람이라면 아이일 때, 모두 느끼지 않나. 부모에게 받고 싶은 사랑이 있고, 또 부모가 됐을 때 나만이 (아이에게) 주고 싶은 사랑이 있는 것 같다. 그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일방적일 때도 있고, 양방향일 때도 있다.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침범' 속에 자리하는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공감하는 게 있다고 아빠가 말씀해 주셨다. '되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좋다'라고 하셨다."

  • 영화 '침범'에서 민 역을 맡은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권유리 / 사진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 영화 '침범'에서 민 역을 맡은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권유리 / 사진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Q. 기다려온 '민'이 캐릭터를 만났고, 개인적으로 스릴러 장르와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프로그램의 팬이라고 자청하지 않았나. 다양한 지점에서 배우 권유리의 만족과 성장을 마주할 수 있었을 작품이었던 것 같다.

    "만약에 '침범'이 실화라면 더 끔찍할 것 같다. 저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보고, 화두가 생겨서, 이런 상황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방안을 고민해 보는 일련의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제가 배우로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다. 그 방향성을 향해 가는데 '침범'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큰 도전이기도 했고, 안 해봤던 역할이고,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기도 했다. 해영이와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극을 이끌어가고 싶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민이 소현이인지, 해영이 소현이인지, 끝까지 몰랐어'라는 반응을 듣고 고비는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Q.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향하기 위해 일상에서 하고 있는 일들도 있을까.

    "평소에 관심사를 많이 넓혀놓는 것 같다. 인간사에 대한 관심사도 그렇고.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도 조금씩 허물어보려고 부단히 애쓴다.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는 선입견도 있지만, 저부터 그것을 유연하게 만들어야만, 배우로서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주도에서의 생활도 같은 맥락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 체크하고, 산책 다니고, 돌보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제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

  • 영화 '침범'에서 민 역을 맡은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권유리 / 사진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 영화 '침범'에서 민 역을 맡은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 권유리 / 사진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Q. 연극무대 '앙리 할아버지와 나' 무대에 배우 이순재, 신구 등과 함께 올랐고, 이후에도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것 같다.

    "선생님들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늘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늘 같다. 겸손하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계신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면 늘 봐주시고, '기특하다'고 해주신다. 신구, 이순재 선생님처럼 계속 드라마 시상식에 함께 하고 싶다. 선생님들은 너무 사랑스러우시다. 저를 많이 예뻐해 주시지만, 혼낼 땐 따끔하게 혼내시기도 한다."

    Q. 그룹 소녀시대 멤버들과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이제는 배우로서도 자리를 잡은 멤버들이 있지 않나. 어떤 이야기를 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을까.

    "윤아와 (최)수영이가 시사회 때 오려고 했다. 예고편을 보고 예습까지 했는데 일정 때문에 못 왔다고 하더라.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고, 열심히 하고 있다. 다른 친구들도 각자의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아, 티파니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때 실제로 티켓을 사서 '침범'을 보러오기도 해줬다. 너무 기특하다고, 대단하다고, 멋있다고 인정해 줬다. 멤버들이 인정해 주는 것은 너무 고맙다. 이제는 각자 다른 분양에서 배우로도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멤버로 뿌듯하고 좋다. 소녀시대는 제게 태어난 고향이자, 국가이자, 전부다."

    Q. 올해 권유리의 계획과 소녀시대의 계획, 그리고 10년 후 권유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궁금하다.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침범'으로 인사드리고 나면 저에게 또 다른 길이 생기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하고 있다. 소녀시대는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간 것은 없지만, 20주년에 뭔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10년 후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왠지 '칸 국제영화제' 같은 곳에 가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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