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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중국어로 바보가 뭐예요?`하는 질문이다. 학생들에게 욕을 알려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어에는 욕이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나는 `얼빠이우(二百五)`를 알려준다. 숫자의 표시를 공부할 때 학생들에게 알려주면 헷갈리기 쉬운 숫자의 표현을 쉽게 이해한다.
자, 그럼 `얼빠이우`가 왜 푼수라는 뜻이 될까에 대해 알아 볼까요.
내가 북경에 살 때, 어느 날 동네의 골목길에서 놀고 있는 꼬마들이 서로에게 `얼빠이우`라고 놀리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숫자 `250`이라는 간단한 말인데 이게 왜 바보라는 뜻이 되는지 잠이 안 올 정도로 몹시 궁금하여 평소 알고 지내는 중국인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물론 내가 물어 본 중국인은 대학원생, 직장인, 교수, 상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답은 모두 습관적인 말인데 왜 그런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곰곰히 혼자 생각했지요. 우리나라 말에 `팔삭동이`라는 말이 `푼수`라는 말과 비슷한데, 이 팔삭동이는 8개월 반만에 태어난 사람을 뜻하니 250이란 숫자는 250일만에 태어난, 좀 모자란 사람을 의미하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거의 확신이 섰습니다.난 역시 똑똑해! 중국인들이 모르는 것을 알아내다니! 의기양양한 태도로 내가 알아낸 내용을 설명하자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그건 아니야`라고 했습니다. 결국 잘난 척하다가 망신만 당했지요. 그런 일이 있고 얼마 후에 드디어 그 원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뭔지 궁금하지요?
옛날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동전의 가운데에 구멍이 있어 줄로 묶어 한 꾸러미, 두 꾸러미 하고 세었던 것 생각나지요? 중국에서는 은전을 500개 묶어 하나의 단위로 세었는데 바로 `이펑인즈(一封银子)`라고 했습니다. 즉, 은전 500개를 한꺼번에 말할 때 `펑(封)`이란 양사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빤펑인즈(半封银子)`라고 하면 은전 500개의 절반 250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이 때 `빤펑(半封)`은 `빤펑(半疯)`과 발음이 같습니다.물론 성조도 같고요. `빤펑(半封)`은 250개의 은전을 의미하는 것인데 발음이 반쯤 실성한 사람 즉, 푼수라는 뜻의 `빤펑(半疯)`과 연계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얼빠이우(250)`가 푼수라고 쓰이게 되었던 것이지요.
어때요? 간단한 숫자 얼빠이우(250)에도 중국 고대의 문화가 숨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겠지요? 중국에서는 아이들이 놀 때 누군가가 상대에게 `얼빠이우(250)`라고 흉을 보면 즉각 `넌 싼빠이우(350)`라고 응수하고, 다시 이어서 `넌 쓰빠이우(450)`라고 반격을 합니다. 아이들 생각에 숫자가 높으면 더 푼수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인과 만났을 때 농담삼아 한 번 `얼빠이우`의 유래를 물어보세요. 십중팔구 대답을 못할 겁니다. 이 때 조금 뜸을 들이면서(미소를 지으며 상대의 눈을 지그시 응시해야 효과적임) 설명을 해주면 중국인이 여러분을 바라보는 시선이 금방 달라질 겁니다. 그렇다고 너무 잘난 척하지는 마세요. 이제 시작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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