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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노래 <종이학>이 유행한 후 종이학 접기는 열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종이학 천 마리를 접으면 사랑도 이루어지고 소원도 이루어진다는 말에 밤새 종이학을 접었다.
핸드폰이 등장하기 전, 연말연시가 되면 연하장을 주고받았다. 그 연하장에 가장 많이 등장한 주인공이 학(鶴)이었다. 학은 산신령이 타고 다니는 신령스러운 새이고, 천 년을 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며 덕담을 전할 때, 학이 가장 알맞은 존재였다. 학은 십장생(十長生) 중의 하나로 고려청자와 많은 생활용품에서도 학의 문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은 늦가을 우리나라에 와서 겨울을 보낸 후 봄이 올 때쯤 다시 날아가는 철새다. 주로 습지에서 어패류를 잡아먹거나 논과 밭, 들판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그런데 전통 그림에서는 학이 파도치는 바닷가에 홀로 서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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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일품당조도(一品當朝圖)>와 <당조일품도(當朝一品圖)>는 제목의 어순이 다를 뿐 뜻은 같다. 그림의 내용도 모두 파도치는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는 한 마리 학이 주인공이다.
그림 제목의 당(當)은 ‘마주하다’라는 뜻이다. 그림 안에서 학이 바다를 마주하고 있으니 당조(當潮)가 된다. 그런데 바닷물 조(潮)는 옛날에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했던 조정(朝廷)을 의미하는 조(朝)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그림의 내용은 ‘학이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이지만 그림의 속뜻을 읽으면 ‘학이 조정을 마주하고 있다.’이다. ‘학이 조정을 마주하다’라는 뜻은 ‘높은 관리(일품)가 되어 큰일을 하기 바란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여러 종류의 학 중에서 정수리가 빨간 학을 단정학(丹頂鶴)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명・청시기 1품 문관의 관복에 단정학을 수놓았다. 그 후 학은 1품을 상징하게 되었다. <일품당조도(一品當朝圖)>의 학은 딱 한 마리만 그려야 일품(一品)이다.
<일품당조도(一品當朝圖)>를 보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관리와 군인이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자.
※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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