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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가지 끝에 남겨 둔 주홍빛 까치밥은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반짝인다.
까치는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주었다는 전설과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설 때문인지 길조(吉鳥)로 여겨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까치가 사과, 배, 포도 등의 과일을 쪼아 먹어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거나, 전신주에 둥지를 지어 합선 사고를 일으키는 해조(害鳥)로 전락했다. 까치 입장에서 보면 무척 억울한 일이겠지만, 전통 그림에서는 여전히 길조(吉兆)를 상징하고 있으니 위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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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사시쌍희도>의 주인공은 감과 까치다.
‘저게 감이라고?’, ‘동백꽃 아니야?’, ‘감이야, 사과야?’,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감은 왜 네 개이고, 까치는 왜 두 마리일까?’, ‘우연인가? 의도인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감은 한자로 시(柿)이고, 감이 네 개면 사시(四柿)다. 이때 사시(四柿)는 사시(四時)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사계절을 의미한다. 그래서 감을 딱 네 개만 그렸다.
까치는 한자로 희작(喜鵲, xǐquè)이고, 기쁨을 상징한다. 까치가 두 마리이니 쌍희(雙喜)로 읽는다. 그림을 읽으면, “일 년 사계절 기쁜 일이 쌍으로 겹치기 바란다!”라는 의미다.
<사시쌍희도> 오른쪽 윗부분에 알아보기 어려운 한자가 쓰여 있고, 도장도 찍혀 있다. 그림에 쓴 글을 ‘제(題)’라 하고, 연월일(年月日)과 이름, 그리고 찍은 도장을 ‘관(款)’이라고 한다. 즉, 제는 그림 관련 글이고, 관은 서명이라고 보면 된다. 이것을 합쳐 제관(題款) 또는 관제(款題)라고 한다.
제관은 그림만으로 부족한 무언가를 보완하고, 여백을 예술적으로 장식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양식은 중국의 당나라 때 시작되어 송, 원, 명을 거치며 그 형식이 완성됐고,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였다. 글의 내용, 서체, 글자의 크기 등이 그림과 잘 어울려야 하는 것은 물론 그림의 어디에 배치하는가에 따라 그림의 전체적인 완성도와 예술성이 달라 보인다.
그림 <사시쌍희도>에 있는 제관을 번역하면 이러하다.
대가이신 석충 형님 보시고 웃으세요. 병자년 가을 7월 송나라 필법을 모방하여 아우 비암 그림
이 제관의 내용을 봐도 알겠지만, 그림 속 대부분의 제관은 작가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언제 그렸는지 등을 간단히 쓴 것이다. 따라서 알면 좋지만, 몰라도 그림의 뜻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림에 한자가 많다고 어려워하지 말자.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그림을 읽는 것이지 한자를 읽는 것이 아니다.
※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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