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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1.3%가 당뇨·전단계… 당뇨병, 병원 밖에서 해법을 찾다

기사입력 2025.05.24 06:00
  • “당뇨병은 특정 분야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닙니다. 국민 인식을 바꾸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지난 5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한국당뇨협회 창립 30주년 심포지움에서 김광원 회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 국민의 40% 이상이 당뇨병 전 단계 또는 유병 상태라는 현실을 배경으로, 병원 중심 치료를 넘어선 관리 전략의 필요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 (사)한국당뇨협회 김광원 회장이 창립 30주년 심포지움 개회사에서 당뇨병 관리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 (사)한국당뇨협회 김광원 회장이 창립 30주년 심포지움 개회사에서 당뇨병 관리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당뇨병이 더 이상 일부 환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수치로도 입증됐다.

    최덕현 순천향대 교수는 “현재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30세 이상 성인 기준 약 16.7%이며, 당뇨 전 단계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구의 41.3%에 달한다”며 당뇨병이 전 국민적 관리 대상 질환임을 강조했다. 특히 청년 남성의 혈당 조절률이 고령층보다도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2030세대는 자각증상이 적고 건강검진 참여율이 낮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는 ‘당뇨병’이라는 용어가 환자에게 낙인을 찍는다는 이유로, 영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해 보다 중립적으로 바꾸자는 논의도 있었다”며,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 순천향대 최덕현 교수가 당뇨병 유병률과 전 국민 관리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순천향대 최덕현 교수가 당뇨병 유병률과 전 국민 관리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치료 현장의 경험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김종화 부천세종병원 과장은 “체중의 10~15%만 감량해도 혈당 조절 효과가 매우 크지만, 약만으로 조절하려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며 “생활 습관 개선 없이는 치료 효과도 지속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연속 혈당측정기(CGM) 같은 기술이 당뇨병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하며, “의사인 나조차 CGM을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일부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보험이 적용되긴 하지만, 대다수 환자에게는 접근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CGM과 같은 기술의 낮은 접근성이 지적된 만큼, 향후 교육·정보 제공 확대나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정책 차원의 대응 필요성과도 연결됐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정책관은 “당뇨병을 포함한 만성질환 관리 정책은 여전히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통일성, 연결성,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심뇌혈관질환 중심의 통합 관리 전략을 강화하고, 여기에 생활 습관 중재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부천세종병원 김종화 과장이 당뇨병 치료 기술의 발전과 환자 접근성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 부천세종병원 김종화 과장이 당뇨병 치료 기술의 발전과 환자 접근성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문제의식에 발맞춰, 한국당뇨협회도 새로운 관리 방식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준구 이사는 협회의 중장기 전략인 ‘VISION 2030’을 통해 AI 기반 당뇨병 정보 플랫폼 ‘당뇨 위키피디아’, 혈당 위험도 시각화 서비스 ‘당뇨 신호등’, 식생활 실천 캠페인 ‘감당 캠페인’ 등을 제시하며, 참여형 생활 실천 기반 관리 모델 강화를 예고했다.

    환자 당사자의 목소리도 그 중요성을 뒷받침했다.

    이순자 협회 이사는 임신성 당뇨 진단 이후 20년 넘게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다가 저혈당 증상으로 사고를 겪고 나서야 교육을 받게 됐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그는 협회 캠프에 꾸준히 참여하며 식단을 조절하고 생활 습관을 바꾸는 방식으로 현재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당뇨는 교육의 병이자 생활의 병입니다. 생활만 고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 관리의 패러다임은 지금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질환을 진단받기 이전부터 관리할 수 있는 체계, 생활 속 실천을 돕는 기술과 정보,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당뇨협회는 ‘VISION 2030’을 중심으로 생활 기반 건강관리 모델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보건복지부 역시 관련 부처 간 협의 강화를 통해 통합적 만성질환 관리 전략 마련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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