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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미래를 말하다] ‘간편결제’가 여는 지갑 없는 시대

기사입력 2025.04.28 07:00
  • 현금과 플라스틱 카드 없이도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더 이상 결제 단말기에 카드를 꽂는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앱을 열어 바코드를 보여주거나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가까이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더 빠르고, 간편하고, 비접촉적인 결제 방식은 지금 우리 일상 곳곳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 중 국내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전체 이용규모 중 모바일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 비중은 2023년 50.5%에서 지난해 52.4%로 확대됐다. 이 중에서도 카드 기반의 간편지급 서비스의 결제 비중은 51.1%로, 전년 48.5%보다 증가했음은 물론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반면 실물카드 결제 비중은 2023년 49.5%에서 지난해 47.6%로 감소세에 있다.

    간편결제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플랫폼 생태계 내 사용자 유입과 데이터 확보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3년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은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의 컨택리스 결제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삼성·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주요 플랫폼들은 이에 대응해 오프라인 시장 확장, 생체 인증, 멤버십 연계 등 기술 중심의 기능 고도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과 결제 인프라가 만든 새로운 결제 풍경

    간편결제 확산의 배경에는 기술 발전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 중심의 변화가 있다.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스마트폰만으로 언제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이 편의성을 높였고,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비 습관이 고착되면서 카페, 택시, 편의점 등 일상 전반으로 간편결제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됐다.

    또한 해외여행 시 카드 복제나 스키밍(불법으로 개인의 카드 정보를 복사해 가는 행위) 등 범죄 우려로 인해 애플페이, 삼성페이 같은 비접촉(컨택리스) 결제 방식이 선호되면서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컨택리스 결제는 카드 정보를 단말기에 직접 노출하지 않고, 일회용 암호화 토큰으로 처리해 보안성이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간편결제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들어서면서, 각 플랫폼은 자사의 강점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페이 모두 단순 결제를 넘어 통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시도 중이다.

    ‘페이 전쟁’ 본격화… 플랫폼별 차별화 전략은?

    삼성페이는 NFC만 지원하는 애플페이와 달리 MST(마그네틱보안전송)와 NFC를 모두 지원한다는 점에서 결제 인프라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교통카드, 모바일 신분증, 전자문서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며 ‘올인원 페이’로서의 입지를 강화 중이다.

    네이버페이는 자사 커머스 플랫폼인 네이버쇼핑·스마트스토어와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온라인 결제 사용자층을 공고히 하고 있다. 간편결제뿐 아니라 구매, 적립, 리뷰, 환불 등 쇼핑 전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사용자 경험은 네이버페이만의 강점이다.

    카카오페이는 결제 서비스를 넘어 송금, 보험, 투자, 인증까지 아우르는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국민 SNS 앱이라고 불리는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기반으로 한 생활 밀착형 결제 시스템은 타 플랫폼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또한 후발주자인 토스페이는 최근 안면인식 기반 '페이스페이'를 도입하며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간편결제, 기술 넘어 신뢰와 상생이 관건

    간편결제가 일상 속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편리함 이면의 구조적 문제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수료 부담과 보안 문제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애플페이 확산으로 카드사 수수료 부담은 커지고 있다. 애플페이 결제 시 카드사는 건당 0.15%를 애플에 지급하며, 비자·마스터카드 등 국제 브랜드 수수료까지 더해져 부담이 가중된다. 

    여기에 삼성페이까지 유료화를 검토할 경우,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페이가 카드 결제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연간 약 140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은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카드사가 수수료를 직접 전가하지 않더라도, 소비자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삼성페이 유료화가 현실화될 경우, 해외 이용자와 달리 국내 사용자만 수수료를 간접 부담하게 되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수수료 전가를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간편결제 확산 속에서 카드사 수익 구조 전반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최근 불거진 카카오페이의 개인정보 무단 이전 논란을 보면 알 수 있듯 보안 문제도 여전히 주요 리스크다. 최근 금융당국은 약 4000만명의 고객 개인정보를 중국 알리페이에 무단 이전한 카카오페이에 대해 약 150억원의 과징금 부과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전자금융업체 중 역대 최대 수준으로, 개인정보에는 휴대전화·이메일은 물론 결제·송금 내역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페이는 애플 앱스토어 결제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알리페이에 정보를 위탁 처리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제재가 부당하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말 제재 안건을 논의해 과징금 규모를 비롯한 제재 수위를 확정할 전망이다.

    간편결제 플랫폼 경쟁은 기술 중심 경쟁을 넘어 신뢰 확보와 수익 구조 설계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와 공정한 수익 구조 마련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금융당국도 수수료 전가 방지 등 이용자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간편결제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선, 상생 가능한 생태계 구축과 소비자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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