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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틱 인공지능(Agentic AI)는 현재 AI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혁신적 개념이다. 인간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를 의미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8년까지 기업 의사결정의 33%와 일상적인 업무 결정의 15%가 에이전틱 AI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예측과 더불어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술대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 2024’에서 발표된 106편의 논문이 에이전틱 AI에 집중된 사실은 이 분야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에이전틱 AI는 무엇을 의미할까. 위키백과에서는 에이전틱 AI를 ‘인간의 개입 없이 결정을 내리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율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 AI’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명령에 반응하는 AI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AI로의 진화를 상징한다.
전통적인 AI는 규칙 또는 통계 기반 모델로, 주로 예측, 분류, 최적화와 같이 제한적인 범위의 문제 해결에 특화돼 왔다. 반면 생성형(Generative)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악 등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며 예술, 창작, 대화 영역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이는 기존 AI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유연한 응답을 생성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와 대조적으로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정적 응답 생성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마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전통적인 AI’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율적인 AI’로의 진화를 상징한다. 에이전틱 AI는 주어진 작업을 단순히 처리하는 것을 넘어 작업의 목적을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 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정보와 도구를 탐색해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기존 AI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에이전틱 AI의 구조와 동작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먼저 에이전틱 AI는 사용자로부터 입력받은 명령이나 문제의 목적을 파악한다. 단순히 지시된 작업만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한다. 목적이 파악되었으면 AI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단계의 계획을 세운다. 에이전틱 AI는 자신이 가진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외부의 도구 API, 데이터베이스, 검색 엔진 등을 활용해 실행한다. 예를 들어 최신 정보를 검색하거나 코드를 실행해 결과를 검증하며, 필요시 새로 학습한 지식을 적용한다. 전통적인 AI 학습과 다른 점은 에이전틱 AI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중간 결과를 점검하고, 예상과 다르면 계획을 분석하거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에이전틱 AI는 이전 수행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재계획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사용자의 피드백이나 결과 평가를 학습해 다음 작업에서 더욱 향상된 성과를 창출하며, 이 과정을 통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답변을 제공할 때까지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이처럼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주어진 질문에 응답하는 기존 챗봇이나 생성형 AI모델의 한계를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능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에이전틱 AI는 의료, 금융, 제조,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혁신을 주도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는 에이전틱 AI가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인 맞춤형 약물 투여를 관리하며 심지어 수술 절차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에이전틱 AI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실시간 시장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거래 전략을 실행하며 이상 거래를 감지해 사기 탐지 및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는 에이전틱 AI가 예측 유지보수, 생산라인의 로봇 조립, 자율 재고 관리 등에서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예측 유지보수 기능은 장비 고장을 사전에 감지해 생산 중단을 방지하고 재고 관리는 공급망을 최적화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렇듯 에이전틱 AI는 현재 AI 분야에서 주목받는 혁신 기술이지만, 그 실현과 확산에는 여러 중요한 과제가 수반된다. 첫째, 복잡한 연동성 관리이다. 에이전틱 AI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네트워크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며 동작해야 하므로, 이질적인 시스템 간의 연결성과 호환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실시간 데이터 연동, API 통합, 멀티에이전트 협업 등에서 기술적 복잡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둘째, 다른 AI 학습 문제와 마찬가지로 데이터 품질 확보가 필수적이다. 에이전틱 AI는 학습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의존한다. 이때 잘못된 데이터, 편향된 데이터, 또는 불완전한 데이터가 투입될 경우 AI의 의사결정에 오류를 초래하거나 예기치 못한 결정을 유발할 수 있다. 셋째, 설명 가능성과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 에이전틱 AI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갖는 만큼 인간 사용자와 이해관계자가 ‘왜 이 결정이 내려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XAI) 기능이 필수적이다. 이는 시스템 신뢰성 제고뿐 아니라, 법적·윤리적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넷째, 윤리 및 보안 문제이다. 개인정보 보호, 공정성 유지, 오작동 방지, 악의적 활용 차단 등은 에이전틱 AI의 설계와 운영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이를 위해 기술적 보안뿐 아니라, 정책적·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간 중심 설계와 지속적 감독이 필요하다.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AI의 행동은 예상 불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위험 관리를 위해 사람의 감독 및 피드백 루프가 필요하다. 따라서 에이전틱 AI는 ‘완전한 자동화’가 아니라, 인간 중심 설계와 지속적 모니터링 체계 속에서 운영돼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에이전틱 AI의 성숙과 확산에 있어 핵심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며, 기술·윤리·사회적 측면에서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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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틱 AI의 미래는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와 산업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AI는 주로 사람의 지시와 감독 아래에서 동작하지만, 에이전틱 AI는 점차 더 높은 자율성을 가지며 인간의 개입 없이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또 에이전틱 AI는 개인화 서비스의 혁신을 이끌 것이다. 소비자별로 세밀하게 맞춤화된 상품, 서비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며, 고객의 선호도나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초개인화 시스템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히 추천 알고리즘 수준을 넘어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예측하고 제안하거나, 고객의 행동 패턴에 따라 동적으로 서비스가 변화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다.
에이전틱 AI는 학습과 진화의 측면에서도 크게 도약할 것이다. 데이터를 쌓을수록 더욱 똑똑해지는 AI는 새로운 데이터를 스스로 수집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모델을 재학습하거나 개선하는 능력을 갖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설계한 한계 내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내고 문제를 정의하는 방향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에이전틱 AI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과 헬스케어 산업이 결합된 자율주행 건강관리 서비스, 금융과 물류가 융합된 스마트 결제·배송 서비스 같은 혁신적인 융합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는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래의 에이전틱 AI는 더 높은 자율성과 학습 능력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서비스 혁신을 주도하고, 초개인화 시스템과 새로운 산업 융합 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 발전이 인간의 가치, 윤리, 안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에이전틱 AI의 ‘감독자이자 동반자’로서 AI의 행동을 제어하고, 사회적·윤리적 기준을 마련하며, AI가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에이전틱 AI의 미래는 인류에게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주겠지만, 그 잠재력을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실현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병철 교수는 컴퓨터비전 및 패턴인식 분야에서 얼굴표정인식, 객체추적, 행동인식, 설명가능한 인공지능(XAI), 3D 객체 생성, 멀티 모달AI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전문가다. 엘스비어(Elsevier) 선정 2023·2024 월드 탑 2% 과학자(World Top Scientist)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국제저기전자공학회(IEEE) 시니어 멤버이며 계명대 공과대학 학장, 대한전자공학회 인공지능신호처리 소사이어티 회장 및 여러 학회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2023년 대구 AI연구자 포럼(DARF)를 창립해 지역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3년 11월 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 고병철 계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niceko@km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