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맑은 호수에서 밤낚시를 하다가 새우를 잡으면 새우의 눈빛이 깜깜한 밤에 별처럼 빛났다. 물고기 못 잡고 대신 새우를 잔뜩 잡아 돌아가서 무를 넣고 만든 새우 조림이 기가 막히게 맛있었는데, 이젠 이런 이야기도 라떼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지금이야 새우가 그다지 귀한 먹을거리가 아니지만, 추억 속의 새우는 매우 귀하디귀하신 몸이었다. 우리에게 새우가 친근하게 다가온 데에는 새우깡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1971년 새우깡이 출시한 이래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민 간식이었다. 

전통 그림에도 새우가 주인공인 그림이 적지 않다. 전통 그림에 등장하는 새우는 언제나 떼로 군무를 추듯 역동적인 모습이다.

제백석의 새우 그림은 언제 봐도 감탄이다. 그림의 뜻과 상관없이 새우 그림은 볼 때마다 멋지다. 살짝 건들기만 해도 새우가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그런데 그림 속의 새우는 우리가 자주 먹는 바다 새우가 아니라 민물 새우다. 새우를 그린 먹의 농담(濃淡)이 정말 감동이다. 그리고 새우의 집게다리와 가는 수염까지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으로 보는 새우의 생동감도 멋지지만, 옛사람들이 새우를 그린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새우는 딱딱한 갑옷을 입고도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이 매우 자연스럽다. 이 동작을 한자로 표현하면 ‘만만순(彎彎順)’이라고 한다. 이 만만순과 발음은 같고 한자가 다른 만만순(萬萬順)으로 바꾸어 읽으면 “모든 일들이 순조롭다.”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 새우 그림은 “하는 일마다 순조롭기를 바란다”라는 의미다.

새우 그림을 다르게 읽기도 한다. ‘새우는 긴 수염을 가지고 있어 ‘바다의 노인’, ‘해로(海老)’라고도 하는데, 백년해로의 ‘해로(偕老)’와 발음이 같아 부부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다’라고 읽기도 한다.

국어사전에서 해로(海老)를 찾아보았더니, 새우의 한 종류라고 되어 있지 새우와 동의어는 아니었다. 따라서 우리말에서 해로(海老)와 해로(偕老)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새우를 백년해로라고 해석하는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본어에서는 새우를 한자로 ‘해로(海老)’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새우를 바다의 노인, 해로(海老)라고 하는 것도 ‘일본어에서 온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중국에서는 새우를 해로(海老)라고 하지 않기 때문에 새우 그림을 백년해로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새우 그림을 읽는 방법이 중국식이든, 우리식이든, 일본식이든 어느 것이 옳은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읽게 된 연유를 알고 그림을 감상하면 새우가 더욱 멋지지 않을까?

새해 모든 일이 순리대로 잘 풀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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