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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생체에 삽입된 바이오 전자기기에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차세대 전력 공급 기술을 개발했다.
경희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박윤석 교수 연구팀이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무선 전기소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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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외부 자기장의 진동을 활용해, 체내에 삽입된 기기가 자체적으로 마찰전기를 발생시켜 전력을 얻는 방식이다. 별도의 전선이나 배터리 교체 없이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생체 이식형 의료기기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현재 심박조율기, 약물 전달 장치, 생체 신호 감지 센서 등 다양한 이식형 의료기기는 대부분 배터리를 탑재해 사용되며, 사용 기간이 지나면 배터리 교체를 위한 수술이 불가피하다. 특히 고령 환자나 중증 질환자의 경우 이 같은 반복 수술이 신체적·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무선 충전 방식도 도입되고 있지만, 장치와 충전기 간의 정렬이 조금만 어긋나도 충전 효율이 떨어지고, 충전 중에 발생하는 발열 문제 역시 해결 과제로 남아 있었다.
박 교수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장 구동 마찰전기 나노 발전기(MA-TENG)'라는 새로운 개념의 무선 발전 소자를 개발했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이 진동하면, 이식된 소자의 자성 물질이 상하로 움직이며 마찰전기를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소자는 자기장 정렬이 ±25도 이상 어긋나도 80% 이상의 출력 효율을 유지하며, 공기·물·지방·금속 등 다양한 매질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을 보였다. 실제로 돼지 지방 조직에 이식한 실험에서도 정상 작동을 확인했으며,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테스트에서도 발열이 감지되지 않았다.
아울러 80도 고온에서 14일간의 가속 수명 테스트를 통해 체온(37도) 기준 약 1.7년 이상의 내구성이 입증되었고, 하루 40회 작동을 기준으로 약 650만 회의 반복 작동 이후에도 성능 저하 없이 전력 생산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심박조율기나 약물 전달 장치, 장기 생체센서 등 다양한 의료기기에 적용돼 배터리 교체 없는 장기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수술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고령화로 증가하는 만성질환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인체 대상 임상시험, 장기 내구성 검증, 기존 의료기기와의 통합 등 추가 연구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연구 책임자인 박윤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체 이식형 의료기기의 무선화 가능성을 크게 높인 사례”라며 “이식형 바이오 소자의 실용화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