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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물리학과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극한상호작용 연구단(CAPP)과 협력해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Axion)의 탐색 효율을 크게 높일 고주파 공진기 튜닝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고주파 영역에서 기존 민감도 한계를 두 배로 향상시키며, 암흑물질 탐색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암흑물질은 질량은 있지만 관측이 불가능한 미지의 물질로,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27%를 차지한다. 액시온은 우주 초기 물질-반물질 비대칭 현상을 설명할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액시온을 광자로 변환하는 방식이 주요 탐색 방법으로 활용되며, 공진기의 주파수에 따라 탐색 효율성이 좌우된다.
최근 이론 연구들은 액시온의 질량 범위를 예측하며, 기존 실험에서 다루지 못한 고주파 영역의 탐색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진기의 크기를 줄여 주파수를 높이면 탐색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절실했다.
연구팀은 음팽창 메타물질 구조를 활용한 혁신적인 튜닝 메커니즘을 고안했다. 종이 접기 기술인 ‘키리가미(Kirigami)’에서 영감을 받은 이 메타물질 구조는 한 면의 팽창·수축이 다른 면에도 동일하게 전달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단순 회전 운동을 복잡한 2차원 팽창·수축 운동으로 전환해 공진기의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
저온 환경에서의 안정적인 작동을 위해 기어 구조를 추가, 최소한의 열 발생으로도 튜닝이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극저온 상태와 9T(테슬라) 강도의 자기장에서 해당 구조를 적용한 공진기는 기존 대비 민감도를 두 배로 높이며 고주파 영역(5.2GHz)에서 100MHz를 스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고차 공명 모드 활용에 효과적인 튜닝 메커니즘을 도입, 고주파 액시온 탐색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연구팀은 Q-팩터(공진기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척도)가 기존 공진기 대비 2~3배 높아졌으며, 더 높은 주파수 영역에서도 적용 가능한 확장성을 확인했다.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교수는 “이번 기술은 고주파 영역에서 암흑물질 탐색 효율을 크게 높이는 돌파구를 제공했다”며 “극저온·강자기장 환경에서 로보틱스와 같은 다른 첨단 분야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공동 제1 저자인 배성재 KAIST 박사과정생은 “액시온의 탐색 범위를 넓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며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기술은 암흑물질 연구뿐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 필요한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 22일 게재됐다.
- 구아현 기자 ai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