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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전설] 호랑이 죄를 뒤집어쓴 산신령

기사입력 2019.04.10 15:07
전설따라 삼천리
  •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새재란 새도 넘기 힘들 정도로 높은 고개를 뜻하는 말로 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지역에서 한양을 향하는 중요한 관문이었다. 문경새재에는 조선 태종 때 길을 처음 개척하던 당시에 산신령과 관련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문경현감은 긴급히 조정에 보고해야 할 중대 안건이 생기자 신체 건강한 역졸을 골라 급히 장계를 전달하라는 명을 내렸다. 문경에서 한양으로 장계를 올리기 위해서는 문경새재를 넘어야 했는데, 새재를 넘던 역졸이 그만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현감은 어느 날 조정으로부터 장계를 올렸던 사건의 경위를 상세히 보고하라는 엄명을 받게 된다. 깜짝 놀란 현감은 그제야 역졸의 행방을 수소문했고, 문경새재 일대를 샅샅이 수색한 결과 호랑이가 먹다 남은 역졸의 신체 일부와 행장을 발견하고 역졸이 잡아먹혔음을 알게 된다.

    문경현감은 장계가 늦어진 이유와 역졸이 문경새재를 넘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경위를 소상히 보고했고, 이를 알게 된 태종은 크게 노하여 봉명사(奉命使)를 보내 문경새재 산신령을 잡아오라는 엄명을 내린다.

    봉명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 문경새재에 도착했으나 도저히 산신령을 잡을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새재 산신사(山神祠)에 제사를 지낸 봉명사는 어명을 제단 위에 붙여 놓은 후 혜국사에 머물면서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날 밤 봉명사는 보름달 밝은 빛에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었는데, 삼경쯤 되니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호랑이 울음소리가 일어나고는 잠잠해졌다. 그 이튿날 산신사에 가보니 앞마당에는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봉명사는 그 호랑이 가죽을 벗겨 왕에게 바치고 이 사실을 보고했으며, 이후 문경새재에는 호랑이로 인한 사상사고가 사라졌다.

    이 사건이 있고 난 뒤 혜국사에 유숙하던 전진공이라는 사람의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나는 새재 산신령이요. 나라에 죄를 얻어 아직 면죄를 못 받았으니 그대가 나를 위해 나라에 상소하여 억울한 죄명을 씻어줄 수 없겠는가”라며 간청했다. 그는 흔쾌히 수락해 즉시 새재 산신령에 관한 사죄 상소를 올렸고, 이를 본 태종은 친히 답을 내려 새재 산신령의 죄를 사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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