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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설] 누이를 목놓아 부르는 동생의 눈물 ‘녹고의 눈물’

기사입력 2019.04.06 12:04
전설따라 삼천리
  •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로 알려진 수월봉은 서부지역의 고산리에 자리하고 있다. 수월봉은 높이 77m의 작은 오름이지만, 해안절벽을 따라 드러난 화산 퇴적층의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수월봉은 녹고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작은 산이라는 뜻의 ‘녹고물 오름’ 또는 물이 흘러내리는 작은 산이라는 뜻의 ‘물나리 오름’이라고도 부른다. 수월봉 해안절벽을 따라 끊임없이 물줄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월봉에 녹고물 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다음과 같은 전설 때문이다.

  • 약 380년 전 고산리에 수월과 녹고라는 남매가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그만 어머니가 병에 걸리고 말았다. 남매는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어머니의 병세는 점점 깊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남매는 지나가던 중에게 백 가지 약초를 달여먹으면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부지런히 약초를 찾아다녀 아흔아홉 가지 약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약초인 오갈피만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남매의 사정을 불쌍히 여긴 중은 다시 오갈피가 높은 바위나 산비탈에 있을 것이라고 일러줬고, 남매는 마을 앞 바닷가 동산에서 살피다 절벽 중간쯤에 있는 오갈피를 발견하게 된다. 누이 수월은 녹고의 한쪽 손을 잡고 절벽으로 내려가 약초를 캐는 데 성공하지만, 그만 녹고의 손을 놓쳐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누이의 죽은 슬픔을 견디지 못한 녹고 역시 절벽을 떠날 줄도 모르고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 죽었는데, 녹고가 죽은 후에도 눈물은 바위틈을 거쳐 끝없이 샘솟아 흘렀다.

    이후로 사람들은 수월봉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녹고의 눈물’, 언덕은 남매의 효심을 기려 ‘녹고물 오름’이라 부르게 되었다.

  • 실제 녹고의 눈물은 해안절벽의 화산재 지층을 통과한 빗물이 화산재 지층 아래 진흙으로 된 불투수성 지층인 고산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것이지만, 의좋은 남매의 애절한 이야기를 담은 수월봉은 지금까지 기우제의 제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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