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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외국인 고객을 위한 전담 창구를 확대하며 금융 서비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핀테크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줄어드는 가운데, 꾸준히 증가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새로운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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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은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담 창구를 속속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평택을 비롯해 안산·김해·천안 등 외국인 근로자 밀집된 16개 지역에 일요 영업점을 운영하며 외국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김해 외국인중심 영업점’ 오픈을 시작으로 점차 영업점을 확대할 계획이며, 우리은행도 기존 8개였던 외국인 고객 전담 창구를 12개 지점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은 외국인 전용 상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이체·환율우대 등 혜택을 제공하는 외국인 전용 통장과 카드를 출시했으며, 국민은행은 외국인 전용 해외송금 서비스 ‘KB 퀵센드(Quick Send)’를 4월 30일 선보일 예정이다.
은행들이 외국인 고객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 금융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외국인 고객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4년 기준 265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들은 해외 송금, 환전, 외화 예금 등 수수료 기반 상품을 자주 이용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러한 거래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외국계 기업이나 글로벌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고소득 외국인 고객층은 자산관리, 투자, 외환 상품 등 고급 금융 서비스 수요가 높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프리미엄 금융 서비스 확대를 통해서도 외국인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들과의 경쟁도 은행권의 움직임을 자극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2022년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외국인 고객을 위한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했으며, 센트비는 기존 은행 대비 90% 이상 낮은 해외 송금 수수료로 외국인들의 이용률이 높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최근에는 전통적인 창구 서비스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 기반 다국어 지원, AI 챗봇 상담, 자동 번역 기능 등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 고객 대응 전략은 단순한 창구 서비스를 넘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언어 장벽을 낮추는 대면 서비스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모바일 앱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도 함께 확산하고 있다. 국적, 체류 목적, 금융 패턴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보험·자산관리 등 각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외국인 고객의 금융 안정성을 높이고,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수익 다변화 전략에도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