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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보영 "'멜로무비', 내게는 도전…이제야 한 발짝 성장한 기분"

기사입력 2025.02.25.17:13
  • 사진: 넷플릭스 제공
    ▲ 사진: 넷플릭스 제공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전에는 한쪽으로 치우쳐서, 밝은 면만 부각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나도 좀 넓혀 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 시도를 해야겠다 싶었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잘할 수 있는 선택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밝은 미소와 사랑스러운 아우라, 그런 매력을 타고난 박보영은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고 고백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을 깨는 일이 '성장'이라고 믿게 됐다. 해사한 미소를 띄면서도 "저 그렇게 밝기만 한 사람은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다닌 건 그때부터였을 터다.

    박보영은 최근 출연작에서 서서히 '박보영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이 '박보영'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 결을 달리하는 인물을 소화했다. 어둡고 조금은 냉소적인, 그렇지만 따뜻한 마음만큼은 잃지 않고 있는 '멜로무비' 속 '김무비'는 박보영의 팔레트에 한 칸을 색칠한 캐릭터가 됐다.
  • '멜로무비'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다. 박보영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를 싫어했지만 결국 영화감독이 된 '김무비' 역을 맡았다.

    지난 18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멜로무비'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저에게 주신 것 맞냐'고 반문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박보영이 연기 인생 전환점으로 꼽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하기 전이었음에도 밝은 이미지가 아닌 캐릭터를 제안받았기 때문이다. 시니컬하고 가시가 돋힌 '무비'를 보자 기회라 느꼈다.

    "'김무비'는 저와 닮았다기보다 제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모습 중 하나였어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때도 그랬지만, 기존에는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제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무비'는 도전할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전에 했던 작품에 비하면 조금 더 성숙한 멜로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우리 작품은 멜로이지만 그 안에 각자의 성장이 큰 줄기로 들어있거든요. 상대를 통해 성장하고, 스스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사랑과 가족애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는 게 (기존에 했던 작품과)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 무비는 쉽게 마음을 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그에게 일방통행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고겸'(최우식)은 엉뚱하기도 하지만 밝은 성격과 재치로 어떤 사람에게든 호감을 얻는다. 고겸의 직진에 마음이 동한 무비. 썸을 타는가 싶었는데, 느닷없이 잠수 이별을 당한다. 그렇게 5년 후 두 사람은 물과 기름 같은 존재, 감독과 평론가로 재회해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기존에 보여준 해맑기만한 로맨스와 달랐기에, 박보영은 로맨스 톤을 잡는 일부터 시작했다.

    "제일 중점을 크게 뒀던 건 로맨스 톤이었어요. 제가 로맨스 할 때 톤이 높은 편이거든요. 감독님께서도 '무비의 톤을 좀 낮췄으면 좋겠다'라고 해주셔서 초반부터 톤을 잡는 데 노력했어요. 첫 촬영 때 첫 대사를 뱉었는데, 감독님께서 '아직 보영 씨예요. 무비를 데려오세요'라고 하셨어요.(웃음) 그렇게 제 톤을 많이 눌러주신 덕분에 작품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잘 나온 것 같아요."
  • 박보영과 최우식은 '멜로무비'를 통해 동갑내기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비슷한 성향이었던 두 사람은 금세 '무비'와 '겸'으로 서로를 생각하게 됐다. 심지어 박보영은 최우식을 이야기할 때면 그를 '겸이'라 혼용해 부를 정도였다.

    "제작발표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제가 (작품에서) 동갑 친구를 처음 만나봐요. 초반에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눈치를 많이 본 것 같아요. 친구여서 실수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중간에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니 '우리 너무 비슷한게 많잖아'하게 됐어요. 그 후로 정말 너무너무 편해졌죠."

    "겸이와 우식이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요. 현장에서의 우식이도 사람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진짜 똥강아지 같은 매력이 있는 친구거든요. 호흡이고 뭐고 맞출 게 없었어요. 저에게 우식이는 겸이 그 자체였어요. 그냥 보면 귀엽고 웃기고.(웃음) 즐거운 에너지를 주는 친구인 것 같아요. 겸이(우식)에게 겸이여서 고맙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 '뽀블리'라는 애칭을 가진 박보영은 이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더한 채 대중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단번에 이미지를 바꾸는 게 아닌, 스펙트럼을 넓히는 과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고민 속에서 박보영은 성장통도 겪었다.

    "밝은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기보다는 '저도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건 있어요. 제 걱정보다는 (대중분들이) 그런 제 모습도 잘 봐주시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굉장히 만족 중이에요."

    "나이가 잘 들어가고 있는 건지, 한 해 한 해를 지나면서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감사 일기도 써보고, '올해는 작년보다 나를 사랑해 보자'하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칭찬을 많이 해보려고 하기도 했어요. 그런 노력이 제일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스스로에게 전혀 칭찬해 주지 못했고, 누가 칭찬을 해도 그걸 좋은 말로 받아들이지 않았거든요. 칭찬을 온전히 받는 연습부터 시작하니까, 그 말에 진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저도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 같았어요."
  • 박보영은 이제 자신을 아낄 줄 아는 배우가 됐다. 채찍질하지 않고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배운 덕분이다. 그런 점에서 '멜로무비'는 박보영이 스스로에게 준 칭찬 스티커 같은 존재다. 그간의 노력을 칭찬하고 앞으로를 응원하는 의미가 담긴 증표다.

    "'무비'는 제게 소중한 존재가 될 것 같아요. 저에게도 '이 정도면 잘 해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연기를 한지 20년쯤이 되어서야 '이제 한 발짝 캐릭터로 성장해 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작품인 것 같아서 특별해요. 아직 20년 정도 연기한 배우라기엔 제 생각보다는 걸음이 느리다는 생각이 들지만, 조금 더 속도를 내서 많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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