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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리즘 김상윤 칼럼] 메타버스 그리고 플랫폼.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는 그 무언가

  • 김상윤 교수
기사입력 2022.06.29 14:16
  • 메타리즘 김상윤 칼럼
    ▲ 메타리즘 김상윤 칼럼

    메타버스와 플랫폼. 

    두 용어가 잘 어울리는가? 디지털 분야의 대표적인 용어들이기에 서로 가깝게 느껴지겠지만, 조금 깊이 파고들면 이질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플랫폼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부터 흔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유튜브와 같이 공급자와 수요자가 연결되는 무형의 공간을 의미한다. 버스 정류장과 같은 유형의 플랫폼도 있지만,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무형의 비즈니스 방식을 언급할 때 주로 사용된다. 2000년대 중반 스마폰의 탄생은 우리 주변에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들을 탄생시켰다. 우리는 이를 웹2.0시대라 부른다. 웹2.0시대에는 소비자가 정보의 이용자일 뿐만 아니라,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들을 프로슈머(Prosumer)라 한다. 그러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옛말처럼 웹2.0시대의 수익은 곰(프로슈머)이 가져가지 못했다. 유능하고 똑똑한 왕서방(플랫폼)이 곳곳에 존재했다. 그중 FANGAM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이라 불리는 미국 기업들은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현재 열리고 있는 메타버스 세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아바타를 중심으로 개인이 어떤 플랫폼에서도 유니크하게 식별되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현재처럼 네이버의 내 계정과 카카오의 내 계정이 서로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플랫폼에서든 ‘나’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웹3.0으로 부르거나, 개인 전자 지갑이 식별자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디파이(De-Fi)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근간에 깔려있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미래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현재의 개별 플랫폼들의 독과점적 지위가 약해지고, 수익모델이 현재와 같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세상의 메타버스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에게는 딜레마가 생겼다. 메타버스, 웹3.0, 디파이, 블록체인을 현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할수록 기존 방식의 플랫폼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 당장 ‘메타 플랫폼(Meta Platforms, Inc.)’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 세계 메타버스의 선두 주자로 나선 (구)페이스북이 그러하다. 메타 플랫폼은 메타버스 주요 기술을 개발하려고 내부에 만든 리얼리티 랩이나 세계 최고 VR 디바이스로 평가받는 오큘러스 등 메타버스 관련 사업으로 지난해 12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메타버스의 ‘메’자도 구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메타 플랫폼의 최대 이익은 여전히 웹2.0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광고수익에서 올리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 협동모델(Data cooperatives)이라는 것을 통해, 플랫폼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산하는 이용자들에게 수익을 공유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메타버스 시대로의 전환은 이제 초입이다.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수익으로 성장해 온 기업들이 어떻게 그들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메타버스 세상을 주도할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자.

    [김상윤 교수] 김상윤 중앙대 교수는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기술로 인한 우리 사회의 변화와 미래 모습을 제시하는 '디지털 융합 멘토'다. 다수의 기업 및 공공 기관에서 메타버스, AI,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프로젝트와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타 리치의 시대', 미래 시나리오 2022' 등이 있으며 최근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플랫폼 '메타플래닛',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 김상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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