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시맨틱스·딥노이드, 디지털헬스케어 입지 축소
제이엘케이·코어라인소프트, 실적 비슷해도 전망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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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이 올해 3분기에도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외형 성장을 이룬 곳이 있었지만, 적자도 확대되며 실속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표 의료 AI 상장사 6곳인 루닛, 뷰노, 라이프시맨틱스, 코어라인소프트, 제이엘케이, 딥노이드의 분기보고서를 취합한 결과 흑자를 달성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시장이 보수적이고 AI 산업이 가능성은 크지만, 아직 연구개발(R&D) 수준이라는 점을 비춰봤을 때 수익 확보가 어려울 순 있어도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모습은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단 염려가 나온다.
◇ 외형 성장이라도 이룬 루닛과 뷰노
전통 의료 AI 기업이라 불리는 루닛과 뷰노는 매출 면에선 성장했다. 루닛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4% 성장한 약 167억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이 152억 6800만 원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해외 시장 개척으로 수익 확보의 길이 열렸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닛의 대표 제품인 ‘루닛 인사이트’는 전 세계 55개국, 4500곳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적자다. 올해 루닛은 매출액과 비슷한 약 164억 30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상장 후 꾸준히 적자를 내는 중이다.
뷰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뷰노는 3분기 68억 6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곤(35억 6000만 원)보다 92.6% 성장했다. 하지만 27억 6000만 원의 적자를 내며 지난해 동기간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실속은 낮아졌다. 증권사에서는 뷰노의 흑자전환 시점을 계속 미루고 있다. 올해 4분기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예상됐지만, 3분기 시장 추정치보다 영업손실이 커짐에 따라 흑자전환 시점을 내년 1분기로 미뤘다.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되지 않는 상황이다.
◇ 의료 사업 자격 박탈?… 라이프시맨틱스·딥노이드
다른 의료 AI 기업들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더 떨어졌다. 약 12억 6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4억 8000만 원)보다 14% 하락했다. 또 16억 3000만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실적에서 보여주듯 라이프시맨틱스에선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헬스가 아닌 우주항공 분야에 더 힘을 주며 사업 전환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라이프시맨틱스가 국내 1호 디지털헬스케어 기술특례 상장 역사가 있는 만큼 상징성이 크지만, 특례 상장 목적과 상관없는 우주항공에 집중하면서 기술특례 상장의 허점을 노린 ‘우회상장’이었단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라이프시맨틱스는 디지털 헬스 기술 플랫폼, AI 기반 의료 솔루션, 디지털 의료기기(DTx) 등의 미래 비전을 앞세워 2021년 코스닥 시장에 특례 상장했다. 국내 1호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기술특례 상장사로 기대감을 모았지만 매년 적자가 누적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올해 7월 창업자인 송승재 대표가 회사를 떠나고 9월 최대 주주가 우주·항공 납품사인 스피어코리아로 바뀌었다. 회사의 지분도 최광수 스피어코리아 대표가 80%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지배구조가 최광수 대표→스피어코리아→라이프시맨틱스가 된 상황이다. 최 대표는 현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라이프시맨틱스가 주는 교훈은 루닛, 뷰노 등 다른 의료 AI 기업들에도 적용된다”면서 “현재 의료 AI 분야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적자 개선을 통한 흑자 전환이 발생하지 않으면 디지털 헬스케어보단, 다른 사업을 통해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 흰자와 노른자가 바뀌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딥노이드다. 의료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을 자칭하는 딥노이드는 3분기 매출 39억 8000만 원 중 의료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었다. 회사 의료 AI 제품인 'DEEP:AI'·'DEEP: PACS' 등의 매출은 1억 4000만 원에 그쳤다. 지난해보다도 줄어든 수치다. 다른 매출은 산업 AI 쪽에서 나왔다. 의료 AI 기업이라는 명칭이 무색해진 대표 기업이 됐다.
◇ 제이엘케이·코어라인소프트, 실적 비슷해도 기대감은 다른 이유
의료 AI 분야 실적 부진 대표 기업은 제이엘케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아무런 성장세가 이뤄지지 않았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2.3억 원)보다 단 8% 성장한 2.5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적자 폭은 10억 원 가까이 커졌다.
이 기업은 상장 당시 추정한 목표 실적과 지속 멀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 노출됐다. 뇌졸중 등 여러 AI 설루션을 토대로 해외 진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아직 괄목할 만한 성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코어라인소프트는 해외 진출의 성과가 하나둘 나타나며 긍정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올해 3분기 8억 4000만 원 매출과 34억 4000만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유럽 시장의 문이 열리며 매출성장이 이뤄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코어라인소프트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대만 등에 제품 판매를 성사시키며 해외 진출 초석을 마련한 상태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최근 미국 폐 질환의 임상 치료 분야를 선도하는 템플대학병원 산하의 템플폐센터(temple lung center 이하 TLC)에 주요 폐 질환 제품 3종을 판매했다. 대표 제품인 △폐결절 자동 분석 소프트웨어인 ‘에이뷰 엘씨에스(AVIEW LCS)’ △만성폐쇄성폐질환 자동 분석 소프트웨어 ‘에이뷰 씨오피디(AVIEW COPD)’ △관상동맥 석회화 자동 진단 소프트웨어 ‘에이뷰 씨에이씨(AVIEW CAC)’다. TLC는 손상된 폐 조직을 줄이고 건강한 폐 조직이 더 잘 기능하도록 돕는 혁신 기술인 BLVR을 처음 시작한 폐 질병 예방 선도 센터다. 이곳에서 코어라인소프트 제품을 사용하면서 미국에서의 수익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유럽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유럽에서는 국가 단위 폐암 검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7월 1일부터 흡연자와 이전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저선량 CT 검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독일이 해당 프로젝트 시범 사업을 하며 사용한 제품이 바로 코어라인소프트 제품이었다. 이 때문에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등 국가 단위 폐암 검진 프로젝트에 코어라인소프트 제품이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어라인소프트 관계자는 “유럽에선 정부에서 AI 활용을 필수로 권고하고 있는데, 독일 시범 사업에 사용한 설루션이 우리 제품이기 때문에 규격이 일치한 유일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시장에서 좋은 시그널이 나오고 있어 회사 조직을 기존 연구·개발 중심에서 프로젝트 수주·대응 중심 조직으로 개편해 전사 총력 수주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