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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매미와 버드나무

  • 심형철 박사·국제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전공 교수
기사입력 2024.04.17 06:00
매미의 오덕을 실천하라
  • 올해 4월은 색다른 꽃이 피었다. 그 꽃은 바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선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었든 아니든 우리가 우리 손으로 뽑았으니 일을 잘할 때는 박수를, 잘못할 때는 따끔한 질책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래 작품은 김인관(金仁寬)이 그린 <어해화조산수도> 중의 하나인 <유선도(柳蟬圖)>다. 대각선으로 뻗는 버드나무,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날리는 낭창낭창한 버들가지에 매달린 매미가 그네를 타고 있다. 

  • <유선도(柳蟬圖)>, 김인관, 국립중앙박물관
    ▲ <유선도(柳蟬圖)>, 김인관, 국립중앙박물관

    매미를 화폭에 담은 대표적인 화가로는 신사임당, 정선, 심사정, 조정규 등을 꼽을 수 있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받는 작품으로는 정선의 <송림한선(松林寒蟬)>과 <홍료추선(紅蓼秋蟬)>, 심사정의 <유사명선(柳査鳴蟬)> 등이 있다. 이 그림들 속의 매미들은 모두 금방이라도 울 것 같고, 가까이 다가가면 휙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매미를 노래한 많은 문인의 작품 중에 중국의 송나라 구양수(歐陽修, 1007-1072)가 지은 <명선부(鳴蟬賦)>가 유명하다. 그는 <명선부>에서 매미 소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 생물이 있어 나무 위에서 우니, 맑은 바람을 끌어와 길게 휘파람 불며 잔가지에 앉아 길게 탄식한다. 그것은 관악기의 소리가 아니라 현악기 소리와 같다. 찢어지는 듯 울다가 다시 삼키고, 처량한 소리는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진다.”

    구양수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시적으로 멋지게 표현했지만, 우리 전통 그림 속의 매미처럼 인간에게 울림을 주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다.

    매미가 내로라하는 대가들의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은 깊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육운(陸雲, 262~303)이 지은 <한선부(寒蟬賦)> -가을 매미를 노래하다- 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매미에게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

    첫째, 곧게 뻗은 긴 입 모양(머리에서 배까지 이어진 바늘 모양)이 마치 선비가 쓰는 갓의 끈이 늘어진 모양과 같다고 해서 문(文)
    둘째, 이슬과 수액만을 먹고 사니 청렴하여 청(淸)
    셋째, (사람이 먹기에도 부족한)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 있어서 염(廉)
    넷째, 살 집을 짓지 않으니 검소하여 검(儉)
    다섯째, 때를 맞춰 나타나 울어주니 믿을 수 있어서 신(信) 

    육운의 말대로라면 매미는 군자가 갖춰야 할 덕목들을 두루 갖추었다. 그래서 중국과 조선의 임금, 신하들은 매미 날개 장식의 모자를 썼다. 임금이 정무를 볼 때 쓰는 익선관(翼善冠)과 신하들이 관복을 입을 때 쓰는 오사모(烏紗帽)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 매미의 오덕(五德)을 배우고 실천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버드나무 류(柳)는 머무를 류(留)와 발음이 같다. 따라서 버드나무는 매미의 다섯 가지 덕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읽는다. 즉, 매미가 버드나무 가지를 붙잡고 있는 것은 다섯 가지 덕을 잊지 않고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새로 선출된 선량(選良)들에게 바란다. 옛사람들이 그린 매미 그림을 꼭 찾아보라. 그리고 그림이 주는 그 무거움을 깊이 헤아려, 부디 오덕을 실천하기를! 

  • 심형철 박사·국제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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