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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리즘 김상균 칼럼]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접속기기 전쟁

기사입력 2022.06.13 15:19
  • 메타리즘 김상균 칼럼
    ▲ 메타리즘 김상균 칼럼

    2007년부터 2018년 사이에 출원된 미국 내 스마트폰 관련 특허의 수를 보면 S커브 형태와 유사하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1990년부터 전 세계에서 출원된 모든 특허의 35%가 스마트폰과 관련되어 있다. 그만큼 여러 기업이 스마트폰과 관련하여 새로운 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해왔다. 그러나 미국 내 특허 출원 추이를 보면 2015년 이후부터 특허 출원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술 발전의 S커브, 성숙한 기술에 대한 대체곡선을 놓고 볼 때 스마트폰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며, 그다음 기기에 의해 대체될 운명이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기기는 무엇인가요?”

    내가 만났던 많은 조직의 경영자들이 던졌던 질문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기기는 AR글래스(증강현실을 지원하는 안경 형태의 장비)이다. 그렇다고 해서 VR기기가 시장에서 사라지지는 않으리라 본다. 또한, 현재 쓰고 있는 스마트폰도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AR글래스는 점차적으로 대체곡선을 그리며 지금의 스마트폰을 대신하게 된다. 그리고 VR기기와 스마트폰은 AR글래스의 보조 기기로 위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이 내세우는 메타버스 접속기기는 안경(AR 용도) 또는 물안경(VR 또는 XR 용도)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기기는 세부 사양, 기능은 달라도 큰 틀에서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 비슷한 구조가 바로 지배적 디자인이다. 현재는 그런 지배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점진적 변화가 발생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이 향후 10년 동안에 내놓을 제품은 다른 경쟁자와 완전하게 다른 제품이기보다는 비슷하지만 개선된 형태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들은 함께 경험했던 과거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셈이다. 그들은 2007년에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을 경험했다. 접속기기를 시장에 퍼트리고, 그 기기에서 소비되는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공급하는 플랫폼 사업 모델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익히 알고 있다. 빅테크가 바라보는 메타버스 산업 구조는 스마트폰 시대와 큰 틀에서 유사하다. 메타버스에 적합한 접속기기, 접속기기에서 사용하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유통될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이 세 가지가 산업의 커다란 축이 되리라 본다. 물론, 창작과 공급의 패러다임이 웹2.0에서 웹3.0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메타버스 콘텐츠 플랫폼은 스마트폰 콘텐츠 플랫폼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할 것이다. 어떤 파트너들과 손잡고 메타버스 산업의 어떤 축을 공략할 것인지 깊은 고민과 실행이 필요한 시기이다.

    [김상균 교수]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 분야 학문적 권위자로 연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지과학자다. 다수의 대학, 기업, 공공기관에서 로보틱스, 산업공학, 인지과학, 교육공학 등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 및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아바타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사내이사로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메타플래닛',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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