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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로나서 열린 농업 혁신 현장, 주인공은 ‘데이터’였다

기사입력 2025.01.31 06:45
유럽 대표 농업 박람회 ‘피에라그리콜라(Fieragricola)’ 양일간 개최
유럽 기업들, 농업 데이터 확보 총력… 토양‧식물 데이터로 수확량 예측
  •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농업 박람회 ‘피에라그리콜라(Fieragricola)’ 현장.
    ▲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농업 박람회 ‘피에라그리콜라(Fieragricola)’ 현장.

    식량 위기 문제를 극복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유럽에서 열렸다. 지난 29일부터 양일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는 농업, 축산업, 농기계, 식품 산업과 관련된 최신 기술을 소개하는 농업 박람회 ‘피에라그리콜라(Fieragricola)’가 개최됐다. 농업 분야 기업과 전문가,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모여 최신 트렌드와 기술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식량 위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농업 기술 혁신이 필요하고, 그 중심은 데이터라는 견해가 강조됐다.

    피에라그리콜라는 1898년 처음 선보여진 박람회로 이탈리아에서 전통 있는 농업 전시회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이탈리아 내 농업 시장을 위한 전시회로 발돋움했지만, 지금은 국제적인 농업 박람회로 성장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는 20개국에서 참여해 838개 부스의 전시가 펼쳐졌다. 또 142개의 컨퍼런스와 워크샵이 열렸다.

  • 올해 열린 피에라그리콜라  20개국에서 참여해 838개 부스 규모로 열렸다.
    ▲ 올해 열린 피에라그리콜라 20개국에서 참여해 838개 부스 규모로 열렸다.

    이번 행사의 큰 주제는 식량 위기 극복이었다. 현재 전 세계는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농가 인구와 농경지는 감소하는 반면, 인구는 늘어나고 있어서다. 기후 변화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 문제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2024 세계 식량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8개국 77만 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에 시달렸다. 한국 역시 식량 위기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4.4%에 불과하다. 1970년대 86.2%에 육박하던 식량자급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2022년 기준 한국 식량안보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였다.

    이번 행사에 모인 농업 전문가들은 기술을 토대로 한 농업 혁신을 강조했다. 특히 데이터 기반 농업과 인공지능(AI) 적용 필요성에 관한 얘기가 주로 나왔다.

    이탈리아의 농업 단체인 콜디레티 관계자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농업도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 정교화에 착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디레티는 농업 생산자들과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그들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활동하는 이탈리아 단체다. 농업 분야 정책, 지속가능한 농업,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 콜디레티 관계자는 “토양 습도, 온도, 바람 방향과 강도 등을 알기 위해 식물 데이터를 정교화하고 있다”면서 “젖은 잎의 습도 등을 모두 데이터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콜디레티 관계자는 “토양 습도, 온도, 바람 방향과 강도 등을 알기 위해 식물 데이터를 정교화하고 있다”면서 “젖은 잎의 습도 등을 모두 데이터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디레티 관계자는 “현재 이탈리에서는 모든 시스템을 인프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기 핵심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보관하고 정교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에서도 데이터 정교화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고 했다. “토양 습도, 온도, 바람 방향과 강도 등을 알기 위해 식물 데이터를 정교화하고 있다”면서 “젖은 잎의 습도 등을 모두 데이터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해 농업 종사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콜디레티의 사명이라고 했다. “우리는 농업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여기에 우리가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며 “작물이 피해를 입었을 때 가장 완벽한 치료 시기나 최대 효율을 가져올 수 있는 파종 기간 등의 정보를 알려주며 농업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오스트리아 기업인 메토스(METOS) 브랜드 산하 페슬 인스트루먼트(Pessl Instruments) 역시 데이터를 강조했다. 데이터를 축적해 예상 수확량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식량 위기를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고트프리트 페슬(Gottfried Pessl) 페슬 인스트루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날씨, 습도, 강우량, 잎의 습도, 풍속, 풍향, 토양 수분을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여기에 질병 예측, 일기 예보 등의 데이터를 담은 AI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현지 기상 조건에 따라 얼마나 많은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고트프리트 페슬 CEO는 “날씨, 습도, 강우량, 잎의 습도, 풍속, 풍향, 토양 수분을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여기에 질병 예측, 일기 예보 등의 데이터를 담은 AI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현지 기상 조건에 따라 얼마나 많은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고트프리트 페슬 CEO는 “날씨, 습도, 강우량, 잎의 습도, 풍속, 풍향, 토양 수분을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여기에 질병 예측, 일기 예보 등의 데이터를 담은 AI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현지 기상 조건에 따라 얼마나 많은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직접 카메라 등을 제작해 식물 성장을 측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작물의 입 침착이나 농약 침착을 모니터링하는 장치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토양 수분을 측정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의 한 스타트업을 인수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는 “인수한 회사는 EMI 전기 자기 유도라는 새로운 토양 수분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며 “최대 1미터(m) 깊이까지 토양 수분과 대류, 심지어 물속까지 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슬 인스트루먼트는 40년 된 회사다.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관개 그룹인 미국 린지에도 소속돼 있다. 페슬 CEO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과 협업 지속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한국과 연구 분야에서 많은 협업을 하고 있고 한국 대학과 학생 교류도 하고 있다”며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속 협업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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