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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업무자동화 기업 ‘올거나이즈’의 日시장 정복기

기사입력 2022.10.13 18:26
[인터뷰]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 “한·미·일 시장 모두 잡겠다”
  •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가 일본 시장 선점 비결로 즉시 업무에 적용 가능한 ‘AI 기술’을 꼽았다. /김동원 기자
    ▲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가 일본 시장 선점 비결로 즉시 업무에 적용 가능한 ‘AI 기술’을 꼽았다. /김동원 기자

    일본 업무자동화 시장에 깃발을 꽂은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올거나이즈다. 이 기업은 AI 업무파트너 챗봇 ‘알리’를 일본 주요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일본의 유통·금융·증권·보험·에너지 분야 1위 기업이 모두 알리로 업무자동화를 실현 중이다.

    일본은 해외 기술보다 국내 기술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시장이다. 게다가 업무자동화 시장은 노동력 감소로 인해 일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이 시장을 뚫고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그 이유로 “즉시 업무에 적용 가능한 ‘AI 기술’이 성공비결”이라고 했다.

  • 이창수 대표는 업무자동화를 이룰 수 있는 AI 기술 개발, 일본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 이창수 대표는 업무자동화를 이룰 수 있는 AI 기술 개발, 일본과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동원 기자

    -현재 일본에 기업용 AI 챗봇을 공급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업무자동화가 가능해지나?

    “챗봇 기능이 기본이지만 사실상 사내 업무자동화를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개발한 것은 B2B(기업간 거래) 챗봇, 즉 기업에 공급하는 업무용 챗봇이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챗봇, 즉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챗봇이랑 근본적으로 다르다. B2C 챗봇이 사람과 감성 교류도 하고 재미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B2B 챗봇은 업무자동화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업무를 챗봇이 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 업무에서는 고객이 가입한 보험 정보와 보험 감독원의 가이드라인, 회사 내부의 요율표 등을 따져야 한다. 이런 작업을 작업자와 대화하며 지원해주는 챗봇이라고 보면 된다.”

    -올거나이즈가 일본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가진 경쟁력은 빠른 기술 적용이다. AI 기반 업무자동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내부에 정제된 데이터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 내부에는 잘 정제된 데이터가 없다. 보험금 청구를 AI 챗봇으로 자동화하려면 보장 범위, 금융 상품, 세법상 세율 등에 관한 정제된 데이터가 있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을 이루려는 고객사와 AI 기업 간에는 업무자동화 구축까지 데이터 요구 사안이 반복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타임라인을 맞추지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AI 모델을 바로바로 훈련 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그만큼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시간이 빨라 고객사의 수요가 높은 편이다.”

    -타 AI 기업과 달리 정제된 데이터 없이 빠르게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이유는.

    “물론 데이터가 필요하기는 하다. 핵심은 이 데이터를 고객사에게 요청하지 않아도 구동할 수 있는 AI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미리 ‘도메인’을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보험을 계속 예로 들면 보험 청구 금액, 보장 범위, 보장 가능한 검사 등에 관한 용어를 모두 이해하고 있는 AI 모델을 고객사에게 먼저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이 도메인 제작에 들어가는 데이터는 한국, 미국, 일본에 이미 공개돼있는 데이터를 통해 제작한다. 보험감독원 문서나 각종 보험사 사이트의 문서를 모으고 정제해 관련 AI 모델을 만들고 이를 고객사에 미리 제공한다. 보통 다른 AI 기업은 이러한 작업을 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우리는 미리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도메인을 미리 제공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 적용이 빠르다.”

    -미리 도메인을 제공한다고 해도 회사마다 세부 내용은 다를 텐데.

    “맞다. 보험사는 개별적으로 각종 약관 문서와 보험 설계 문서, 각종 요율표, 가이드라인, 약관표 엄청나게 많은 문서가 있다. 기존에는 이 문서를 AI로 만들기 위해선 수동으로 하나하나 데이터를 만들고 AI를 학습시켜야 했다. 

    우리는 도메인을 제공함으로써 이 절차를 줄인다. 고객사에 있는 문서를 우리 도메인에 연동하기만 하면 그 고객사에 맞는 AI 모델이 완성된다. 우리 서비스는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문서에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만들고 이 중에서 좋은 데이터를 찾아내 고객사에 맞는 AI 모델을 만들어낸다. 결국 고객사가 하는 일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소스를 우리가 제공한 도메인에 연동하는 것뿐이다. 그만큼 AI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이 간편하고 시간도 짧다.”

    -업무자동화 방식이 기존에 있는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기술과 비슷해 보인다.

    “RPA 기술과 우리 기술이 바라보는 방향은 비슷하다. 하지만 기술 구성은 많이 다르다. RPA는 사용자의 단순 업무를 녹화해 이를 그대로 따라 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다. 엑셀을 열고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을 따라 한다. 첫 번째 업무를 처리하면 두 번째 문서는 사용자가 하나하나 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해주는 것이 RPA다. 따라서 이 기술엔 자연어처리(NLP) 등의 기술이 탑재돼 있지 않다. 우리는 이 업무자동화 과정을 대화형으로 한다. 사용자의 정형화된 움직임을 따라해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어를 이해하는 AI 기술로 자동으로 답변을 뽑아내고 문서를 분류해주는 업무 등을 한다. 사용자가 “A 상품 가입자의 입원 보험 청구금 내역을 알려줘”라고 하면 AI가 가입자의 상품 약관과 요율표 등을 참고해 해당 내용을 알려주는 식이다. 즉 비정형 데이터를 토대로 업무자동화를 실현할 수 있다. 

    현재 우리 기술과 RPA의 궁합은 좋은 편이다. 고객사에서도 우리 기술과 RPA 기술을 연동해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의 영역을 넘보지 않을까 생각된다.”

  • 이창수 대표는 주요 도메인 시장에서 업무자동화 1위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 이창수 대표는 주요 도메인 시장에서 업무자동화 1위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최근 본사를 도쿄로 이전한 것으로 안다. 일본 시장 선점 때문인가.

    “그렇다. 현재 우리는 일본의 주요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금융, 보험, 제조뿐 아니라 정부 기관까지 모든 분야에 우리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일손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우리나라와 달리 부업을 허용하는 기업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한 회사를 정규직으로 다니면서 일주일에 몇 시간 이내에 다른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을 허용한다. 이렇게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 사회가 앞으로 도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업무자동화에도 관심이 많아 일본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는가.

    “아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바라보는 시장은 크게 세 곳이다. 일본과 한국, 미국이다. 공급하는 비중은 일본이 60%이고 한국과 미국이 각각 20%다. 미국에는 금융 시장에 가장 많이 기술을 공급하고 있고 주 정부에도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이 AI 강국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AI 자동화 기능을 바로 탑재할 수 있는 기술력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빌드업 과정으로 곧 많은 시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당장은 일본에서 상장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2025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3년 치 감사 기록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부분을 준비 중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주요 도메인 시장에서 업무자동화 1위를 기록하는 것이다. 현재 각 도메인별로 업무자동화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서 주요 시장을 선점, 우리 이름을 세계에 더 알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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