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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쏟아지게 하는"…전여빈의 말·말·말 [인터뷰]

기사입력 2025.02.01.00:01
  •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감사하게도 연달아 두 작품이 개봉하게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하얼빈'과 '검은 수녀들'. 두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자신을 넘어서서 무언가를 지키고 싶은, 그런 사람들의 걸음이 담긴, 여정이 담긴, 그것을 오롯이 혼자서 해내는 것이 아닌,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 내밀 수 있고, 손잡아줄 수 있는 연대가 그려진 작품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는 관객에게도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영화 '하얼빈'이 개봉했고, 연이어 '검은 수녀들'로 2025년의 문을 연 배우 전여빈이 이야기했다. 두 작품에 대한 사려 깊은 생각에 잠시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그렇게 전여빈과 인터뷰할 때면, 바쁘게 움직이던 키보드 위의 손을 잠시 멈추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가 전하는 표현이 너무 곱고 예뻐서, 그 공기가 텍스트에 다 담길까 염려되는 순간들이다. 그 마음은 스크린에서도 오롯이 담겨있다. '검은 수녀들' 속 미카엘라 수녀는 유니아 수녀(송혜교)와 비슷한 상황 속에서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던 인물이었다. 악령의 존재가 눈으로 보이지만, 믿지 않았고,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여겼다. 그러던 그가 유니아 수녀를 만나, 악령에 씌인 소년 희준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 '하얼빈' 속에서 공부인 역을 맡아 안중근 장군(현빈) 등과 함께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한 여정을 함께했듯 말이다.

  •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 사진 : NEW
    ▲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 사진 : NEW

    Q. 먼저 완성된 영화 '검은 수녀들'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현장에서 순간순간 집중해 주려고 하셨던 스태프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배우분들은 홍보하면서 많이 보게 되는데, 그 스테이지 밖에서 아울러 애써주신 많은 스태프분은 만날 여건이 안 되니까요. 예전에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마냥 꿈만 꾸었던 때에는 화면 뒤에 그렇게 많은 스태프가 계신 줄 몰랐어요. 연기를 전공하고, 단편 영화 작업을 하고, 상업 영화 현장에 임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친다는 걸 느꼈죠.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참 없다지만, '이 작업이야말로, 모두의 수고와 도움을 받아서 만들어지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그분들을 대표하는 얼굴과 목소리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배우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좋은 연기를 내놓을 수 있을지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어요. 더 좋은 책임감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런 감정들이 좋은 배우로 설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Q. '검은 수녀들'(권혁재 감독)은 지난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과 결을 같이 하는 작품이면서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다. '사제들'에서 '수녀들'로 세 글자 변경되었을 뿐인데, 그 이상의 존재감이 있다.

    "'사제들'에서 '수녀들'로 바뀌었기에, 영화상에서 수녀는 구마 의식을 행할 수 없는 제약이 있는 인물이잖아요. 그 경우에 소수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 두 사람이 유니아(송혜교)로 시작해 미카엘라(전여빈), 그리고 바오로(이진욱)에게 이르기까지 도움을 구하며 연대감이 생긴 것 같아요. '검은 사제들'이 오컬트 장르적 색채가 강하다면, '검은 수녀들'은 그 연대감이 더 상세히 담겨있는 것 같아요. 감성적으로 표현된 오컬트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보거든요. 그런데 '검은 수녀들'은 저같이 오컬트 초보자분들도 마음 열고 재미있게 즐겨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 영화가 끝에 말하고자 하는 핵심 이야기가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의 용기와 결심,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라 이 영화를 다 보고 집으로 가는 걸음에도 따뜻함이 남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Q. 미카엘라는 바오로 신부(이진욱)의 제자로, 구마를 부정하는 편에 속해있었다. 그러다 서서히 유니아 수녀(송혜교)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어떻게 보면 대칭점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다가서는 이야기처럼도 느껴졌다.

    "미카엘라는 어릴 때 '귀태'라고, 악령이 씐 채 낳은 아이라는 프레임에 가둬져 자랐잖아요. 힘이 없던 시절에는 어른들을 따라 굿판에 다니기도 하고, 수녀원 생활을 하기도 하고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죠. 그런데 수녀원에서 함께 지내던 언니의 죽음 이후,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을 거로 생각했어요.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이라는 범주에 속하고 싶어서, 자기 자신을 속인 채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어릴 때 자신을 너무 닮은 희준(문우진)이를 보게 됐고, 감정적으로 동질감을 느끼지만, 자기 자신을 밝힐 수 없는 상태이기에 미카엘라는 외면하거든요. 그런데 유니아는 절대 외면하지 않죠. 어려움이 있지만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뛰쳐나가는 유니아를 보면서 미카엘라도 각성하고 힘을 더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동시에 그런 것도 느꼈어요. 미카엘라는 어릴 때, 유니아같은 사람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다 큰 어른이 된 미카엘라는 유니아에게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주려고 마음먹으면서,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유로워졌을 것 같아요."

    Q. 그런 해석이 있어서였는지, 수도원에서 책 속에 숨겨서 했던 타로를 유니아 수녀 앞에서 보여주고, 또 '전문가 같다'라는 칭찬을 받았을 때 해사하게 미소 짓던 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 속 표정은 배우 전여빈으로 정말 의도한 바예요. 성인이 된 지금까지, 바오로 신부님(이진욱)은 미카엘라의 주치의이자, 스승님이셨거든요. 그 사람에게도 타로로 마음을 살피고 앞날을 본다는 것을 밝힌 적이 없어요. 미카엘라는 종교만큼 의지했던 것이 '타로' 같아요. 그리고 언니를 떠나보낸 후부터, 유일한 친구였을 것 같고요. 그런데 그것을 바오로 신부님께 말씀드리면, 또 '비정상'으로 볼 테니 숨긴 거죠. 그런데 거침없는 유니아를 보며 경계가 무너졌고, 그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보여준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진짜 자기 자신을 보여줬는데, 그것을 처음 인정해 준 사람이 '유니아 수녀가 아닐까'라고 해석했어요. 그래서 '그때 아이 같은 미소가 나오면 좋겠다' 생각했고요. 그 이후로는 미카엘라가 좀 더 유니아 수녀에게 풀어져서 아이같이 행동하고 '해제'가 되었을 거로 생각했어요."

  •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 사진 : NEW
    ▲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컷 / 사진 : NEW

    Q. 학창 시절 때부터 존경했다고 이야기했던 배우 송혜교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번 현장에서 만나 뵌 (송)혜교 선배님은 유니아 수녀와 닮은 부분이 많았어요. 표현의 방식은 다르지만, 에너지가 닮아있었던 것 같아요. 혜교 선배님은 촬영할 때, 말씀이 많으신 편은 아니세요. 저도 그렇고요. 언니가 현장에 계신 모습을 보면 큰 나무같이 모두를 아우르는 에너지가 있었거든요. 큰 나무가 있으면 거기에 새도 와서 쉬고, 사람도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되고 하잖아요. 혜교 선배님께서 그런 나무 같은 분이셨어요. 언니에게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떤 건 아니지만, 심적으로, 한 명의 여성으로, 한 명의 배우로, 굉장히 많이 기대고 의지한 것 같아요. 모니터룸 뒤에 좌석이 있거든요. 항상 언니 옆에 앉아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큰 안도감이 드는 거예요. 그것만으로 감사하게 느꼈고요. 언니가 매 장면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니는 아직도 저렇게 경력이 많은데, 매 장면, 순간순간 진중하고 솔직하게 임하시는구나. 나중에 언니같은 선배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서로를 향한 호흡이 실제 유니아 수녀와 미카엘라 수녀의 관계에 불어넣어진 것 같다.

    "제가 배우 송혜교 님을 너무 좋아한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웃음) 그녀에게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신뢰감에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 같아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읽으면 읽을수록, 유니아에게 마음을 안 줄 수가 없더라고요. 마음이 쏟아졌어요. 그런데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만으로만 케미가 생긴 것 같지는 않아요. 대본을 살피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촬영하면 할수록, 여러 방면에서 유니아와 혜교 선배님에 대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짙어졌던 것 같아요."

  •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Q. 과거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낀 바지만, '마음이 쏟아졌어요' 같은 말들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는 건가.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비결이 있었을까.

    "어릴 때, 엄마가 동시를 써오면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시를 써서 보여드리곤 했어요. 엄마가 시집 같은 걸 잘 사주셨거든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칭찬받으려고 '엄마, 오늘은 무슨 시야'라고 하면서 읽어드리고 그랬어요. 그래서인지, 대학생 때도 시집 읽는 걸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는 엄마가 좋아하는 게 좋아서 읽었는데, 크니까 시의 아름다움을 알겠더라고요. 또, 연기를 전공하며 텍스트와 더 가까워지는 직업을 꿈꾸게 되니 그 영향을 받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삼남매거든요. 오빠와 남동생이 있는데요. 저는 좀 무뚝뚝한 편이고, 오빠와 남동생이 엄마에게 말을 정말 예쁘게 해요. 그 두 분이 경청을 잘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그러지 못해서, 반성하며 배워나가는 것 같아요."

    Q. 지금도 혹시 시를 쓰는지 궁금하다. 평소에 글을 읽기도, 쓰기도 할까.

    "연이어 작품에 임하며, 제가 구현해야 하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몰두하는 편이에요. 글은 잘 쓰지 않지만, 메모장에 꼭 글을 쓰고 싶은 날이 있어요. 자주 오는 건 아닌데, 한두 번 정도는 있어요. 그런 날, 제 마음 상태나, 다짐 등에 대해 한두 줄이라도 써요. 다시 들춰보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적고 나면 마음이 편해져요."

  •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미카엘라 수녀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 / 사진 : 매니지먼트 mmm

    Q. 미카엘라 수녀가 되어 적어 내려간 기억도 있을까.

    "미카엘라로는 기도를 많이 했어요. 아침, 저녁으로 꼭 기도했어요. 그건 미카엘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지키고 싶은 약속이었어요. 연기에는 정답도, 방법도 없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미카엘라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좋겠다고 기도를 하거나, 함께해주는 스태프 등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한 것 같아요."

    Q. 차기작과 올해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 '우리 영화' 촬영 중입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하고 있어요. 저는 거기에서 시한부 '이다음'이라는 친구를 연기하고 있는데요. 남궁민 선배님과 이정흠 감독님과의 케미가 정말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기쁜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어요. 지금 한 중반부 정도 들어섰는데, 다음이라는 친구에게 또 많은 마음을 이입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 그려나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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