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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의 나·너·우리….‘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리뷰]

기사입력 2025.02.21.10:02
  • 사진 : (주)영화사테이크
    ▲ 사진 : (주)영화사테이크

    예전 유재석이 ‘해피투게더’에서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런 말을 했다. “결혼은 좋은 겁니다. 저는 결혼을 하면서 비록 하나를 잃었지만, 수만 가지 이상을 얻었습니다”라고. 박미선이 “뭘 잃었는데요?”라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나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보고 이 에피소드가 생각이 스치며 웃음 지었던 건, 현실에 치여 잃어버렸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핑클 빵,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슬램덩크’,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넌 내게 반했어‘ 등의 곡이 빼곡하게 진우(진영)와 선아(다현)의 '그 시절'을 채운다.

    진우(진영)는 꿈이 없다. 꿈이 없었고,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당당하게, 오늘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까에만 몰두한다. 그는 늘 함께하는 친구들 변태완(이민구), 안성빈(손정혁), 한병주(이승준), 오동현(김요한)과 함께 우당탕탕 날들을 이어간다. 별명, 외모, 관심사 모두 다른 이들이지만,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같은 반 반장 선아(다현)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해사한 선아는 이들과 함께 있지만, 닿지 않는 꿈 같다. 이들은 우당탕탕 학창 시절을 지나, 떨리는 수능을 보고, 각자 다른 대학에 가고, 각기 다른 직업을 선택하며 사회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시간 속 모든 과정에서 선아는 그들 각자의 '그 시절' 속에 자리한다.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총 3막으로 구성되는 듯하다. 우당탕탕 학창 시절, 각자 다른 대학교에 가며 멀어진 몸처럼 같은 마음도 어긋나는 진우와 선아, 그리고 사회에서 살아가며 떠올리게 되는 그 시절의 우리들에 대해서다. 영화는 포크송을 배경으로 책상 위에 펼쳐진 졸업 앨범, 옷걸이에 걸려있는 등에 얼룩진 교복, 수도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로 시작한다. 그리고 '2002년 춘천'이라는 글씨와 함께 이름 대신 별명으로 그 시절 친구를 소개하는 진우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나이키 운동화, 월드컵 열풍에 대세가 된 축구, 만화책 '슬램덩크', '더 파이팅', 그리고 핑클 빵과 핑클 댄스 등 3040 세대의 추억 속에서 진우와 선아는 자리한다.

    진우와 선아가 보여주는 첫사랑은 그 시절 서툰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좋아하지만, 선뜻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마음은 눈물을 흘리는 선아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어깨 한 번 닿기가 조심스러워 내리는 눈이 선아의 머리에 쌓이지 않게 머리 위에 조심히 손으로 우산을 씌워주는 진우의 모습에 담겼다. 특별한 모멘트보다 친구들과 함께하며 쌓여가는 감정의 순간들을 관객만은 눈치챌 수 있도록, 진우를 부를 때마다 콕콕 찌른 볼펜의 잉크가 절대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고 더 크게 번져가는 것처럼 그 틈을 살짝 열어둔다. 친구도 될 수 없을까 봐 고민만 하며, 마음을 꿀꺽 삼키기만 하는 그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토이의 곡 '좋은 사람' 가사 중) 같은 순간들이 스크린에 가득 담겨있다.

  • 그리고 2막에서 각자 다른 대학교에 가고, 멀어진 몸만큼, 달라진 상황만큼 같았던 두 사람의 마음이 마주하지 못하고 어긋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것이 3막에서 다른 접점을 맞이한다. 이제는 사회에서 어엿한 자신의 직업과 자리를 마련한 진우는 숱한 'IF 문(만약에 그랬다면)'을 재생한다. 그 속에서 그 시절의 모습이 여러 갈래로 스치며 그때의 너, 나 우리를 꺼내 스크린에 올려둔다.

    진우 역의 진영은 처음 마주하는 얼굴을 태연하게 꺼내놓는다. "난 천재니까"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마치 '슬램덩크' 강백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진영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속 소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 소년은 늘 서툴고, 늘 부딪히지만, 끝내는 대단하게 일어선다. 처음 영화에 도전하는 다현의 모습도 싱그럽다. 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해사한 '국민 첫사랑' 다운 선아를 다현은 그 자체가 되어 표현했다. 여기에 조달환, 신기루 등 선생님들의 웃음 포인트 활약과 진우(진영)의 부모님으로 등장하는 실제 부부인 배우 박성웅과 신은정은 작품의 밀도를 더한다. 친구들 역시 별명 그대로의 찰떡 캐스팅으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 시절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성장한 이들은 가지고 있는 그 시절, 그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공감을 전하는 그 시절이 스크린 가득 푸른 향이 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오늘(21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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