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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비전인 ‘진로(JINRO)의 대중화’ 전략을 공개했다. 필리핀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현지화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소주 브랜드 진로의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7월 마닐라에 현지 법인인 하이트진로 필리핀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진로는 필리핀 소주 시장에서 약 67%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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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을 동남아시아 국가 중 현지화가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된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진로(JINRO)의 주요 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전환된 점과 과일리큐르에서 일반 소주로의 음주 문화 변화, 대부분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점을 꼽았다.
초기 필리핀 소주 시장은 한인 소비층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현지 교민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은 증가했다. 실제로 재외동포청 통계에 따르면, 필리핀 내 교민 수는 2013년 약 8만8000명에서 2023년 약 3만4000명으로 6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약 3.5배 증가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4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교민 의존도가 낮아지고 현지인 소비가 증가한 결과다.
주류 소비 트렌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21년 과일리큐르가 판매 구성비의 61%를 차지했으나, 2024년에는 일반 소주가 68%로 역전됐다. 이는 과일리큐르를 통해 입문한 소비자가 일반 소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 결과로 분석된다.
하이트진로는 유통 채널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지 최대 유통사 PWS(Premier Wine & Spirits)를 비롯해, SM그룹, 창고형 할인점 S&R 멤버십 쇼핑,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과 제휴해 전국 단위 유통망을 갖췄다. 진로는 가정 소비부터 외식·유흥까지 다양한 소비 접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현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 K-팝 콘서트 후원, 디지털 마케팅 등을 통해 브랜드 친밀도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현지 삼겹살 프랜차이즈 삽겹살라맛과 로맨틱 바보이와 협업해 K-푸드와 소주의 페어링 문화를 강화하고 있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주류 시장 중 하나로, 당사 제품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글로벌 전략을 실행해 온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라며 “앞으로도 필리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해, 필리핀 법인이 전 세계 ‘진로(JINRO)의 대중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