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①]에서 '외계+인' 속 배우와 전체 서사를 담았다면, ②에서는 말 그대로 소소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해당 인터뷰에는 '외계+인' 2부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외계+인' 2부는 1부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부에서 고려 말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은 물안개를 손에 쥐며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다. 외계 대기, 하바의 폭발을 막을 수 있는 신검을 드디어 손에 쥔 이안(김태리)은 다시 미래로 돌아가려 한다. 이안의 여정에 무륵과 썬더(김우빈),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그리고 민개인(이하늬)까지 합류한다.

Q. '외계+인' 2부는 한국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한 이야기를 두 편의 영화로 나눠서 공개한 작품이다. 1부 개봉 후 약 1년 반 만에 공개된 2부는 친절하게 1부의 내용을 설명하며 시작된다. 해당 내레이션을 김우빈, 김태리 배우에게 부탁했다고 하는데, 최종적으로 김태리를 선택한 이유와 요약본에 담긴 고민 등이 궁금하다.

"그것만 한 6개월 정도 걸렸다. 4분 30초 동안 이어진다. 길지는 않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다. 여러 버전으로 해봤다. 설명처럼 들리지 않도록 주의했다. 시나리오에는 '1부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타이틀 시퀀스가 시작한다'라는 한 줄이었는데, 6개월 동안 매일 작업했다. 김태리, 김우빈 배우만 오직 1부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둘 중 누구로 할지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 계속 녹음을 부탁했다. 내레이션을 써서 두 배우에게 주면, 두 배우는 조용한 공간에서 핸드폰으로 이것을 녹음해 저에게 전해줬다. 그 파일을 토대로 편집실에 가서 편집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약 6개월 동안 반복 한 거다. 그런데 2부의 시작은 이안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김태리에게 전화하니 '(김)우빈 오빠는 어떻게 해요?'라고 걱정하더라. 김우빈에게 '김태리가 하는 게 더 좋은 흐름일 것 같다'라고 하니 흔쾌히 알겠다고 하더라. 김우빈의 내레이션은 지금보다 더 장엄했다. 이안의 목소리로 하는 게 좀 더 솔직하게 들리더라. 김태리는 이후에도 그 녹음만 약 10번쯤 더 (녹음을) 한 것 같다."

Q. '외계+인' 2부를 위해 단 한 차례 재촬영했다고 했다. 어떤 장면이었나.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편집했다. 과거가 먼저 오기도 하고, 현대가 먼저 오기도 하고, 짧게도 하고, 길게도 해봤다. 2부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점은 '몰입'이었다. 그래서 가장 몰입하기 좋은 형태를 찾다가, 지금의 최종 결과를 찾은 거다. 문제는 이하늬의 첫 등장이 더 직관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다시 썼다. 민개인의 첫 등장 장면과 '조상님,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며 족자를 둘러 들고 가는 장면까지 하루에 찍었다."

Q. '외계+인'의 마지막 장면에 고민이 컸을 것 같다. 결국 2부의 문은 김태리가 열고, 류준열이 닫게 되는데 "택시"라고 외치며 환호의 표정이 보인다. 어떤 디렉션을 준 장면인가.

"그 장면은 딱 두 번밖에 안 찍은 것 같다. 류준열이 '희망이 많이 보여야 할까요?'라고 물어보더라. '기대감 넘치는 표정을 지어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숨을 헐떡이며 '씨익' 웃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길에서 촬영하기가 어렵다. 길을 막으면 교통에 방해가 되니, 차가 온다고 신호를 주면 찍고 바로 빠져야 한다. 류준열이 촬영에 대한 집중도와 순발력이 좋다. 무륵 캐릭터에 명확한 지점도 있었다. 그 장면은 실제로 '외계+인' 촬영의 마지막 날 마지막으로 찍었다. 얼마나 좋았겠나. 13개월에 걸친 촬영의 마지막이 '만세'였으니."

Q. 두 신선이 미래로 왔을 때, 헬스장에 떨어진다. 러닝머신 장면을 위한 한 수였나.

"처음에는 현대의 중국 식당에 떨어지는 거였다. 그들이 한자를 읽을 수 있지 않나. 그랬는데, 코로나 시국에 촬영 협조가 안 되더라. 그래서 헬스장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당시에는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 행사가 그랬다. '외계+인' 2부에서 기차 액션이 나오는데, 원래 두 량짜리 버스였다. 그런데 가드(김우빈)의 집이 외곽에 있어서 두 량짜리 버스가 운행할 것 같지 않더라. 그래서 그곳에 이르는 운송수단을 '기차'로 설정했다. 모든 것들이 조금씩 엮여있긴 하다."

Q. 개인적으로 1부에서 위기의 상황에서 썬더가 가드에게 '이안이가 해낼 거야'라고 믿음을 주지 않나. 2부의 내용과도 연결되는 건가. 썬더와 가드는 시공간을 넘어 정보 교환이 가능한 건지, 궁금하다.

"1부에서는 비행체 썬더와 가드의 대화가 나온다. 그 장면을 찍은 건 2부의 장면 때문이다. 1부에서 외계 죄수가 하바를 폭발하게 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왔을 때, 벼랑에 부딪히지 않나. 그때 썬더는 2부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격투씬을 보고 이야기한 거다. 그건 영화를 나중에 또 본 사람이라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설계했다. 그래서 그 편집이 되게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쉽고 간단하게 표현할까, 그러면서도 궁금증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Q. 이안(김태리)은 사실 생각해 보면, 고려에서 온 아이 아닌가. 그런데 왜 고려로 돌아가지 않았나.

"고민이 많았다. 각자의 시대로 돌아가는데, 이안은 어디로 가야 할까. '마음의 고향으로 가야지'라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다시 자기 방으로 가는 것 같다. 현실에서의 시간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자기 방 침대는 작아지고, 가장 친한 친구는 아직 어린이의 모습이고. 뭔가를 이룬 것 같지만, 정작 자신은 방 안에서 고독함을 느낄 것 같았다. 반면, 무륵은 갈 데가 없다. 두 신선을 따라 벽란정으로 오긴 했지만, 그곳에 정착할 생각은 없었던 거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만약 이안이 고려로 돌아갔다면, 무륵은 현대에 남지 않았을까."

Q. '외계+인' 2부에서는 '뜰앞에 잣나무'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어떤 의미로 해당 대사를 쓴 건가.

"사실 저도 정확한 의미를 설명할 수는 없다. '뜰앞에 잣나무'라는 것이 하나의 화두이지 않나. 저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그 뜰에 하필 왜 그 잣나무가 있었을까'라는 의미로 생각했다. 저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어려운 게 '우연'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현실에서는 가족이 아닌 다음에야 사실 다 '우연히' 만날 수밖에 없다. 모든 인물의 우연이 인연이 되고, 필연이 되고, 운명이 되고, 수많은 희로애락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고민할 때, 예전 '전우치' 때 썼던 메모가 툭 떨어졌다. 그 메모에 '뜰앞에 잣나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그 말이 이안과 무륵, 우왕과 좌왕 등을 표현해 줄 수 있는 말 같았다. 기억에 남아도 좋고, 흘러가도 좋은 대사라고 생각해 사용하게 됐다."

Q. '외계+인' 2부에서는 사운드가 굉장히 도드라진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막처럼 존재하기도 하고, 대사가 없는 곳에서는 대사같이 들리기도 했다.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후반작업을 하면서 고민이 큰 지점 같기도 하다.

"'외계+인' 2부의 음악 작업도 1년 반 동안 했다. 저와 '타짜' 때부터 함께한 오랜 인연이 있는 장영규 음악감독과 함께했다. 그분이 '범 내려온다' 등의 작업으로 유명해지시며 사실 너무 바쁜 분이시다. 그런데 계속 못살게 굴었다. 저를 정말 싫어하실 거다. 음악은 한 열 번 쯤 완성된 것 같다. 그런데 제가 '형 다시 바꿔야 할 것 같아야'라고 말씀을 드리면서도 음악을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저는 이 영화가 좌왕이가 사라지면서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아주 빠른 현악기가 나온다.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계속 '형 서랍 속에 감춰둔 음악을 꺼내보세요'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에는 '이 음악은 유치해서 못 쓰겠다고 생각한 것도 꺼내주세요'라고 했다. 그러면 제가 생각하는 음악이 나올 때가 있었다. '외계+인' 속 몇몇 정서적인 음악은 장영규 음악감독의 책상 서랍 가장 아래, 가장 안쪽에 있던 음악 같다."

Q. '외계+인' 2부가 개봉하며, 드디어 이야기가 완결됐다. 이 지점에서 생각하는 바가 있으실 것 같다.

"새로 다시 배웠다. 1부와 2부가 연결된 이야기인데도 조금씩 다르다. 1부는 이야기가 퍼지고, 계속 확장이 된다. 그러다 갑자기 딱 하고 모아진다. 2부는 퍼져있는 이야기가 깔때기로 쏙 들어간다. 그 속으로 들어가는 속도를 빠르게 할지, 느리게 할지를 고민했다. 1부가 1년 반 동안 너무 외로웠을 것 같다. 운명적으로 2부가 있어야 완성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 2부의 개봉이 정말 행복하다."